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탐험]③한미약품 승계…장녀 주도에 장·차남 ‘가처분’ 신청
[기업탐험]③한미약품 승계…장녀 주도에 장·차남 ‘가처분’ 신청
  • 신민재
  • 승인 2024.01.19 17:06
  • 최종수정 2024.01.19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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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CI 빅딜’ 장남 배제 속 장녀 임주현 사장 ‘속전속결’ 
 장·차남, 법정 투쟁 예고하며 ‘남매의 난’ 서막 열어

[인포스탁데일리=신민재 ]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 사이 지분 맞교환 등 협업을 골자로 한 빅딜이 단행되면서 한미약품그룹의 승계 구도에도 이목이 쏠린다. 세상을 떠난 창업주의 장녀 주도로 거래가 이루어진 가운데 장남이 배제된 구도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시선이다. 이를 뒷받침 하듯, 장녀에게 ‘속전속결’로 당하던 장남과 차남이 ‘가처분 신청’을 예고하며, 본격적인 ‘남매의 난’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그룹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와 OCI그룹은 지난 12일 각사 현물출자와 신주 발행 취득 등을 통한 그룹 간 통합 합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거래는 △구주 매입 △현물출자 △신주 취득 등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졌다. 이 결과 OCI홀딩스가 두 기업 집단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가 중간지주사가 된다.

한미약품그룹에서 이번 거래를 이끈 건 오너 일가인, 송영숙 모녀(母女)다. 

2020년 별세한 창업주 고(故) 임성기 명예회장의 배우자인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OCI와의 협업 성사를 위해 전면에 나섰다. 송 회장과 임 사장은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현물출자, 그 대가로 OCI홀딩스 신주를 취득하게 된다. 임 사장은 OCI홀딩스 지분 8%대를 취득, 개인으로서는 가장 높은 지분율 보유하게 된다. 

OCI홀딩스의 한미사이언스 지분 취득 후 한미사이언스 지분율 변동. 자료=DB금융투자
OCI홀딩스의 3자배정 신주 발행 후 지분율 변동. 자료=DB금융투자

OCI홀딩스가 두 그룹의 컨트롤 타워인 지주사로 되는 만큼, 빅딜에 따른 임주현 사장의 입지를 유추해 볼 수 있다.

반면 임주현 사장의 다른 형제이자 창업주의 두 아들은 이번 거래에서 배제된 걸로 알려졌다. 고 임성기 명예회장의 자녀로는 장녀 임주현 사장 외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장, 차남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등이 있다. 

당초 두 아들은 이번 빅딜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장남 임종윤 사장은 지난 13일 SNS를 통해 “한미나 가족, 어떠한 형태로 고지나 정보, 자료를 전달받은 적이 없다”며 “현 상황에 대해 신중하고 종합적으로 파악한 뒤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언급한 걸로 알려졌다. OCI와의 거래를 두고 말을 아꼈지만, 빅딜에서 배제된 데 따른 불쾌한 감정은 감지됐다

하지만, 장남과 차남은 ‘빅딜’이 시작된 후 며칠 만에 ‘확전’으로 선회했다. 

장남과 차남인 임종윤·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은 17일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에 반대하는 가처분신청을 냈다고 밝혔다. 임종윤 사장은 이날 자신의 개인회사인 코리그룹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한미사이언스의 임종윤 및 임종훈은 공동으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금일 수원지방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법률대리인으로 법무법인 지평을 선임했다.

이처럼 장남과 차남의 반발이 본격화 되기 전부터, 시장에서도 장녀 위주의 구도로 ‘빅딜’이 진행되는 데 관심을 표하고 있다. 설립 후 철저히 가족 경영이 이루어진 기업인 만큼 장남이 배제된 가운데 작업이 장녀 중심으로 이루어진 게 일반적이지 않다는 시선이다. 

창업주 자녀 세 사람 모두 한미사이언스의 주주다. 임종윤 사장과 임종훈 사장은 각각 12%대, 7%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미사이언스 경영진에 속하지 않은 차남 임종훈 사장과 달리 장남 임종윤 사장은 약 20년 동안 근무하며 회사 공동대표에까지 올랐다. 회사의 주요 인사이자 오너 2세, 그것도 장남이 빅딜에 끼지 못한 점에 의구심이 짙어지는 이유다.

때문에 장녀가 거대한 거래를 주도했지만, 여전히 승계 구도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미약품 오너 일가

임주현 사장의 두 형제가 빅딜을 두고 어떠한 행보를 보일지가 미지수라는 의견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창업주 별세 후 장남이 그룹을 이끈 OCI그룹과 달리 장남이 있음에도 장녀가 딜을 거래한 점에서 한미약품그룹 내부 분위기에 관심이 간다”며 “창업주의 장남과 차남이 OCI와의 협업에 어떠한 영향을 받고, 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형제 사이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낼 경우 상황이 복잡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의 경우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현물출자함에 따라 두 사람의 우호 지분은 OCI홀딩스로 모인다. 즉, 한미사이언스의 주요 주주는 △OCI홀딩스(송 회장, 임주현 사장 보유분 흡수) △임종윤 사장 △임종훈 사장 등이 된다. △창업주의 장남·차남이라는 지위 △도합 20% 수준의 지분율 등을 감안하면, 한미사이언스 내 두 사람 영향력을 간과할 수 없다는 평가다. 

신민재 dydrhkd4@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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