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갇힌 英 ‘노딜 브렉시트’ 한발짝 더… 韓 수출 영향은
안갯속 갇힌 英 ‘노딜 브렉시트’ 한발짝 더… 韓 수출 영향은
  • 최재영 선임기자
  • 승인 2019.01.31 10:55
  • 최종수정 2019.01.31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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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하원 재협상 의결 메이 총리 안전장치로 EU와 재협상
EU "재협상 없다"못 박아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 더 커져
한국 자동차 부품 수출 큰 영향 받을 가능성 높아져
29(현지시간) 영국 하원이 유럽연합과 브렉시트 재협상을 의결하면서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한발 더 높아졌다. 사진= 픽사베이

[인포스탁데일리=최재영 선임기자] 영국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둘러싼 정치적 혼란이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당초 예상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더욱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우려했던  ‘노 딜(No deal) 브렉시트’로 더 가까이 다가가는 분위기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영국 의회가 브렉시트 협상을 부결시킨데 이어 29일 플랜B도 유럽연합(EU)와 재협상 추진을 담은 수정안으로 의결하면서 이제는 한치 앞도 보지 못하는 안개 속에 갇힌 형국이다.

영국은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수출은 물론 중국 등 제3국을 통하는 중간재 수출 종착지라는 점에서 수출기업들의 불안감도 높다.

◆대안 없는 브렉시트 플랜B 부정적 기류 커

31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영국 테레사 메이 총리는 영국 하원이 노딜 브렉시트를 거부하도록 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가결한데 대해 “이것 만으로 실제 노딜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영국 하원에서는 제2국민투표, EU탈퇴 시점 연장 등 메이 총리가 제시한 플랜B 수정안들이 줄줄이 부결됐다. 이 가운데 노딜 브렉시트를 거부한다는 안과 안전장치를 대안 협정으로 대체하자 안이 가까스로 통과됐다.

특히 탈퇴 시한을 연기하자는 안은 이날 부결되면서 정부 합의안 마련과 EU와 재협상까지 시간이 촉박해졌다.

메이 총리는 영국내 반발이 심한 안전장치(backstop)의 대안을 마련해 EU 지도자들에게 브렉시트 재협상 필요성을 설명하겠다는 계획이다.

'안전장치'는 영국과 EU가 미래관계에 합의하지 못하면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국경을 엄격히 통제하는 '하드 보더'(hard border)를 피하기 위해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한다는 내용이다.

메이 총리는 플랜B에 기반으로 종료 시한이 없는 안전장치에 시한을 부여하거 영국에 이를 일방적으로 종료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방안과 안전장치 대신 기술적 해법을 통해 국경을 오가는 상품에 통관정차를 면제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29일(현지시간)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하원에서 브렉시트와 관련해 의원들에게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 영국 하원 홈페이지
29일(현지시간)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하원에서 브렉시트와 관련해 의원들에게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 영국 하원 홈페이지

◆EU 재협상은 없다… 노딜 브렉시트 시계 움직인다

문제는 EU의 시각이다. EU는 영국 하원의 결정에 즉각 비판 성명을 낼 정도로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장클로드 융커 EU 의장은 영국이 EU와 재협상을 추진한 것에 대해 “기존안이 유일한 것이며 노딜 브렉시트 위험성이 더 커졌다”고 평가했다.

융커 의장은 “지난해 11월 타결한 브렉시트 합의문은 재협상 할 수 없다”며 EU 입장을 재차 강조하며 “최악의 상황을 비롯한 모든 시나리오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메이 총리가 제시한 안전장치에 대해서도 “과거 어둠의 시대로 돌아가는 하드보더를 막기 위한 일종의 보험으로 브렉시트 합의문에 남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도 총리실 대변인 논평을 통해 “영국과 EU간 브렉시트 재협상은 의제가 아니다”면서 영국 하원의 재협상안 의결을 비판했다. 또 독일 법무장관은은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의 하드보더는 EU 입장에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사항이라고 못 박았다.

◆엇갈린 시장 분위기… 브렉시트 갈등 계속 커져

시장에서는 보는 평가도 크게 엇갈린다. 주요 투자은행(IB)은 소프트 브렉시트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단 브렉시트 기한은 연기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브렉시트 의회 통과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고 브렉시트 시한은 6월말로 연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가 보는 연기 확률성은 50%다. 반면 노딜 브렉시트는 15%, 노 브렉시트는 35%다. 결과적으로 EU를 떠나거나 잔류하는 두 가지만 고려한다는 뜻이다.

노무라 증권은 파운드화 가치가 지난 6개월 평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을 배경으로 꼽고 금융시장에서도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은 낮게 평가했다.

반면 씨티은행은 소프트 브렉시트 가능성이 높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에 큰 우려를 나타냈다. 소프트 브렉시트가 되더라도 기업의 신뢰와 투자지출 등에서 상당한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영국 하원 브렉시트 수정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노딜 위험을 높게 봤다.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 되면 영국 신용평가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EU에서는 브렉시트 연장에 대해 가장 긍정적인 나라는 스페인이다. . 조셉 보렐 스페인 외무장관은 “현재로서는 브렉시트 데드라인을 연기하는 것이 유일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단 영국정부가 이유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미쎌 바니에르 브렉시트 협상대표는 브렉시트 데드라인 연장에 대해 영국 정부의 요청이 있다면 EU는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폴란드도 3월말 시간이 빡빡하다는 점을 내세워 브렉시트 데드라인 연장 요청이 있다면 수용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 되더라도 한국 수출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중간재 수출이나 자동차 부품 수출 기업은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픽사베이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 되더라도 한국 수출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중간재 수출이나 자동차 부품 수출 기업은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픽사베이

◆수출도 엇갈린 전망, 중간재 수출은 '당혹' 자동차는 '줄타기'

국내에서는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고 보지만 우려는 여전히 높은 만큼 업계와 정부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유럽 전체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중국 등 중간재 시장까지 놓고 보면 상당히 복잡해질 수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 되면 영국과 다시 관세 협상을 벌여야 하는 것이 큰 이유다. 이 경우 FTA에 따른 관세 인하와 통관·인증 절차 간소화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무관세를 적용하던 품목은 물론 영국과의 수·출입 품목 대다수 관세가 올라갈 수 밖에 없는 상항이다.

현재 무관세를 적용받는 승용차와 자동차 부품 업체의 타격이 크다. 승용차는 최대 10%, 차부품은 4.5% 관세가 적용될 것으로 예측된다.

무역협회가 집계한 지난해 5월 기준으로 누적 수출액은 5억7200만달러다. 차부품도 1억1800만달러로 수출 품목 가운데 4번째다. 또 선박은 0.56% 항공기는 1.7%로 인상된다.

영국으로서도 마냥 웃을 수만 없는 일이다. 한국이 영국에서 수입하는 품목을 보면 원유가 10억600만달러, 승용차가 4억3100만달러다. 지난해 1억5000만달러 규모를 수입한 스카치위스키도 무관세에서 20% 세금이 부과된다.

정부도 최근 한국무역협회에서 자동차·철강·석유화학·섬유 분야 단체가 참여한 수출업계간담회를 열고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에 따른 업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달 30일 영국 런던에서 국장급 무역작업반을 열어 FTA 체결 방안도 협의에 나서기로 했다. 무역협회와 코트라도 17일부터 브렉시트 대응지원 데스크를 가동해 관련 동향과 대응 관련 정보를 기업에 제공키로 했다.

반면 EU전체 시장을 놓고 보면 한국차의 경쟁력은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글로벌 자동차와 경쟁하는 닛산, 혼다 등이 영국에 공장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중 도요타는 영국내 9개 제조시설을 갖추고 있어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기업이다. 도요타는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부품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최악의 경우 공장 일시 중단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면 현대차는 체코, 기아차는 슬로바키아에 공장을 두고 있다.

 

최재영 선임기자 caelum@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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