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탐험]②SK네트웍스 최성환, ‘불명예 퇴진’ 父 그림자 지울까?
[주가탐험]②SK네트웍스 최성환, ‘불명예 퇴진’ 父 그림자 지울까?
  • 안호현 전문기자
  • 승인 2024.03.05 09:24
  • 최종수정 2024.03.05 12: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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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원, 횡령·배임 혐의에 사퇴…끊임 없는‘오너 리스크’ 부담

[인포스탁데일리=서동환 전문기자]

'2200억대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이 23년 7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등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원
'2200억대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이 23년 7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등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원

[인포스탁데일리=안호현 전문기자]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의 장남인 최성환 사장이 아버지의 불명예 그림자를 지울 수 있을까.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 전 회장은 자리에서 물러나 무죄 입증에 집중하는 처지다. 자리를 이은 아들이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아버지의 사법 리스크는 불안 요소다. 유죄가 확정된다면 기업 이미지·신뢰도에 치명적일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신원 전 회장은 지난해 5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횡령·배임) 등 혐의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 참석했다. 약 2235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다. △개인 골프장 사업 추진 △가족·친인척에 허위 급여 지급 △부실 계열사 자금지원 등이 양형 사유다. 개인 골프장 사업 추진 경우, 260억원 규모의 개인 채무를 회사가 대신 이행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계열사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때 개인 자금으로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한 걸로 속여 신성장동력펀드가 275억원 상당의 BW를 인수하게 한 혐의와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자금을 해외로 반출한 혐의도 있다. 검찰이 재판에 넘긴 혐의는 11개. 최신원 전 회장의 혐의가 다양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또 최 전 회장의 혐의에 동원된 계열사 수만 무려 6곳. SK네트웍스를 비롯, △SKC △SK텔레시스 등이 최 전 회장의 범죄에 연루된 셈이다. SK네트웍스의 지배력, 엄밀히 말해 최 전 회장의 지배력이 닿은 계열사는 모두 그의 혐의와 관련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1심 재판부는 최 전 회장의 혐의 가운데 일부와 금융실명법·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인정,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최 전 회장이 항소하며 현재까지 재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그가 내린 결단은 사퇴. 2021년 10월 29일자로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2021년 2월 구속돼 구속기간이 만료된 지 25일 뒤다. SK그룹 창업주인 고(故) 최종건 회장의 차남의 비참한 말로다.

최신원 전 회장의 사퇴를 두고 그룹에 부담을 덜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하는 시선이 많다. 하지만 그가 계열사에 끼친 피해는 적잖았다. SKC는 횡령·배임 범죄에 연루된 탓에 보름 동안 주식 거래가 정지되는 날벼락을 맞았다. 비록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는 오르지 않았지만, 상장사 내 대규모 횡령·배임 건이 터질 때마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는 척도로 지목되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SK매직 로고
SK매직 로고

SK매직에 끼친 여파는 더했다. SK매직은 오래도록 준비한 IPO가 미뤄지는 충격을 떠안았다. SK매직은 IPO를 위해 2018년 주관사 선정을 마친 상태였다. 2020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연결 기준 매출 1조 246억원, 영업익 818억원)을 기록한 데다 신용등급 상향(A0→A+)이라는 훈풍도 맞으며 무난한 증시 입성이 예상됐다. 

하지만 최 전 회장의 사법 리스크 한 방에 IPO 꿈은 좌초된 상태다. SK매직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서려던 모회사 SK네트웍스에도 불똥이 튀었다.

일각에서는 최 전 회장의 재판 결과가 기업가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거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재계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형인 최 전 회장을 두고 세종대왕의 형인 양녕대군에 비유하곤 한다”며 “최태원 회장과 비교해 능력이 떨어지고, 간혹 직설적 화법으로 그룹에 곤란을 초래할 때가 많아 SK네트웍스의 주가 억제기라는 평판을 받아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 전 회장이 공식적으로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재판 결과는 SK네트웍스 이미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아들이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는데 아버지가 브레이크를 거는 형국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장이 2024AGM 현장에서 오프닝 스피치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 SK네트웍스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장이 2024AGM 현장에서 오프닝 스피치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 SK네트웍스

최 전 회장의 장남인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장은 최근 기업 설명회를 열고 인공지능 중심의 사업형 투자 회사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AI를 접목해 2026년까지 영업이익을 7000억원대로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의 3배 규모를 2년 내 달성하려는 플랜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은 ESG를 강조하지만, 잊을만하면 터지는 오너 리스크에 속수무책”이라며 “법정 구속됐던 최태원 회장, 일명 ‘맷값 폭행’으로 얼룩진 최철원 SK네트웍스 전 상무 등에 이어 최신원 전 회장 또한 SK그룹 오너 리스크에 이름을 올려 역행하는 ESG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은 2013년 계열사 자금 497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2015년 8월 사면될 때까지 2년 7개월 동안 수감 생활을 했다. 그의 사촌동생인 최철원 SK네트웍스 전 상무는 2010년 10월 SK그룹 본사 앞에서 시위를 하던 운전 기사를 사무실로 불러 야구 방망이 등으로 폭행, 전치 2주의 부상을 입혔다. 

특히 맞은 대가로 2000만원을 받겠다는 각서를 쓰게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큰 비난 여론이 일었고, 이는 재벌의 안하무인을 다룬 영화의 모티브로 쓰였다. 최 전 상무는 이 사건으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 받았다가 항소심을 통해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20시간으로 감형 받았다. 다만 감형 사유가 “사회적 지탄을 받은 점”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재판부에도 비난 여론이 일었다.

안호현 전문기자 vicahh@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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