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손보 자사주 매입, 주가 부양 배경… 오너 일가, 주담대 반대매매 방어 목적이었나
DB손보 자사주 매입, 주가 부양 배경… 오너 일가, 주담대 반대매매 방어 목적이었나
  • 박효선 기자
  • 승인 2020.03.24 08:40
  • 최종수정 2020.03.24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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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 전 회장 일가 주식 대부분 금융권에 담보로 잡혀
김남호 부사장 주담대 30일 만기 도래
DB손보 주가 현 수준 보다 떨어지면 담보 가치↓·상환 압박↑
금융사들 담보권 실행 시 지분 축소… 경영권 위협 가능성

[인포스탁데일리=박효선 기자] DB손해보험이 자사주를 잇따라 사들이며 주가방어에 나섰다. DB손해보험은 지난 1월 말 406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이어 지난 19일 장 마감 후 926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공시했다. 취득예정주식은 354만주(발행주식 총수 대비 5%)이며 취득기간은 오는 6월19일까지다.

지난 19일 2만원 초반이었던 주가는 공시 이후 다음날 급등했다.

회사 측은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증권가 일각에선 김준기 전 회장 등이 주식을 담보로 받은 대출 만기가 다가오면서 주가가 반대매매로 처분될 수준까지 떨어지자,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 방어에 나선 게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된다.

DB손해보험의 현 주가는 2만원 후반대로 여기서 주가가 더 떨어지면 담보 가치도 하락해 반대매매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준기 전 회장 일가 주담대 반대매매 리스크 노출… 만기 연장·주가 부양 배경

DB손해보험 최근 3개월간 주가 추이. 출처=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김 전 회장과 장남 김남호 DB손해보험 부사장, 장녀 김주원씨 등 회장 일가는 총 1032만3786주(14.58%)의 주담대를 설정(질권 설정 포함)했다. 김 전 회장은 보유 주식의 전량을, 김남호 부사장도 대부분의 보유 지분(약 88%)을 담보로 걸었다.

앞서 광주은행과 맺은 김 전 회장의 주식담보대출 계약 만기는 지난 12일 도래했으나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1년 더 연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담보로 제공한 주식은 67만2000주다.

오는 30일에는 대신증권과 체결한 김남호 부사장의 주식담보 물량(50만주) 만기가 도래한다. 다음날인 31일은 김주원씨가 하나은행에 32만8090주를 담보로 하나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 만기일이다.

이처럼 김 전 회장 일가는 전체 보유 주식의 대부분을 금융권에 담보로 맡겼으며 일부 물량은 이달 말 만기가 도래해 반대매매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주담대 리스크를 풀어낼 열쇠는 궁극적으론 실적이지만 현재로서는 당장 반대매매부터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각자 대출 받은 시기와 당시 주가에 따라 담보 비율이 달라질 수 있어 마진콜(추가담보) 발생 시점은 명확히 알 수 없으나 주담대의 경우 담보의 통상 60% 정도가 대출 취급액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적어도 DB손보 주가는 2만원 후반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담보 주식 가치가 대출금의 140% 이하로 떨어지면 마진콜이 발생하고, 이후 추가하락에 따른 반대매매로 주식이 강제 처분된다.

◇주담대 돌려막기 부메랑 되나… 배당금으로 대출 상환

출처=금융감독원 공시

앞서 김 전 회장과 김 부사장은 지난 2012~2013년 동부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동부건설 차입금 상환지원을 위해 은행·증권사 등 금융사로부터 DB손해보험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보유한 DB손보 주식을 담보 잡아 자금을 빌린 뒤 동부건설 차입금을 상환하는 구조로 사실상 ‘돌려막기’를 해온 것이다. 다만 8000억원에 달했던 동부건설 차입금은 회생절차를 거쳐 일부 채무를 탕감받아 지난해 3분기 기준 71억원 규모로 대폭 줄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주식을 담보로 받아온 대출 건에 대한 상환 압박을 받고있다.  

지금까지는 DB손보 배당금을 통해 대출금을 상환하고 리파이낸싱, 계약 연장 등으로 시간을 끌어왔으나 만기가 줄줄이 도래하는 가운데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금융사들은 담보권을 실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김 전 회장 일가 지분이 축소되며 경영권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DB손해보험이 해마다 실적 대비 후한 배당을 실시하고,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배경으로 해석된다.

대출 상환자금은 DB손보로부터 받는 배당금으로 해결하는 것으로 보인다. DB손해보험의 지난해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은 각각 3729억원, 5123억원으로 전년 보다 27.6%, 31.7% 쪼그라들었다.

반면 배당성향은 23.8%(2018년)에서 24.5%로 확대됐다. 주당 배당금은 1500원이다. 이에 따라 김 전 회장은 약 71억원, 김 부사장은 약 88억원, 김주원씨는 약 33억원의 배당금을 받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DB손해보험의 2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10%)이며 미국 투자자문회사인 매튜 인터내셔널 캐피탈 매니지먼트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펀드 어드바이저가 각각 5.02%, 5.01%의 DB손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박효선 기자 hs1351@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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