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입수-‘이건희’ 경영철학 핵심 담은 교육자료 ‘知行33訓’
단독입수-‘이건희’ 경영철학 핵심 담은 교육자료 ‘知行33訓’
  • 윤서연 기자
  • 승인 2024.03.22 14:01
  • 최종수정 2024.03.25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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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회장 비서실, 2010년 작성해 경영진 및 차세대 CEO군에 배포
이건희 회장 경영철학을 ‘전략·관리·기본’으로 정리…9개 분야로 세분화
'지행33훈' 표지 일부(사진=인포스탁데일리)

[인포스탁데일리=윤서연 기자]

지난 2020년 타계한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전(前) 회장의 경영철학의 정수가 수록된 교육자료 ‘知行33訓(이하 지행33훈)’을 ‘인포스탁 데일리’가 단독으로 입수했다. 
해당 교육자료는 지난 2010년 2월, 당시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이 작성해 배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표지를 포함해 A4 용지로 모두 99페이지인 ‘지행33훈’은 삼성그룹 경영진 및 차세대 CEO군에 배포된 것으로, 삼성그룹 경영의 교과서 같은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진 및 차세대 CEO군에 배포한 교육자료

삼성그룹은 서문에서 ‘지행33훈’의 작성 목적과 내용을 세 문단으로 나눠 설명했다. 우선 “본  지행33훈은 1997년 이후 경영철학을 정리한 것으로 삼성의 경영자로서 반드시 알고 실천해야 할 내용입니다”라고 썼다. 교육 대상이 단순 임직원이 아니라, 삼성의 ‘경영자’라고 한정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어 “경영철학을 경영전략, 경영관리, 경영기본으로 구분하고 각 영역의 주체, 업무 내용에 따라 9개 분야로 세분했습니다”라고 적혀있다. 서문에 나와 있는 9개 분야는 ①경영자 ②사업전략 ③경영인프라 ④인사조직 ⑤연구개발 ⑥제조생산⑦마케팅 ⑧글로벌 ⑨기업문화 등이다. 

서문은 “삼성의 미래를 이끌어 가시는 경영자께서는 본 핸드북을 가슴으로 읽고, 지혜로 바꾸어 글로벌 초일류 기업 구현의 지침서로 활용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끝맺었다. 

본지 취재진을 만난 복수의 삼성그룹 전 임원들은 ‘지행33훈’에 대해 “교육 대상이 된 삼성의 차기 CEO들은 항상 옆에 두고 반복해서 읽었던 자료였다”며 “삼성그룹이라는 항공모함이 나아가는 방향이 집대성된 셈이다”라고 말했다. 또 “‘지행33훈’의 내용을 보면, 이건희 회장이 수십년의 미래를 내다보면서 삼성그룹을 경영했고,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 ‘노심초사(勞心焦思)’했다는 걸 알 수 있다”며 “현재 삼성전자가 후발주자들에게 따라잡히고, 우리 경제가 힘든 상황을 볼 때마다 이건희 회장같은 ‘현인(賢人)’들이 그립고 절실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사조직에 가장 많이 할애

‘지행33훈’의 본문을 보면, 서문에서 세분화한 9개 분야 아래 각각 2개에서 많게는 9개까지 내용이 합쳐 33개의 주제로 이뤄져 있다. 특히 ‘조직의 삼성, 인사의 삼성’ 답게 ‘④인사조직’ 분야에 핵심인력, 성과보상, 여성인력 등을 포함해 9개 내용이 수록돼 있다. 가장 적은 ③경영인프라가 2개 내용을 담은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분야에 3, 4개 내용이 골고루 분포돼 있다. 

‘지행33훈’의 33개 주제는 각각 키워드, 핵심내용을 정리한 후, ‘지행용훈평(知行用訓評)’이라는 이건희 전 회장의 어록을 함께 수록한 형식으로 구성돼있다. 삼성그룹 전 임원은 “1997년 ‘신경영 선포’ 이후 해당 교육자료의 작성해인 2010년 직전까지 이건희 회장의 어록을 엄선해 수록했다”며 “지금 봐도 이건희 회장의 선견지명과 통찰력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행33훈’의 주요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1장의 주제는 ‘위기의식’으로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고 있고, 제대로 가고 있는가”라는 제목이 달려 있다. 이와 관련된 이건희 전 회장의 어록인 ’지행용훈평‘에는 5개가 수록돼 있는데 하나를 소개한다. 

'지행33훈' 본문 일부(사진=인포스탁데일리)

“간부 월급보다 협력사 물품대가 우선”

“인도, 중국이 뒤에서 치고 올라오고 있고, 일본은 앞서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자신을 먼저 분석해야 될 것 아닌가?(중략) 우리 자세는 어떤가?”(03.11)

이건희 전 회장은 이미 2003년에 반도체를 제외한 많은 산업분야에서 일본에 뒤처지고 중국이 앞서며, 인도가 움직이기 시작한 현재 상황을 예견하고 위기의식을 느꼈다는 걸 알 수 있다. 

7장인 ‘정보화’에서는 “21세기에는 시스템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사이버, 네트워크, 모바일 시대를 열어가는 최첨단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00.1)”는 어록이 실렸다. 2000년 1월, 밀레니엄이 시작될 때 현재의 IT 산업 상황과 플랫폼 기업의 독주를 예상한 것으로 보인다.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인사조직’에서도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적용될 수 있는 어록이 줄을 이었다. 

“21세기 경영은 사람경영이다. 얼마나 좋은 사람을 얼마나 데리고 있느냐 하는 전쟁이다”(06.6)

“여성인력은 정말 남자와 1:1로 똑같이 대우해주고 근무도 시켜야 한다. 사내 어린이집도 확대해야한다. 10년 후를 내다보고 검토해야 한다”(02.4, 02.9)

“한명의 천재가 만 명을 먹여살리는 21세기 정보화 지식사회에서는 창의성을 높이는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01.1)

또 이건희 전 회장은 21세기 세계적인 기업으로 자리 매김하기 위해서는 기술확보와 협력업체의 중요성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21세기는 디지털기술과 문화가 꽃을 피우는 디지털혁명시대가 될 것이다. 디지털 시대는 아날로그 시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패러다임과 룰을 요구하고 있다”(00.1)

“만약에 간부 이상의 월급을 늦게 줄 것인가. 아니면 구매의 물품대를 빨리 줄 것인가를 결단하라면 나 같으면 월급을 지연시키겠다”(98.9)

이건희 회장(사진=뉴스1, 제작=인포스탁데일리)

본지, '지행33훈' 매주 소개할 것

본지는 단독으로 입수한 ‘지행33훈’의 전체 내용을 자세히 소개하고, 삼성그룹의 전 사장급 임원들의 인터뷰를 통해 해당 자료의 의미와 이건희 전 회장의 경영비사 등을 앞으로 매주 소개할 계획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현재 우리 경제와 기업들은 한치 앞도 모르는 불확실한 미래 앞에 놓여있다”며 “우리 사회가 이건희 회장의 경영철학을 제대로 연구해서 4차 산업혁명의 큰 파도를 타고 넘을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서연 기자 yoonsy0528@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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