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스탁데일리=(세종)윤서연 기자] 쿠팡의 현장조사 중단 사태를 두고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공정위 조사가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게 된 것은 매우 중대한 일"이라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최근 기업들의 집행정지 신청으로 현장조사와 시정명령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이를 계기로 강제조사권이나 특별사법경찰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에는 선을 그었다.
주 위원장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쿠팡에 대한 현장조사가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중단된 것과 관련해 이 같이 말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달 쿠팡이 납품업체에 할인쿠폰 비용을 전가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현장조사에 나섰지만 쿠팡 측이 사전통지 절차를 문제 삼으며 조사에 응하지 않아 철수했다. 이후 쿠팡은 공정위의 직권조사 결정 취소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대규모유통업법과 관련해 피조사업체 반발로 현장조사가 무산된 것은 이례적인 사례로 알려졌다.
주 위원장은 "공정위 현장조사는 피조사자의 동의를 구해 이뤄지는 것으로 경찰이나 검찰의 압수수색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라며 "현장조사 때문에 기업의 영업이나 생산활동이 중단되는 일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30일 정도 현장조사를 유보하면 실질적으로 현장조사의 실효성이 무력화됐다고 볼 수 있다"며 "대규모유통업법은 대규모 유통업체와 거래하는 소상공인의 권익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조사 회피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내부 조사규칙을 손질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주 위원장은 "조사와 관련된 여러 내부 규칙을 다시 한번 돌아보면서 이런 방식으로 조사를 피할 수 있는 여지를 보다 분명하게 없애는 개정 방안을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조사 거부 논란을 계기로 강제조사권이나 특별사법경찰 제도를 도입하는 데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주 위원장은 "현재 조사와 관련해 문제가 있었던 것은 2개 사건이고 대부분의 조사는 기업의 협조를 잘 받아 이뤄지고 있다"며 "이들 사건 때문에 지금까지 도입하지 않았던 강제조사나 특사경 제도를 본격적으로 고려해야 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쿠팡 창업자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동일인 지정과 허위자료 제출 의혹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조사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원은 지난 7월 김 의장을 쿠팡의 동일인으로 지정한 공정위 처분의 효력을 본안 판결 이후 30일까지 정지했다. 공정위는 김 의장의 친동생이 쿠팡 경영에 사실상 참여하고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기존 쿠팡 법인에서 김 의장으로 동일인을 변경 지정한 바 있다.
주 위원장은 "동일인 지정은 매년 이뤄지는 판단이기 때문에 올해 판단을 계속 정지하고 있으면 올해 판단 자체가 의미가 없어지고 내년에 다시 판단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며 사법부의 신속한 판단을 요청했다.
이어 "종전에 쿠팡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때 친족이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제출한 바 있는데 조사 결과 그와 반대되는 자료가 있었다"며 "위법 사항을 신속히 확인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치권에서 한국 공정위의 쿠팡 관련 법 집행을 문제 삼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해외 기업을 차별하지 않고 기존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주 위원장은 "필요하다면 외교부를 통해 의견을 전달하는 게 가장 바람직할 것"이라며 "공정위는 거기에 연연하지 않고 절차적 공정성을 지키면서 해외 기업을 차별하지 않고 비차별적으로 법 집행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가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경쟁법을 집행한 역사는 25년이 넘는다"며 "지금까지 다른 해외 경쟁당국으로부터 법 집행의 비차별성이나 절차적 불공정성이 문제 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쿠팡뿐 아니라 한화의 자료제출명령과 제지·제분업체의 가격재결정명령에 대한 효력정지 결정에도 유감을 나타냈다. 주 위원장은 가격재결정명령과 관련해 "주기적으로 가격 재결정과 경쟁 회복 여부를 판단할 기회가 상실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가격재결정명령이 기업에 회복할 수 없는 침해를 야기하는지는 의문인 반면, 명령을 집행하지 못할 경우 소비자 전체에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쿠팡과 한화 등 기업들이 공정위 조사 단계에서부터 집행정지 신청에 나서면서 공정위 조사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네이버와 두나무의 기업결합 심사에 대해서는 연내 심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두나무와 네이버의 경우 신중한 판단을 하는 데 필요한 경제분석과 자료가 매우 많다"며 "10여개 연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고 있고 심사 과정에서 10차례 이상 자료를 요청할 수밖에 없는 복잡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독과점 사업자에 대한 기업분할이나 영업양도 등 구조적 조치와 관련해서는 재산권 침해라는 지적에 반박했다. 그는 "영업을 양도하면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를 대가로 받을 수 있어 재산권은 유지된다"며 "다른 방법으로 해소하기 어려운 독과점력 남용을 막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이 향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추가로 취득해 대주주 요건을 갖추게 될 경우에는 기업결합 심사를 통해 국내 방산업체와 납품업체에 대한 독점적 지위 남용 가능성을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윤서연 기자 yoonsy0528@infostoc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