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위기] ①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건설사 ‘잔혹사’ 또?
[PF 위기] ①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건설사 ‘잔혹사’ 또?
  • 박정도 전문기자
  • 승인 2023.12.28 13:33
  • 최종수정 2023.12.28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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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벽산 등 건설사 증시 퇴출 이력
‘태영’ 주식의 운명은 어디로?

[인포스탁데일리=박정도 기자 · 윤서연 기자]

사진=태영건설

국내 중견 건설사 태영건설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 태영 주식 운명에도 이목이 쏠린다. 과거 유동성 이슈에 증시 퇴출이라는 비극을 맞은 건설사가 여럿인 터라 건설업계와 증권가에서는 태영건설을 향한 불안감이 상당한 분위기다.

태영건설은 28일 오전 워크아웃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워크아웃은 채권단 75% 이상 동의로 일시적 유동성을 겪는 기업에 만기 연장과 자금 지급 등을 해주는 제도다. 

즉, 거대한 고비만 넘긴다면 기업이 다시 정상화 궤도에 오를 거라는 데 채권단들이 동의한다는 의미다.

오늘 워크아웃 신청 이전부터 시장에서는 이미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가능성을 예상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공식화되기 1거래일 전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진 채 장을 마쳤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돌입할 거라는 이야기는 이미 증권업계 내 상당히 퍼져 있었다”며 “특히 신용평가업계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면서 워크아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 가운데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달 태영건설의 무보증사채와 기업어음을 등급 하향 검토대상에 올렸다. 장·단기 신용등급의 하락 가능성을 높게 본 셈이다. 

한국기업평가 역시 태영건설의 무보증사채 등급전망(아웃룩·outlook)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마찬가지로 태영건설의 위기에 무게를 실었다.

이번 태영건설 위기의 중심에는 PF가 있다. 건설사는 주택·토목 프로젝트 사업 등을 기반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해당 프로젝트의 완료나 청약 등을 통해 유입된 자금을 상환하는 구조인데, 여러 가지 변수가 존재한다. 

건설사 입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조건이 비우호적(고금리 등)이거나, 상환 만기가 짧거나, 주택 청약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자금을 상환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에 건설사는 다른 차입을 일으켜 ‘빚으로 빚을 막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태영건설 경우 2021년 별도 기준 총차입금이 6946억원에서 올 3분기 말 1조 2577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성차입금의 규모도 늘었다. 같은 기간 동안 단기성차입금은 4156억원에서 6014억원으로 확대됐다. 

반면 현금성자산은 줄어든 탓에 순차입금(총차입금-현금성자산)은 2021년 말 2925억원에서 올 3분기 말 8925억원으로 약 3배 규모로 커졌다.
증권업계에서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두고 건설업계 전반에 ‘도미노’ 현상이 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과거, 위기 극복에 실패하고 증시에서 퇴출된 건설사가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태영건설과 유사한 도급순위를 기록한 쌍용건설과 중견건설사인 벽산건설 등이 장기간의 워크아웃·법정관리에도 상장 폐지의 아픔을 맛봤다.

쌍용건설은 자본전액잠식 사유를 해소하지 못하고 증시 입성 21년 만에 퇴출됐다. 벽산건설은 법정관리 돌입 후 여러 차례 M&A를 시도했지만 거듭 실패하면서 증시 퇴출이라는 운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태영건설은 PF 보증의 사업 지연과 금융 비용 누적 등이 비우호적 이슈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며 “PF 보증 중인 미착공 또는 착공 후 분양 전 사업장이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가운데 저조한 분양 경기가 장기화될 경우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쉽게 나타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도 전문기자 newface0303@infostock.co.kr
윤서연 기자 yoonsy0528@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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