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네이버 노조, 최인혁과 극단선택 A씨 관계 알고도 묵살했다"
[단독] "네이버 노조, 최인혁과 극단선택 A씨 관계 알고도 묵살했다"
  • 박상인 기자
  • 승인 2021.07.14 07:00
  • 최종수정 2021.07.14 1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인혁 전 COO, 개발자 A씨 계열사서 발탁...사망사고의 본질 왜곡돼

[인포스탁데일리=박상인 기자] 최근 본지 기자가 작성한 <네이버노조, 국민연금까지 끌어들여 최인혁 저격...전문가 “네이버, 권력다툼 가능성 높아”>에 대한 논란으로 씁쓸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본지 기자는 직장 내 괴롭힘 사망사고에 대한 보도를 적극적으로 다뤄 사회적 이슈와 공론화에 앞장섰습니다. 또 언론의 '감시'와 '비판'이라는 사명 앞에 해당 사망사고에 대한 사측의 대응이 미흡할 경우 거침없는 기사를 작성했다고 자부했기에 더욱 착잡한 심경입니다. <3월 8일자 인포스탁데일리 [단독] 정의선 회장 지적이 실무자에게 폭언-비아냥 '증폭'... 윗선 눈치보기가 현대차 직원 극단선택으로 등 참조>

지금 논란의 중심에는 두가지 사안이 대두됩니다. '최인혁 책임론'과 관련된 기본 전제들인데요. 첫번째는 최인혁 네이버 전 COO가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인 신모 임원을 직접 재입사를 시킬 정도로 최측근이었는지 여부입니다. 다른 하나는 최인혁 전 COO와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A씨와의 관계입니다. 

우선 본지 기자는 해당 사실을 어렵사리 취재한 이후, 지난 6월 17일 네이버 노조 측에 먼저 해당 사실을 알렸다는 점입니다. 이유는 네이버 노조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자체 조사를 진행 중이었고, 발표 시 주요 내용들이 누락되지 않도록 배려하려 했습니다.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초대 대표. 사진=네이버

 최인혁 전 COO, 개발자 A씨 계열사서 발탁...사망사고의 본질 왜곡돼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 사망사고의 주요 이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 사망사고가 알려진 지난 5월 직장인 익명게시판 블라인드에 따르면 ‘극단적 선택을 한 네이버 개발자 A씨가, 재입사 당시부터 문제제기가 있었던 신 모 임원에게 과도한 업무지시와 압박을 당했고, 신 모 임원은 네이버 최고위층 최인혁 전 COO의 최측근, 이른바 ‘COO 라인’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최인혁 전 COO는 신 모 임원을 비호했고, 결론적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최인혁 전 COO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글의 요지입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미디어들이 이 사실을 접하고 대서 특필했습니다. 위에 언급된 내용도 대부분 기정사실화 돼 기사에 실렸습니다. 물론 네이버를 출입하는 본지 기자도 해당 기사를 신속히 보도했습니다.

네이버 노조는 중간 조사결과 발표를 전광석화처럼 진행했고, 그 발표 또한 저희 인포스탁데일리를 포함한 모든 언론이 일제히 받아 썼습니다. 그런데, 네이버 노조의 최종 조사결과 발표를 얼마 남지 않는 시점에, 최인혁 전 COO와 신 모 임원이 재입사 전에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또 취재 중 최인혁 전 COO가 사망한 개발자 A씨를 계열사에서 발탁해 데려왔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 네이버 괴롭힘 사망사고에 대해 알고 있던 사실들이 송두리째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해당 취재 내용을 데스크에 보고하고, 편집국장까지 배석한 자리에서 진위를 다각도로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장시간의 회의를 거쳐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고,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다룬 기사 논조와 다른 방향으로 해당 사건을 바라봤습니다. 하지만, 매체파워가 부족했던 탓인지 진실을 외쳐보지만, 돌아온 건 공허한 메아리뿐이었습니다. 

취재된 내용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다면 해당 보도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상황이었습니다. 그만큼 취재된 내용이 기사화될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데, 내부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입니다. 인포스탁데일리는 취재 내용을 기사화하고, 출고하기 전날인 6월 16일 네이버 노조에 우선 취재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앞장서는 네이버 노조가 자칫 곤란에 빠질 수 있다는 판단과 크로스체크를 통한 검증을 받고자 한 겁니다.

사진=네이버 공동성명 홈페이지

네이버 노조, 최인혁 전 COO와 개발자 A씨 관계 알고 있었다

지난 6월 17일 네이버 노조 핵심관계자와의 통화에서 ‘최인혁 전 COO가 괴롭힘 당사자인 신 모 임원을 전혀 몰랐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와 ‘사망한 A씨를 최인혁 COO가 자회사에서 발탁해 본사로 데려온 것은 아느냐’라고 되물었습니다.

최인혁 전 COO와 신 모 임원이 재입사 당시까지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는 사실을 네이버 노조 측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망한 A씨를 네이버 자회사에서 최인혁 전 COO가 직접 발탁해 데리고 온 사실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때까지 본지 기자는 사망한 A씨가 속해 있던 자회사 NTS의 회사명을 몰랐기에, 회사 이름을 되물어 보기도 했습니다. 네이버 노조와의 통화 뒤 기사화를 결정하고, 관련 내용을 윗 선에 보고하니, 보충 취재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사실 현장 기자들에게 '보충 취재지시'는 내용이 부실하다는 의미와 같습니다.

시간이 흘러, 네이버 노조 측은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했고, 그 안에는 본지 기자가 제보했던 내용은 전혀 고려돼 있지 않았습니다. 해당 내용은 괴롭힘 사망사고와 관련된 중요한 사실이었기 때문에 네이버 노조는 해당 내용을 취사 선택해서는 안됐습니다. 괴롭힘 사망사고와 관련된 중요한 사실 관계를 취사 선택한 네이버 노조가 어떤 저의를 가지고 있던, 갖고 있지 않던 중요치 않습니다. 중요한 건 졸지에 남편을 잃은 미망인과 어린 아들이 아빠 없는 하늘아래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도록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종조사 보고서 발표 이후 9일 진행한 네이버 REBOOT 문화제. 사진=네이버노조

참고로, 인포스탁데일리가 시리즈로 다뤘던 현대차 남양연구소 직장내 괴롭힘 사망사고에 대해 민주노총의 핵심인 현대차 노조는 관심을 갖지도 않았습니다. 노조를 구성하는 생산직 관련 이슈가 아니라는 시각에서 비롯된 접근으로 보여집니다. 사측 역시 미망인이 남편의 죽음을 회사 책임으로 돌리려는 독한 여자로 치부하고, 죽은 자동차 디자이너는 부부불화가 있는 우울증환자로 둔갑시켜 버렸습니다.

사측은 해당 자동차 디자이너 사망 당시, 같이 근무했던 직원들의 단체 조의금조차 개인적 이유로 인한 극단적 선택이라며 불허했고, 산업재해 역시 신청해서 판결나면 처리해 주면 그만이라는 식이었습니다. 기자가 아닌 한사람으로써 현대차 직장 내 괴롭힘 사망사고로 인한 유가족의 비극이 네이버에서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우리가 가장 기억해야 할 사람들은 고인이 된 A씨와 미망인, 그리고 그 어린 아들입니다. 

박상인 기자 si2020@infostock.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