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①누가 80년 서울 건강지킴이 ‘서울백병원’에 칼질을 하나?
[집중취재]①누가 80년 서울 건강지킴이 ‘서울백병원’에 칼질을 하나?
  • 특별취재팀
  • 승인 2023.07.27 16:53
  • 최종수정 2023.07.27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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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라서 서울백병원 폐원한다? …지난 5년간 순이익 약 ‘2600’억원 
-국정감사 단골 메뉴 ‘병원판 비자금’이라는 ‘고유목적사업준비금’ 뻥튀기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은 장부상 비용...병원 폐원하면 현금은 고스란히 학교법인에
-“최근 2년간 약 1500억원, 2000억원으로 급증시킨 이유가 뭔가?”

<편집자주>
서울백병원은 6.25 전쟁때 납북된 백인제 박사가 1941년 ‘백인제외과병원’으로 진료를 시작했고, 백인제 박사의 조카인 백낙환 전 이사장이 현재의 서울백병원으로 키워냈다. 이후 백낙환 전 이사장은 전국에 5개의 백병원을 건립해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국민 건강과 공공의료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해왔다. 
이처럼 지난 82년간 서울시민들의 건강과 공공의료를 책임져온 서울백병원이 내달 말에 문을 닫는다. 서울백병원을 운영하는 인제학원 이사회(이사장 이순형)는 지난 6월 20일, 서울백병원을 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현 인제학원 이사회가 내세운 폐원의 이유는 지난 20년간 쌓인 ‘적자’ 때문. 하지만 인제학원과 백병원 내외부에서는 현 이사회가 내세운 적자는 표면상의 이유이며 실제 폐원하려는 목적은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뉴스원
사진=뉴스원

백낙환 전 이사장이 지난 2018년 타계한 이후 구성된 현 이사회는 몇 년 전부터 인제학원 소속 알짜배기 학교부지와 병원부지를 팔아치웠다. 이번 서울백병원 폐원 결정은 현 이사회의 학교, 병원 부지 매각 행렬의 '하이라이트'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의 핵심 중 핵심인 명동 입구에 자리 잡은 백병원 부지는 상업용으로 개발될 경우 약 2000억~3000억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백병원 폐원 결정이후, 백병원 환자들과 가족들, 병원 노조와 학교 구성원들, 서울시민들과 여야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서울백병원 폐원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포스탁데일리는 특별취재팀을 구성해 서울시민들의 건강과 공공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서울백병원 폐원 결정에 어떤 내막이 있는지 들여다봤다. 
"누가 지난 80년간 서울시민들의 건강을 지켜온 서울백병원에 칼질을 하고 있나?"

* 서울백병원 폐원과 관련해 독자 여러분들의 각종 제보와 의견을 기다립니다. 
기사 제보 연락처 02-3447-2114 / vicahh@infostock.co.kr
서울 백병원 역사. 자료=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인포스탁데일리
서울 백병원 역사. 자료=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인포스탁데일리

인제학원 이사회는 지난 6월 20일 서울백병원의 누적 적자로 인해 더 이상 운영이 어려워 8월말 폐원하겠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백병원의 적자는 이른바 장부상 적자로 실제 백병원법인은 지난 5년간 약 26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제학원 이사회가 비영리법인인 병원에 적용되는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지난 2년간 대폭 부풀려 장부상 적자폭을 키웠다는 의혹이 병원 내부에서 제기됐다. 

백병원 관계자가 인포스탁데일리에 제보한 병원 회계 자료에 따르면, 인제학원이 운영하는 백병원 법인의 지난 5년간(2018년~2022년) 순이익은 약 2600억원에 달했다. 특히 지난 2021년 2022년은 752억원, 603억원으로 이전 3년보다 대폭 늘어났다. 

인제학원 병원법인 손인계산서 주요항목. 자료=인포스탁데일리
인제학원 병원법인 손인계산서 주요항목. 자료=인포스탁데일리

하지만 현 인제학원 이사회는 장부상 비용인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예년에 비해 약 두 배 이상 늘려 1476억원, 2027억원으로 계상했다. 이처럼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대폭 늘인 탓에 2021년과 2022년 순이익은 대폭 늘었지만, 백병원은 장부상 각각 약 39억원, 141억원 적자로 뒤바뀌었다. 

병원이나 학교같은 비영리법인이 건물, 토지, 의료기기 등 고정자산 취득을 목적으로 적립하는 금액을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이라하는데, 조세특례제한법 제74조 1항에 따라 순이익의 100%까지 고유목적사업준비금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백병원 교수노조 소속 관계자는 “병원같은 비영리법인은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손금(손실 또는 비용)으로 산입할 수 있어 사실상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은 소득에서 공익사업에 쓸 목적으로 별도로 적립하는 일종의 적립금으로, 업계에서는 ‘공식적 비자금’라고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백병원의 사례에서 보듯이 수 천억원의 흑자를 올렸지만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대폭 늘려 잡으면 병원의 순이익은 ‘0’원도 아닌 아예 마이너스가 된다. 법인 입장에서는 순이익으로 쌓은 현금은 수중에 두둑히 두고, 법인세 한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경제평론가인 최양오 박사(경제학)는 “회계꼼수와 오남용 문제 때문에, 고유목적사업준비금 은 지난 10여 년간 국회 국정감사때마다 비영리법인 특히 대형병원들 감사 때 단골메뉴로 올라왔다”며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위해서 계상한 건지 제대로 공시하지 않아서 번번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박사에 따르면,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이 논란이 된 것은 지난 2010년 국회 국정감사때부터다. 당시 감사원은 국립대병원 국정감사에서 국립대병원의 운영실태를 조사,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은 비용항목이 아니라 이익의 처분으로 회계처리하는 게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최 박사는 “즉 준비금은 병원의 실제비용이 아니라 장부상 비용임에도 이를 실제 비용으로 계산해서 실제 수익을 줄이는 용도로 사용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라며 “백병원 법인에 대한 제보자료를 보면 준비금을 몇 년간 부풀려서 적자로 만들어 법인세는 안내지만, 실제 수익이 난 현금은 법인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2014년 경실련은 2012년 기준 상급종합병원 43곳 중 35곳이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함으로써 당기순이익을 축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20년 국정감사에서도 문제가 됐다.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76개 대학병원 및 대학협력병원의 회계자료에 따르면, 주요 대학병원들이 최근 3년간 2조 8000억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올렸으나 대학병원들의 법인세 납부 실적은 ‘0원’이었다. 

2017년~2019년 3년간 주요 대형병원의 실적. 고유목적사업준비금전입액과 환입액 차이만큼을 빼면 당기순이익이 나온다. 자료=더불어민주당 고영인 국회의원실

당시 고 의원에 따르면 문제가 된 대학병원들의 2017년~2019년의 법인세차감전순이익 합계액은 총 2조 7819억원에 달했고 이 중 63개 병원은 단 한 푼도 법인세를 내지 않았다. 이들 병원들은 막대한 이익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장부상 비용인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순이익 만큼 계상해 장부상 적자가 나거나 이익이 거의 나지 않도록 만든 것이다. 

고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의 총수익은 4조 5146억원이지만 총비용도 4조 2063억원으로 법인세 차감전 순수익은 3084억원이다. 하지만 고유목적사업준비금전입액이 3736억원으로 잡혀 법인세는 0%를 적용했다. 당기순이익은 –652억원으로 적자였다.

서울대병원도 마찬가지다. 서울대병원의 총수익은 3조 6621억원, 총비용은 3조 6255억원으로 법인세 차감전 순이익은 367억원이 찍혔다. 고유목적사업준비금전입액으로 558억원을 올리고 고유목적사업준비금확입액으로 209억원을 올려 당기순이익은 –16억원으로 적자였다.

이처럼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적용하면 대형병원들은 실제 금고에는 막대한 금액이 쌓이지만 장부상으로는 적자인 상태가 된다. 백병원 관계자는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은 거의 모든 대형병원들이 관행적으로 올리는 것이지만 현 이사회처럼 구체적인 내용도 알리지 않고 갑자기 2배 이상 부풀리는 예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며 “준비금이 급증한 이유에 대해서 자세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관계자는 “만약 현 이사회의 논리대로 고유목적사업준비금 때문에 장부상 적자가 나서 병원을 운영할 수 없다면, 서울대병원,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삼성서울병원 등등 대형병원 거의 90% 이상이 문을 닫아야 한다”며 “실제 수천억원의 돈이 법인에 쌓여있는데 장부상 적자가 났다고 지난 80년간 서울을 지킨 백병원을 무슨 야밤도주하듯이 폐원시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장여구 백병원 교수. 사진=인포스탁데일리

장기려 박사의 손자인 장여구 백병원 교수는 “다른 대학교 병원들과 달리 인제학원 소속 5개 백병원은 모두 같은 법인 산하로 운영돼왔다”며 “백낙환 전 이사장 생전에 어느 한 백병원이 적자가 나도 법인 소속 백병원들이 서로 지원해서 적자를 감수하고 공공의료를 위해 운영을 해왔다”고 말했다. 

특히 장 교수는 “특히 맏형격인 서울백병원의 수익으로 전국에 4개 백병원을 차례로 인수하거나 설립해서 지역 주민들의 건강과 공공의료를 책임져왔다. 현재 서울백병원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지만 법인 소속 다른 병원들이 잘 운영되고 있다”며 “맏형이 지난 30년간 다른 동생 백병원들을 책임졌기 때문에 앞으로는 당분간 동생들이 아프고 힘든 맏형 서울백병원을 책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병원과 학교 내부에서는 백병원이 언제 독립체산제로 운영했냐는 분노와 비아냥이 나온다. 백낙환 이사장 시절에도 서울백병원은 적자였지만 구성원 누구도 서울백병원 문 닫자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며 “현 이사회의 이사들도 백낙환 이사장 시절 백병원을 함께 운영한 분들인데 갑자기 백병원을 폐원하겠다고 달려드는 이유가 대체 뭔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고유목적사업준비금에 대한 논란에 대해 인제학원 이순형 이사장과 이혁상 이사는 “고유목적사업준비금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순형 이사장은 “백병원이 독립체산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수 십년간 적자가 쌓인 서울백병원을 다른 백병원들이 도와준다면 배임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부득이하게 폐원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안호현 vicahh@infostock.co.kr
박정도 newface0303@infostock.co.kr
박광춘 p2kch@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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