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중국사업으로 경영능력 첫 시험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중국사업으로 경영능력 첫 시험대
  • 이찬우 선임기자
  • 승인 2019.03.07 14:14
  • 최종수정 2019.03.07 14: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내 판매부진으로 현대기아차 현지 공장 가동 중단 검토
합작사 관계, 시장 포지셔닝 문제 등 구조적 난제 해결 주목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사진제공=현대차그룹<br>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사진제공=현대차그룹<br>

[인포스탁데일리=이찬우 선임기자] 포스트 정몽구 체제’ 안착을 위해 본격 행보 중인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총괄 수석 부회장이 중국 시장 부진이라는 암초를 만나 경영 능력을 본격 시험받게 됐다.

자동차가 단순 이동수단에서 갈수록 첨단 기술이 결합된 전자기기화(하이테크 디바이스)하는 추세 속에서 정부회장이 어떤 미래지향적 의사 결정을 할 것인지 주목되는 상황에서 당장 닥친 중국시장 부진을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받아들은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7일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가 이르면 다음달부터 베이징 1공장 가동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중국 베이징 1~3공장, 창저우 4공장, 충칭 5공장, 쓰촨 상용차 공장 등을 가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 30만대 생산규모의 베이징 1공장 가동을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016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으로 시작된 중국 정부의 보복조치 등으로 현지 판매량이 급감한 데다 최근 2년간 공장 가동률이 50% 아래로 떨어지자 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카드를 뽑아든 것으로 분석된다.

베이징현대는 이에 앞서 지난 1월부터 현지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전환배치와 희망퇴직 등을 통해 약 2000여명의 인력을 감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현대의 베이징 공장은 장기적으로 이전이 예정된 상황이었다. 수년 전 부터 베이징시 당국이 환경개선과 도시개발 등을 이유로 베이징시 행정구역 내 위치한 공장 이전을 계속 독촉해 왔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4공장이 위치한 창저우를 이전 부지로 유력하게 검토하면서도 베이징시로부터 받을 보상금 규모를 크게 받는데 집중하면서 실제 이전에 따른 조치는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베이징현대의 생산 대비 판매 상황을 봤을 때 기존 생산능력을 유지하는 것은 부담”이라며 “공장이전 보상금 규모를 고려해 구조조정 조치를 머뭇거리기 보다는 몸집을 가볍게 하는 게 우선이라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현대차는 추가 공장 가동 중단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연 80만대 수준인 판매 실적과 향후 전망으로 봤을 때 5공장 체제를 장기적으로 2~3개 공장으로 재편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몸집 줄이기 등의 조치 만으로 현대차의 뒤떨어진 중국시장 경쟁력이 살아날 수 있는가이다. 당장은 약간의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오겠지만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 요인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대부분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현대차의 중국시장 경쟁력 하락은 합작사와의 불협화음, 자동차 포지셔닝의 한계 등이 주력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우선 현대차의 중국 합작 파트너인 베이징자동차의 지나치게 경직된 태도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시장 상황에 맞춘 유연한 대응이 베이징측의 비협조로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지난해 초부터 현대차는 판매 부진 타개책으로 신규 SUV 차종을 투입하려 했으나 베이징측에서 거부해 뜻을 이루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측은 이에 그치지 않고 자체 개발한 SUV 차종을 독자적으로 시장에 출시하기까지 해 현대차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현대차 협력업체의 한 관계자는 “베이징이 더 이상 현대차에 아쉬울 게 없다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며 “베이징차와의 협력관계를 어떤 방식으로 이어갈지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측과 합자로 진행되는 중국자동차 사업에서 중국측 지분 보유가 50% 이내로 완화되는 2022년까지 어떤 형식으로 든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정부회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현대차의 시장 입지에도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우선 중국 현지 업체들의 자동차 개발 능력이 향상되면서 저렴한 가격에 잇따라 신모델을 출시하면서 현대차의 가장 큰 경쟁력이었던 가격에서 크게 밀리고 있다. 게다가 벤츠 BMW 아우디 등 고급차 브랜드에 비해서도 가격 쟁쟁력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교민 최모씨(49)는 “중국에서 판매되는 ‘쏘나타’나 ‘그랜저’ 가격이 동급 벤츠 차량 등과 비교해 별 차이가 없다”며 “교민들이야 애국심으로 현대차를 산다지만 중국인들의 선택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그룹에서 중국 시장의 또다른 축인 동펑위에다기아차 역시 북경현대차와 사정이 다를 바 없다. 동펑위에다기아는 장쑤성 옌청시에 90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3개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데 이 중 15만대 규모 1공장을 아예 매각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옌청 공장은 판매 저조로 이른바 ‘유목 생산’으로 최소한의 가동율을 유지하고 있다. 유목생산이란 생산직 근로자들이 마치 유목민처럼 공장을 이동하면서 작업하는 방식을 기아차 내부에서 자조적으로 일컫는 용어이다. 가동율이 떨어지면 시급을 지급받는 근로자들의 소득이 줄어 이탈이 불가피한데 신규 채용을 하지 않고 남아있는 근로자들로 공장을 가동하기 위한 조치이다.

기아자동차의 한 관계자는 “비용절감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유목생산 방식 등을 써왔지만 생산능력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필요성에서 1공장 매각은 지난해부터 검토해왔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도 현대차 그룹의 당면 과제로 중국시장 정상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해말 최고경영진 인사에서 아버지 정회장의 오랜 측근이었던 설영흥 중국사업담당 고문을 자문역으로 일선 후퇴시켰다.

설 고문은 지난 2014년까지 현대차 중국사업담당 부회장으로 재직한 뒤 지난해말 고문에서 물러날 때 까지 현대차 중국사업의 전권을 행사했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당시 인사는 중국시장 판매 부진에 대한 문책이자 본인이 중국 사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인 상징적인 조치로 여겨졌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 부회장의 중국시장 접근 카드는 일단 몸집줄이기인 것으로 판명됐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가 현재 생산능력 이상으로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현실적인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판매 부진이 더 해지면 추가 공장 가동도 불사하겠다는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능력 감축으로 비용절감 효과는 누리겠으나 시장 경쟁력 자체를 끌어올릴 지는 미지수이다. 결국 중국 합작사들과 관계 설정, 중국 자동차 업체와 글로벌 고급차 브랜브들과의 경쟁을 이겨낼 새로운 시장 전략을 얼마나 단기간에 효과적으로 도출해내느냐가 정부회장의 경영능력을 가늠하는 잣대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는 “정부회장이 중국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경쟁력을 이끌어내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룹 경영권을 이어받는데 있어 작용할 걸림돌들을 치우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찬우 선임기자 kmcir@infostock.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