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탐험]①고바이오랩, 맥 못추는 주가…제 2의 ‘파두’되나
[기업탐험]①고바이오랩, 맥 못추는 주가…제 2의 ‘파두’되나
  • 윤서연 기자
  • 승인 2024.02.27 09:53
  • 최종수정 2024.02.27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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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바이옴 업체 연쇄 파산…반등 기미 ‘요원’ 
핵심기술 구현 ‘미실현’…“재무 건전성 확신 못해”

[인포스탁데일리=윤서연 기자]

고바이오랩의 주가가 맥을 못 추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증시에 입성했지만 우울한 분위기는 지속되고 있다. 

바이오 산업에 대한 차가운 투심, 핵심 비즈니스의 글로벌 충격 등 주가를 억제하는 요소만 산적한 상태다. 주가 반등을 이룰 요소가 마땅치 않다는 평가다.

최근 고바이오랩 주가는 8,000~10,000원 선을 오가고 있다. 2021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 덕에 주가는 6만원을 돌파하기도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주가는 뚜렷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10월 주가는 7000원을 밑돌기도 했다.

코스닥, 고바이오랩 최근 1년 주가 추이 상대 비교. 자료=네이버 증권
코스닥, 고바이오랩 최근 1년 주가 추이 상대 비교. 자료=네이버 증권

“고바이오의 핵심 기술 구현 안돼”

증권업계에서는 고바이오랩의 주가 부진이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분위기다. 2020년 증시 입성 때부터 이미 투심을 이끌지 못해서다.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고바이오랩은 매출의 대부분을 건강 기능식품에서 기록하는 업체로 추진하고자 하는 핵심 기술의 실현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라며 “(핵심)기술의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 때문에 IPO 당시 보수적 의견이 많았고, 현재까지도 기술의 구현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에 비우호적 시선이 사라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앞서 2020년 11월 고바이오랩은 IPO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공모가로 1만8000~2만3000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수요예측 경쟁률이 64.33대 1에 그치며 공모가는 희망밴드 하단에도 훨씬 못 미치는 1만5000원으로 결정됐다. 

공모가가 낮아지면서 공모금액 또한 목표치 대비 250억원 가량 줄었다. 바이오 산업에 대한 투심이 비우호적인 데다 적자 상황에서 과도하게 기업가치를 높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IPO 직전 해인 2019년 고바이오랩은 7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IPO 해인 2020년 상반기 59억원의 적자를 냈다.

‘파두’처럼 성장성 특례상장으로 증시 입성

수요예측 때와 달리 일반청약에서 1조원이 웃도는 자금이 몰렸다. 하지만 이는 ‘성장성 특례상장’이라는 제도적 특성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성장성 특례상장은 IPO 때 경영 성과를 감안하지 않는 점에서 테슬라 요건 상장과 차이가 있다. 전문 평가기관으로부터 기술평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측면에서 기술특례상장보다 덜 빡빡하다. 

상대적으로 증시 입성의 가능성이 큰 이점이 있지만 최근 비우호적 시선이 늘어난 제도다. 이는 지난해 성장성 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한 반도체 업체 파두 탓이다. 파두는 IPO 때, 지난해 연매출로 1202억원을 제시했다. 이는 2022년 매출액(564억원) 대비 두 배 넘는 수치다. 2021년 약 52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거침없는 성장세다. 성장성 특례상장이라는 제도에 부합한 기업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파두가 제시한 청사진은 ‘쇼크’로 변화했다. 파두가 지난해 2분기 59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 이에 파두에 부실 상장 논란이 빚어졌다. 나아가 성장성 특례상장 제도에 의구심이 짙어졌고, IPO 기업에 대한 검증이 심화됐다. 상장 문턱이 높아지자 올 들어서만 5개 기업이 IPO를 자진 철회했다.

성장성 특례상장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풋(put)백옵션이다. 풋백옵션은 상장 후 6개월 동안 회사의 주가가 공모가의 90%를 밑돌면 IPO 주관사가 주식을 매입해 주는 제도다. 주주 입장에서는 가격 하회 리스크를 줄이는 이점이 있다. 이 때문에 고바이오랩의 일반 청약에 적잖은 자금이 몰렸다는 분석이다. 결국 기업의 펀더멘탈이 주주의 선택을 이끌어내지 못한 셈이다. 

“단기 반등 어렵고, 재무건전성 불안”

내리막길이 뚜렷한 상황에 반전이 있을까. 증권업계에서는 단기간 내 반등은 쉽지 않을 거라는 의견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바이오 산업을 향한 투자심리가 여전히 차가운 데다, 전세계적으로 고바이오랩의 핵심 비지니스인 마이크로바이옴 산업에 비우호적 이슈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에 서식하는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용어로, 사람의 몸속에 존재하는 미생물과 그 유전자들을 뜻한다. 고바이오랩은 △염증성 장질환 △과민성 대장증후군 △아토피피부염 등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마이크로바이옴 업체다.

고바이오랩 CI. 사진=고바이오랩 홈페이지
고바이오랩 CI. 사진=고바이오랩 홈페이지

마이크로바이옴 산업은 전세계적으로 주목 받았지만, 최근 업체들이 파산하는 등 자금조달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4년 설립된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업체 4D 파마(Pharma)는 파트너십 중단 등 어려움을 겪은 끝에 결국 파산, 2022년 나스닥에서 퇴출됐다. △칼레이도(Kaleido Biosciences) △이벨로(Evelo Biosciences) 등 우량한 기업들 또한 파산하며 폐업 수순을 밟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고바이오랩이 600억원 정도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누적되는 적자와 대규모 연구개발 등이 지속될 경우 재무 건전성을 확신할 수 없을 걸로 보인다”며 “자가면역 질환, 만성질환, 면역항암제, 자폐 스펙트럼 치료제 등의 파이프 라인을 구축했지만 개발 전략 변경으로 인해 임상 계획이 늦어지는 점은 회사에 부담 요소”라고 말했다. 

윤서연 기자 yoonsy0528@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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