백낙환 전 이사장, 20년 전에도 서울백병원 ‘폐원’에 반대
백낙환 전 이사장, 20년 전에도 서울백병원 ‘폐원’에 반대
  • 특별취재팀
  • 승인 2023.08.02 16:24
  • 최종수정 2023.08.07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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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체를 저버리고 흥한 사례는 없습니다”
서울백병원 내부서도 “5개 백병원은 한몸. 서로 도와가며 운영 가능해”
내부서 국정감사 단골 메뉴 ‘고유목적사업준비금’ 뻥튀기 의혹 제기
지난 5년간 백병원 법인 순이익 약 ‘2600’억원 

인제학원 이사회(이사장 이순형)의 일방적 결정으로 폐원 위기를 맞은 서울백병원 등 5개 백병원을 설립한 고(故) 백낙환 전 이사장이 생전에 경영이 악화되고 있는 서울백병원에 대한 축소나 폐원 등의 요구에 반대한 것으로 밝혀졌다. 

고(故) 백낙환 이사장의 자서전 표지. 사진=뉴스원

백낙환 전 이사장이 지난 2007년 출간한 저서 '영원한 청년정신'에 따르면, 백 전 이사장은 당시 이사회가 경영악화를 이유로 서울백병원의 기능을 축소하거나 사실상 폐원하자고 요구하자 단호히 반대했다. 

서울백병원은 이미 20여 년 전인 1990년대 말부터 서울 중심지의 거주인구가 줄어드는 공동화 현상으로 이익이 악화되고 있었다. 백 전 이사장은 서울백병원의 경영 악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병원의 건립이 필요하다고 보고 현재의 일산백병원 신축을 추진했다. 

일산백병원 건립이 추진되자 인제학원 이사회의 몇몇 이사들은 "건물을 임대하거나 매각해서 서울백병원의 운영 규모를 축소하고 전문클리닉으로 전환해 일산백병원의 시설 재원을 조달하자"라고 제안했다. 사실상 종합병원으로 역할을 포기하고 ‘폐원’하자는 제안이었던 것. 

이에 백낙환 전 이사장은 "첫째, 신규 병원을 설립해 놓고 기존의 시설과 인원이 이전할 경우 생산성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 모체를 저버린 기업이 흥한 사례는 없습니다"고 반대했다. 이어 "나에게 서울백병원은 분신이나 매한가지다"며 "아무리 확장을 해도 뒤에는 서울백병원이 고택(古宅)처럼 자리를 잡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백 전 이사장은 앞으로 제기될 서울백병원 '폐원' 문제를 예감이라도 한 듯, 어떠한 경우에도 서울백병원을 버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백낙환 전 이사장은 '서울백병원을 지키려는 각오'라는 장을 따로 뽑아 서울백병원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서울백병원의 적자 문제, 구조조정의 어려움 들을 인정하면서도 "등 뒤에 서울백병원이 있었기 때문에 평생 사업을 일구어 나갈 힘도 생겼던 것"이라고 전했다.

백낙환 전 이사장이 서울백병원을 포기하지 못한 이유는 1941년 지어져 구옥이었던 서울백병원 건물의 재건축을 추진해 1972년 현재의 종합병원으로 재건했다. 이후 서울백병원은 1975년 서울 유일의 종합병원으로 승격했다. 

앞서 ‘한국의 슈바이처’로 유명한 장기려 박사의 손자인 장여구 백병원 교수도 인포스탁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백낙환 전 이사장의 생각과 같은 맥락으로 서울백병원 폐원을 반대했다. 장기려 박사는 백낙환 전 이사장의 제자이다. 장 교수에 따르면, 다른 대학교 병원들과 달리 인제학원 소속 5개 백병원은 모두 같은 법인으로 운영돼 있고 독립체산제가 아니다. 따라서 법인 소속 어느 병원이 적자가 나도, 법인 내 다른 병원서 나오는 이익으로 5개 백병원을 운영해왔다는 것. 어느 한 병원이 적자가 났다고 그 병원을 문 닫고 다른 병원들만 살리겠다는 의식 자체가 백병원 사람들의 DNA에는 없다는 설명이다. 장 교수는 “백낙환 이사장은 서울백병원의 수익으로 다른 4개 백병원을 인수하거나 설립해서 지역 주민들의 건강과 우리 사회의 공공의료를 책임졌다”며 “현재 서울백병원이 조금 어려워도 다른 병원들이 합심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다른 대학교 병원들과 달리 인제학원 소속 5개 백병원은 모두 같은 법인 산하로 운영돼왔다”며 “백낙환 전 이사장 생전부터 어느 한 백병원이 적자가 나도 법인 소속 백병원들이 서로 지원해서 적자를 감수하고 공공의료를 위해 병원을 운영해왔다”고 말했다. 

한편 백병원 내부에서는 현 인제학원 이사회가 주장하는 서울백병원의 누적 적자도 ‘회계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인포스탁데일리 ‘집중취재’ ①누가 80년 서울 건강지킴이 ‘서울백병원’에 칼질을 하나? 참조) 

병원 내부 관계자들의 제보에 따르면, 현 인제학원 이사회가 서울백병원의 지난 20년 누적적자가 약 1700억원이 넘는다는 이유를 들어 폐원을 결정했지만, 이는 이른바 장부상 적자라는 것이다. 관계자들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실제 백병원법인은 지난 5년간 약 26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병원 관계자들이 제보한 병원 회계 자료에 따르면, 인제학원이 운영하는 백병원 법인의 지난 5년간(2018년~2022년) 순이익은 약 2600억원에 달했고 지난 2021년 2022년은 752억원, 603억원으로 이전 3년보다 대폭 늘어났다. 

하지만 현 인제학원 이사회는 장부상 비용인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예년에 비해 약 두 배 이상 늘려 1476억원, 2027억원으로 계상했다. 이처럼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대폭 늘인 탓에 2021년과 2022년 순이익은 대폭 늘었지만, 백병원은 장부상 각각 약 39억원, 141억원 적자로 뒤바뀌었다. 

비영리법인에만 적용되는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순이익에서 차감하면, 대형병원들의 금고에는 막대한 금액이 쌓이지만 장부상으로는 적자인 상태가 되고 장부상 적자가 나면 법인세를 한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만약 서울백병원처럼 병원이 폐원되면 실제 금고에 쌓인 현금은 그래도 법인 주머니에 남게 된다. 

이 때문에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은 지난 2010년부터 회계꼼수와 오남용 문제 때문에 대형병원들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때 마다 단골메뉴로 올라왔다. 

현재 내부에서 ‘고유목적사업준비금’ 과대 계상 등 의혹이 제기되자, 서울백병원 교수 노조 등 내부 교수들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백병원 관계자는 “조만간 상당수의 교수들을 중심으로 법인의 고유목적사업준비금 과다계상 등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이 제기될 것”이라며 “실제 의료수익과 의료 외 수익이 얼마나 발생했는지, 법인이 서울백병원 정상화를 위해 얼마를 투자했는지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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