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주를 찾는다]③ SK네트웍스, 최신원 회장 계열분리 가능성 낮아
[가치주를 찾는다]③ SK네트웍스, 최신원 회장 계열분리 가능성 낮아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8.09.11 08:36
  • 최종수정 2018.09.13 18: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분 상 분가 어려워... 최 회장 주식 매입은 ‘책임경영’ 차원
호텔업 ‘쉐라톤’ ‘W’ 포기... 워커힐 집중하면서 수익성 개선
글로벌시장, 동남아 중심으로 확대... 일본·인니 등 진출소식
비스타 워커힐 호텔 전광판. 사진=워커힐 호텔 홈페이지

[인포스탁데일리=이일호 기자] 투자자들의 우상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이 ‘가치투자의 신’으로 불린 데는 그만이 가진 ‘안목’ 때문이다.

하지만 큰 틀에서는 보면 워런 버핏의 가치투자는 의외로 간단하다. 수많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안목보다는 ‘믿음’을 먼저 내세우고 강조한다. 장기적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곳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투자하는 것이 그의 투자 방식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워런 버핏처럼 가치투자를 집중하기 쉽지 않다. 시장과 기업에 대한 믿음보다는 불안한 경제와 기업의 정보 부족으로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찾지 못한 영향이 큰 탓이다.

<인포스탁데일리>가 <인포스탁리서치센터>와 함께 연중기획으로 마련한 ‘가치주를 찾는다’도 이런 의도에서 출발했다. 투자자들에게 장기적 안목을 제시하고 성장·발전 가능성이 큰 기업을 찾아 숨겨진 ‘보석’을 제시하자는 것이 기획의 목적이다.

본지는 두 번째 기업으로 SK네트웍스를 선정했다. 최근 몇 년간의 ‘체질개선’ 과정에서 실적이 다소 하락했지만, 새로운 사업인 가전·렌탈과 카라이프(Car Life) 부문이 자리잡힌 것을 고려하면 올해 반등이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서도 최근의 SK네트웍스 주가를 반등 포인트로 보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편집자 주>

◆'가려진 카드' 호텔업, 가족 고객 중심 이미지 탈피·구조조정 주력

그랜드 워커힐 호텔 전경. 사진=워커힐 호텔 홈페이지

최신원 회장 체제 이후 SK네트웍스에서 가장 부각 받지 못한 곳은 호텔업 계열이다. 매출 비중이 낮은 상황에서 적자 경영이 개선되지 않아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SK네트웍스는 워커힐 호텔의 물적, 인적 구조조정에 이어 가족 고객 중심으로 이미지를 탈피하며 수익성 개선에 주력해왔다. 중국발 사드(THAAD) 악재 등이 맞물려 호텔부문의 수익성은 2015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반등의 조짐을 보인다.

가장 큰 변화는 해외계열인 ‘쉐라톤’과 ‘W’ 브랜드를 포기한 것이다. 2016년 12월 31일부로 SK네트웍스는 운영계약이 만료된 스타우드(현 메리어트인터내셔널)의 두 브랜드를 버리고 두 호텔을 워커힐로 통합했다. 이 과정에서 세 호텔로 나뉘어 방만하게 운영되던 인력을 집중하고, 다소 올드한 이미지의 워커힐 브랜드를 가족이 여행할 수 있는 프리미엄 호텔·리조트 형태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호텔업 등이 포함된 기타부문은 실적 개선이 뚜렷하다. 매출액은 지난해 2159억원으로 2016년(2347억원) 대비 188억원 줄었지만 당기순손실을 2016년 1938억원 지난해 927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이는 데 성공했다. 올해 들어선 상반기 139억원으로 적자폭을 또 한 번 줄였다. 특히 호텔업은 2분기 3억원 흑자로 작게나마 흑자 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사진=워커힐 호텔 홈페이지

워커힐 통합 체제 이후 고객 수도 과거보다 1.5배 가량 늘어났다.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서울’과 ‘W워커힐 서울’이 각각 ‘그랜드 워커힐 서울’과 ‘비스타 워커힐 서울’로 바뀌면서 여행상품 개발 등 고객 유치에 힘을 기울인 덕분이다. 사드 악재가 점차 해소되면서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는 것도 SK네트웍스로선 긍정적 신호다.

SK네트웍스는 올해 '더글라스 하우스'를 리모델링해 재개장하는 한편 일본식 캡슐호텔의 프리미엄 버전인 '다락휴'를 선보였다. 또한 1000억원 이상 투자해 2~3년 내에 기존 워커힐 호텔 내 리버파크 부지를 확장해 리조트·스파 사업을 키우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당장 비용은 많이 들겠지만, ‘호캉스’(호텔+바캉스) 열풍과 더불어 향후 연인, 가족 단위 고객을 유치할 새로운 수익원으로 주목받을 수도 있다.

◆SK네트웍스, 글로벌 네트워크 타고 해외 진출 노린다

50여 년간 종합상사업을 꾸려온 SK네트웍스는 글로벌 네트워크가 강하다. 남미와 아프리카를 제외한 전 대륙에 거점을 삼고 있고, 특히 동남아시아같은 경우에는 대만과 인도, 베트남, 말레이시아,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성장국 전반에 뿌리를 내렸다.

이 같은 네트워크 기반은 SK네트웍스가 다른 경쟁사업자들에 비교해 지닌 강점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상품을 유통하기 위한 거의 모든 단계를 생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네트웍스가 2016년 동양매직을 인수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내세운 것도 이 같은 복안이 깔려있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쉽게 말해, 마음만 먹으면 세계 시장 어디든 나갈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동남아시아와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SK매직의 가전제품 수출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SK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지난 4월 공기청정기 4000대를 수출한 데 이어 연내 1만 대까지 수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SK네트웍스는 오는 12월부터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에 각각 법인을 설립해 렌탈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갈 예정이다.

SK네트웍스는 지난 8월 23일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스틸과 인도네시아 철강 시장 진출 관련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사진 왼쪽이 최신원 회장. 사진=SK네트웍스

지난 3월에는 일본 가전업체 카도(cado)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고 일본 내 프리미엄 미용 가전 시장에 진출하기로 했다. 이르면 오는 4분기 헤어드라이어를 출시해 출시할 예정인 가운데, JV는 향후 SK매직의 프리미엄 가전 제품을 만들어내는 R&D센터 역할도 하게 될 전망이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국영기업과 손잡고 철강사업 진출도 선언했다. 인도네시아 철강회사인 크라카타우스틸(Krakatau Steel)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것이다. 인도네시아 내 유일한 일관제철소(제선, 제강, 압연의 세 공정을 모두 갖춘 제철소)인 크라카타우스틸과의 MOU로 SK네트웍스는 인도네시아 내 철강사업 규모를 2억 달러(약 2200억원)까지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최신원 회장 ‘계열분리’ 가능성 적어... 지분 매입은 ‘책임경영’ 차원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사진=SK네트웍스

SK그룹의 계열분리 이슈는 업계 관심사로 꼽힌다. 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SK㈜에서 일부 사업을 사촌인 최신원 회장과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으로 나누는 식의 분가(分家)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창원 부회장이 SK디스커버리를 정점으로 SK케미칼, SK가스, SKD&D 등을 거느리는 지배구조를 마련한 만큼, 최신원 회장도 조만간 계열분리를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수차례 언급됐다.

업계 안팎에서 이에 대한 우려도 줄곧 지적된다. SK네트웍스의 그룹 내 타 계열사 사업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일례로 SK네트웍스의 에너지 리테일 부문은 SK이노베이션과 SK에너지에, 모바일 리테일 부문은 SK텔레콤에 각각 직간접적 시너지를 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실제 계열 분리가 이뤄지면 이들 회사 간 연결고리가 끊어지며 실적 타격이 우려된다.

다만 최신원 회장의 계열 분리는 당장 현실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당장 SK네트웍스에서 SK㈜의 지분이 39.14%에 달하는 상황에서 최 회장의 지분이 단 0.7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최 회장의 지분 매수가 이어지고 있지만, 계열 분리 후 안정적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기까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그룹과 SK네트웍스는 오히려 사업 시너지를 더 키우는 모양새다. 당장 SK매직의 가전 렌탈 사업을 SK텔레콤의 스마트홈, 스마트카, 스마트시티와 결합하는 내용을 협업 중이다. 또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사업을 그룹에서 SK네트웍스가 전담하고 있기도 하다. 국내 1위 사업자인 현대차와 MOU를 체결한 것 또한 그룹 내 분업 차원에서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최신원 회장도 공식 석상에서 계열 분리 가능성을 한 차례 일축했다. 목표로 하는 지분율이 있지만, 그와 별개로 분가에 나서진 않겠다는 것이다. 지배력을 확보하는 수준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 최 회장의 SK네트웍스 지분 매입은 ‘책임경영’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일호 기자 atom@infostock.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