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백병원 직원·교수 264명, ‘폐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서울백병원 직원·교수 264명, ‘폐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 특별취재팀
  • 승인 2023.08.07 15:24
  • 최종수정 2023.08.0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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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0억원 순이익 감춘 ‘고유목적사업준비금’ 과대계상 문제도 제기
사진=서울백병원
사진=서울백병원

서울백병원의 교수와 직원들이 오는 8월 31일로 예정된 폐원을 막기 위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했다.

조영규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장은 지난 4일 오후 '서울백병원 폐원 저지를 위한 백인제 가옥 걷기대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서울행정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조 교수에 따르면 가처분 신청에는 법인의 폐원 의결 과정이 사립학교법과 정관을 위배해 무효이며 폐원에 따른 직원들의 부산 전보 발령 역시 근로기준법에 반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가처분 신청에는 교수 24명과 일반 직원 240명이 참여했다.

조 교수는 "교직원들은 그동안 법인과 병원이 정해놓은 틀 안에서 최선을 다해 일했을 뿐인데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절실함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교수와 직원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이사회의 일방적인 폐원 발표와 인제학원 재단본부의 8월 말 진료 종료 선언은 그동안 헌신했던 교직원들에게 깊은 상처를 줬다"며 "직원과 환자를 짐짝처럼 대하는 재단본부의 최근 전횡을 백병원 설립자인 백인제 선생이 전해 들었다면 아마도 대성통곡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20일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에서 열리는 폐원안에 대한 이사회에 항의하는 직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스원<br>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에서 열리는 폐원안에 대한 이사회에 항의하는 직원들. 사진=뉴스1

아울러 이들은 폐원에 이후 의료공백과 백병원 환자들을 위한 대책, 교직원 전보에 대한 납득할 만한 조치와 불안 해소 등을 요구했다.

앞서 인제학원 이사회는 지난 6월20일 이사회를 열어 20년간 계속된 적자로 더 이상 병원을 운영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직원과 교수, 서울시와 중구, 정치권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폐원을 결의했다. 또 이달 31일까지만 진료를 하고 추가적인 진료예약을 받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인제학원 이사회가 서울백병원 폐원의 이유로 들고 나온 누적 적자는 장부상 적자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인포스탁데일리 ‘집중취재’ ①누가 80년 서울 건강지킴이 ‘서울백병원’에 칼질을 하나? 참조)

백병원 관계자들이 제보한 병원 회계 자료에 따르면, 인제학원이 운영하는 백병원 법인의 지난 5년간(2018년~2022년) 순이익은 약 2600억원에 달했고 지난 2021년 2022년은 752억원, 603억원으로 이전 3년보다 대폭 늘어났다.

그런데 인제학원 이사회는 장부상 비용인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예년에 비해 약 두 배 이상 늘려 1476억원, 2027억원으로 계상했다. 이처럼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대폭 늘인 탓에 2021년과 2022년 순이익은 대폭 늘었지만, 백병원은 장부상 각각 약 39억원, 141억원 적자로 뒤바뀐 것이다.

서울백병원 창립83년만에 폐원 위기. 사진=뉴스원
서울백병원 창립83년만에 폐원 위기. 사진=뉴스1

장여구 서울백병원 교수는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순이익에서 차감하면, 실제 병원 법인의 금고에는 막대한 금액이 쌓이지만 장부상으로는 적자인 상태가 된다”며 “현 인제학원 이사회는 지난 몇 년 간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갑자기 대폭 늘인 이유에 대해서 한마디의 언급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지난 4일 제기된 가처분신청에서도 인제학원 이사회의 고유목적사업준비금 과대 계상 문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제학원 관계자는 “현재 가처분신청뿐만 아니라 여야 국회원실과 함께 ‘서울백병원 폐원과 고유목적사업준비금 문제’에 관해 국회 세미나를 이번달과 다음달에 연쇄적으로 개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경제평론가인 최양오 박사(경제학)는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은 지난 10여 년 넘게 국정감사의 단골메뉴였다”며 “인제학원 이사회가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제외하면 지난 5년간 약 26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면서도 서울시민의 공공의료를 볼모로 서울백병원을 폐원시키려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는 “여야 정치권, 서울시와 중구, 시민사회단체들이 인제학원 이사회의 서울백병원 폐원 문제를 더 엄격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문 전문(全文)>

인제학원 이사회와 재단본부에 묻는다

“백병원 설립자인 백인제 선생에게 진정 부끄럽지 않은가”

 

오늘 이 자리에 선 우리들은 비통하고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인제학원 이사회의 일방적인 서울백병원 폐원 발표와 인제학원 재단본부의 8월 말 진료 종료 선언은 그동안 헌신했던 교직원들에게 깊은 상처를 줬다. 그것도 모자라 재단본부는 전원 부산 발령이라는 현실성 없는 안을 내놓고 불안함에 한숨짓는 교직원들을 다시 한번 우롱했다. 재단본부는 본인들이 선언한 진료 종료일까지 한 달도 채 남겨두지 않은 현 시점까지도 수긍할 만한 안을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가히 무책임함과 무능력함의 극치라 할 것이다.

그동안 백병원을 위해 열심히 일해온 교직원들에 대한 예의는 실종된 지 오래다. 수도권에 터를 잡고 사는 사람이 한 달 만에 부산으로 떠나는 게 과연 쉬운 일인가. 교직원뿐만 아니라 갑자기 병원을 옮겨야 하는 환자들의 불편도 이루 말할 수 없다. 졸속으로 폐원을 결정하다 보니 발생하는 당연한 문제다. 재단본부가 이를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고도 밀어붙였다면 무모한 것이다.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조직으로써 과연 기본을 갖추기는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영상 30도가 넘는 폭염경보 속 무더위에 백인제 가옥을 방문해 다시 한번 백인제 정신과 백병원의 미래에 대해 생각한다. 직원과 환자를 짐짝처럼 대하는 재단본부의 최근 전횡을 백병원 설립자인 백인제 선생이 전해 들었다면 아마도 대성통곡할 것이다.

우리는 학교법인 인제학원에 강력히 요청한다.

하나, 병원은 병원다워야 한다. 환자들에 대한 배려 없는 병원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환자들을 위한 대책을 즉각 마련하라!

하나, 교직원은 이삿짐이 아니다. 교직원의 불안을 해소하고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상식적인 대안을 당장 제출하라!

하나, 인술제세, 인덕제세. 인제학원은 백인제 정신에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고 깊이 반성하라!

 

2023년 8월 4일

서울백병원 교직원 일동

 

<특별취재팀>

안호현 vicahh@infostock.co.kr

박정도 newface0303@infostock.co.kr

박광춘 p2kch@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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