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남양유업의 ‘흥망성쇠’, 57년 오너경영 ‘마침표’
[현장에서]남양유업의 ‘흥망성쇠’, 57년 오너경영 ‘마침표’
  • 안호현 전문기자
  • 승인 2021.05.29 19:02
  • 최종수정 2021.05.31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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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분유(粉乳)’ 대중화와 남양유업의 고속성장
연이은 악재에 홍원식 회장, 오너경영 ‘마침표’
조선일보 사위 한상원, 남양유업 지분 인수
남양유업 본사 전경. 사진=인포스탁데일리 DB
남양유업 본사 전경. 사진=인포스탁데일리 DB

[인포스탁데일리=안호현 전문기자] 남양유업의 홍원식 회장이 지분 전량을 사모펀드에 매각하면서 사실상 기업경영에서 손을 떼게 됐다. 반백년 동안 식품제조 외길만을 걸어온 남양유업은 ‘품질 최우선’이라는 기업 철학과 함께 줄곧 업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영업사원의 갑질 논란부터 불가리스 과장광고 논란까지 연이은 악재 탓에 지난 10년 소비자의 신뢰를 잃어버린 남양유업의 기업 이미지는 크게 훼손됐다. 홍원식 회장은 결국 57년 오너경영의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지난 1964년 충남 천안에 건립된 남양유업 첫 분유공장 전경. 사진=남양유업
지난 1964년 충남 천안에 건립된 남양유업 첫 분유공장 전경. 사진=남양유업

◇60년대 ‘분유(粉乳)’ 대중화와 남양유업의 고속성장

남양유업은 지난 1964년 충남 천안에 제1공장을 설립한 이후 불황 속에서도 견실한 기업으로 이름을 날렸다.

한국전쟁 이후 귀하디 귀한 ‘분유’를 본격적으로 생산하면서 국내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60년대 초 분유의 가격은 쌀 1말 정도로 ‘금유(金乳)’라고 불리기도 했다. 어려운 시기 남양유업이 대량으로 만든 분유 덕분에 일반인들도 낮은 가격에 분유를 구매할 수 있었다.

창업주인 홍두영 회장은 “기본에 충실하고, 끝마무리가 철저해야 한다”고 임직원에 강조하면서 기업의 철학과 가치를 확립하는데, 노력했다. 특히 지난 1997년말 IMF로 인해 국내 대기업들이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을 당시 남양유업은 고속성장을 이어가면서 홀로 빛을 냈다.

실제로 남양유업은 당시 무려 20% 이상의 성장을 보였는데, 이는 ‘기본’과 ‘품질’ 이라는 경영철학이 만들어낸 성과였다. 남양유업은 실속 경영으로 유명하다. 작지만, 탄탄한 기업으로 내실을 다지면서 사업 다각화는 철저히 배제했다.

이런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남양유업이 생산한 200여 가지 제품들은 장수 상품으로 소비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남양유업에서 생산하는 분유 제품들. 사진=남양유업
남양유업에서 생산하는 분유 제품들. 사진=남양유업

◇연이은 악재에 홍원식 회장, 오너경영 ‘마침표’

홍원식 회장은 지난 28일 지분 전부를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에 매각했다. 지난 13일 남양유업이 불가리스 논란이 발생한지 44일 만이다.

남양유업은 자사의 유산균 음료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고 과장 광고를 하면서 정부의 행정처분과 함께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악화된 여론은 좀처럼 사그라 들지 않았다.

앞서 지난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로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고, 최근 외손녀인 황하나 씨의 마약 투약 혐의에 불가리스 논란까지 겹치면서 사실상 남양유업의 기업 이미지는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쳤습니다.

이 같은 비판 여론은 남양유업의 경영실적으로 이어졌다. 남양유업은 매년 실적 하락세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230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0.3% 하락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무려 138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매일유업과 빙그레가 모두 실적이 향상된 것과 대조적이다.

홍원식 회장이 직접 나서 대국민 사과까지 했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결국 홍원식 회장은 전량 지분을 매각하면서 경영에서 손을 뗀 것이다.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이사 사장. 제공=한앰컴퍼니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이사 사장. 제공=한앰컴퍼니

◇조선일보 사위 한상원, 남양유업 지분 인수

남양유업은 지난해 무려 77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1964년 창사이래 최대 위기를 맞이했고, 결국 홍원식 회장은 경영권을 아예 넘긴 것이다.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의 지분 전량을 인수했다.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는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효율화를 통해 남양유업의 기업 가치를 제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사결정과 감독 기능을 하는 이사회와 업무 집행임원을 분리하는 집행 임원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상원 대표는 방상훈 조선일보 대표이사 사장의 사위다. 한앤컴퍼니는 지난 2013년 적자인 웅진식품을 1150억원에 인수해 2018년 대만 유업기업인 퉁이그룹에 2600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5년만에 1450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한앤컴퍼니가 지분을 인수하자 남양유업의 주가는 급등했다. 시장에선 긍정적 신호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은 “기업사냥꾼에 남양유업이 넘어갔다”, “조선일보의 막강한 힘을 이용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면서 비판의 댓글도 있다.

 

안호현 전문기자 ahh@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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