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탐험]③대원제약, ‘가족경영 한계’ 언제까지
[주가탐험]③대원제약, ‘가족경영 한계’ 언제까지
  • 윤서연 기자
  • 승인 2024.01.09 09:26
  • 최종수정 2024.01.09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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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인 창업주 배우자가 8번이나 '이사' 연임
거수기 사외이사 체제 지속, 케케묵은 지배구조 견제 기구 전무

(편집자주)
겨울철이면 주가가 상승하다가 거짓말처럼 다시 급락하는 회사들이 있다. 대원제약이 대표적인 경우다. 대원제약의 주가는 지난 10년째 겨울에 올랐다 이후에 급락하며 박스권에서 정체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오너 리스크’ 탓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원제약은 최근 몇 년간 3세 승계에 집중하며, 3세들의 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지만 실적은 좋지 않았다. 특히 잊을만하면 터지는 대원제약 약품의 ‘안정성’ 문제 때문에 실적이 좋아질 조짐을 보여도 주가는 타격을 입는 모습이 반복됐다. 2세, 3세 승계때 주가가 상승 탄력을 받는 여타 업종과 기업들과 전혀 다른 양상이다. 당연히 1400만 개미투자자들 사이에서 대원제약에 대한 인상은 좋지 않다. 

앞으로 ‘인포스탁데일리’(www.infostockdaily.co.kr)는 3세 승계와 이들의 비효율적인 투자로 인해 주가가 맥 못 추는 제약, 바이오 기업들에 대한 분석 기사를 게재할 예정이다. 1400만 개미 투자자들의 제보와 분석, 성원을 기다린다. 

(제보- infodaily@naver.com / 02-3447-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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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스탁데일리=윤서연 기자]

70여년 업력의 코스피 상장사 대원제약이 가족경영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 상장사 지위에 부합하지 않은 지배구조가 지속되고 있으며, 이를 견제할 기구 또한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2023년 3분기 기준 대원제약의 이사회는 총 6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원제약을 세운 고(故) 백부현 창업주의 장남 백승호 회장과 차남 백승열 부회장, 그리고 1984년생의 BAEK JONATHAN IN 사장 등 3인이 사내이사다. 미국 시민권자로 알려진 BAEK JONATHAN IN 사장은 백승호 회장의 장남으로 한국 이름은 백인환으로 알려졌다. 2011년 대원제약에 입사한 뒤 마케팅 부문에서 커리어를 쌓아 지난해 사장에까지 올랐다.

이들 3인 사내이사 체제를 통해 수십년째 지속되어 온 백승호·승열 형제 경영에 이어, 오너 3세 체제 준비까지 엿볼 수 있다. 전형적인 가족 경영 모습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이같은 가족경영이 대원제약 지배구조의 취약성, 불투명성 등을 높이는 요소로 자주 지적된다. 단적인 예가, 고 백부현 창업주의 부인이자 백승호·승열 형제의 모친인 김정희 여사의 이사회 장기 참여다. 대원제약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김 여사는 2020년까지 3년 임기의 이사직을 무려 8차례나 연임했다. 80대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업무 자문’이라는 명목으로 과도하게 오래 자리만 차지한 셈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김 여사는 2021년 3월이 돼서야 임기 만료로 이사직에서 내려왔다.

또 지배구조의 취약성을 옅볼 수 있는 부분은 사외이사 문제다. 대원제약은 업무 집행에 대한 감시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사외이사 역시 사내이사와 마찬가지로 3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수를 감안하며, 어느 정도 이사회의 균형이 맞춰진 걸로 읽힌다. 하지만 그 활동 내역을 면밀히 살펴보면 사외이사의 실제 기능과 작동이 제대로 되는 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따른다.

최근 5년 대원제약의 이사회 안건에 따르면, 사외이사들이 이사회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내역이 한 건도 없다. 물론 이사회 안건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혀야만 사외이사가 제역할을 하는 건 아니다. 다만 △주식회사 에스디생명공학 자금 대여의 건(약 140억원) △외부 투자 참여의 건(주식회사 에스디생명공학) △다나젠 경업 허용의 건 △극동에치팜 경업 허용의 건 등 굵직하거나 회사 경영에 있어 민감한 사안 모두 일사천리로 진행된 점은 사외이사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이사회 중요 의결사항.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에스디생명공학 투자 경우, 대원제약이 400억원을 들여 에스디생명공학의 지분 8000만주를 취득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마스크팩 사업이 핵심인 에스디생명공학을 인수하여 사업다각화를 이루려는 의도는 이해되나, 과거 인수한 자회사의 경영 악화와 지속된 자금 지원 등의 이력을 감안하면 사외이사들이 수백원대의 M&A 딜에 충분한 판단을 내렸을지 의문이라는 시선이 적잖다. 

사외이사들의 역할에 대한 비판에 대해 대원제약 관계자는 "반대를 던질만한 의견이 없었으며, 사외이사들의 개별적인 의중들을 알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에스디생명공학 인수 당시 사외의사들의 다양한 의견이 있었고 목적, 활용방안 등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표결했다"고 반박했다.

임원들의 과도한 겸직 또한 지배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부분으로 지목된다.

대원제약의 올 3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백승호 회장과 백승열 부회장은 대원제약의 자회사인 대원메디테크의 비상근 이사직을 겸하고 있다. BAEK JONATHAN IN 사장과 백승열 부회장의 장남으로 알려진 백인영 대원제약 이사는 나란히 대원제약의다른 자회사인 대원헬스케어의 비상근 이사직을 맡고 있다. 고질이 된 형제 경영이 자회사 겸직에서도 드러날뿐더러 부(父)-자(子) 겸직까지 판박이다. 백승호 회장 형제와 자녀들 4인 포함 대원제약의 임원 8명이나 자회사 임원을 겸하고 있다.

지난 2023년 3분기 대원헬스케어와 대원메디테크 모두 자본잠식 상태다. 과도하게 겸직을 하면서까지 이루어낸 자회사의 경영 성과에 비춰봤을 때 백씨 가족들의 경영 능력은 주주들의 비난을 피하기 쉽지 않다.  업계에서는 확실한 경영 전문가를 배치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통해 경영 성과를 제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대원제약 관계자는 오너들의 과도한 겸직에도 불구하고 경영성과 부진에 대한 시장의 비판에 대해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겸직을 하고 있다"며 "기업 인수 이후 시간이 얼마 경과 되지 않은 점, 인수 절차가 모두 종료 되지 않은 점이"있다고 말했다. 이어  "열심히 하려고 하고 있고,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제약·바이오 업계와 증권 업계에서는 대원제약의 설명에 대해 비판적이다. 제약·바이오 관계자는 “대원제약은 오랜 형제 경영을 하면서 가족경영이 고착화된 기업”이라며 “고착화된 지배구조를 단기간 내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회사의 경영 악화에 대해서는 오래도록 지적을 받고 있지만, 개선을 보이지는 않고 있는 점은 큰 문제”라며 “제약·바이오 업계 내에서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를 낮게 평가 받는 점은 대원제약의 고착화된 지배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대원제약 ESG 통합 점수. 자료=다올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에 따르면, 대원제약의 ESG 점수는 43.4점으로 △종근당(51.7) △동아에스티(50.3) △HK이노엔(53.2) 등보다 낮다. ESG 성과 분석을 보면, 경영진(52점)과 주주권리(41점) 등에서 점수를 크게 까먹었다. 고령의 가족을 장기간 이사직으로 예우하는 반면 주주가치 제고에는 등한시하고 있는 현실이 반영된 걸로 해석된다. 주주·경영진 등과 더불어 지배구조의 큰 축을 이루는 사외이사의 기능이 미흡한 사실 또한 확연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윤서연 기자 yoonsy0528@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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