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탐험]②동원그룹, 맥 끊긴 M&A…기지개 언제쯤?
[주가탐험]②동원그룹, 맥 끊긴 M&A…기지개 언제쯤?
  • 박광춘 전문기자
  • 승인 2024.03.15 16:27
  • 최종수정 2024.03.15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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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인수전 고배…“동원산업, M&A 잇단 포기로 협상력 낮아져”

[인포스탁데일리=박광춘 전문기자]

동원그룹이 주요 외형 확대의 카드로 쓴 M&A를 언제쯤 재개할까. 지난해 HMM 인수전에서 하림그룹에 무릎을 꿇은 뒤 앞으로의 M&A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그룹의 핵심인 동원산업이 연거푸 M&A를 돌연 포기한 탓에 평판이 나빠진 터라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동원그룹은 지난해 빅딜로 꼽힌 해운 전문업체 HMM의 경영권 인수전에 나섰지만 하림그룹에 패했다. HMM 경영권 매도자 측은 더 높은 인수가격을 제시한 팬오션-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뽑았다. 동원그룹은 팬오션-JKL파트너스 컨소시엄 대비 2000억원 가량 적은 6조 2000억원 수준을 적어낸 걸로 알려졌다.

물론 HMM 매각은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팬오션을 앞세운 하림그룹과 매도자 측 사이의 의견조율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업계에서는 수산업 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동원그룹이 하림그룹에 무릎을 꿇었다는 사실이 주목받았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매각이 결렬된 HMM M&A 경우, 동원그룹의 우세를 점치는 시선이 많았다”며 “참치 사업 중심의 수산 부문이 핵심인 데다 형제사인 한국투자증권과 손을 맞잡는다면 HMM 인수전에서 무난히 승리할 걸로 예상됐다”고 말했다. 

동원그룹 김재철 명예회장, 김남정(차남) 부회장 / 한국투자금융지주 김남구(장남) 회장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과 차남인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 사이는 우호적인 걸로 전해진다. 동원그룹의 회사채 발행 때마다 한국투자증권이 주관사로 참여하는 등 두 그룹 사이의 돈독한 관계는 간접적으로 확인된다. 이에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손잡은 하림그룹처럼 동원그룹 또한 한국투자금융지주와의 협업 가능성이 제기됐다. 우량한 두 그룹의 시너지를 고려하면, HMM 인수전에서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다는 게 IB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시장의 예상과 달리 자금력을 앞세운 쪽은 하림그룹이었다. 동원그룹은 6조원대 인수전으로 관심을 끈 HMM M&A에서 언더독으로 평가된 하림그룹에 패하고 말았다.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HMM 인수전 경우 7조원이 거론될 만큼 자금력이 성패를 좌우할 걸로 일찌감치 전망됐다”며 “본입찰에서 불과 2000억원 차이로 고배를 마신 점은 동원그룹 입장에서 자존심이 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나치게 보수적인 태도로 M&A에 나서는 동원그룹의 스탠스가 이번 HMM 인수전에서도 드러났다는 평가도 있다”며 “인수전에서 돌연 발을 빼는 모습을 최근 자주 연출하면서 동원그룹에 대한 이미지가 비우호적으로 됐다”고 덧붙였다.

HMM 경영권 매도자 측이 설정한 최저 거래가격은 6조 3500억원으로 알려졌다. 하림그룹은 이를 웃도는 가격을 낸 데 반해 동원그룹은 이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을 제시, 진정성 측면에서 의구심을 자아냈다.

앞서 동원그룹의 지주사인 동원산업은 지난해에만 두 차례 M&A를 철회하며 눈길을 끌었다. 동원산업은 한국맥도날드 인수전에 참여, F&B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매도자의 눈높이에 턱없이 낮은 가격을 제시한 탓에 딜은 무산됐다. 매도자 측은 5000억원 정도의 가격을 원한 반면 동원산업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2000억원 안팎의 가격을 적어낸 걸로 알려졌다.

동원산업은 보령그룹의 백신 전문 계열사 보령바이오파마 인수전에도 나섰지만, 거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신성장 동력을 찾는 동원그룹의 행보로 눈길을 끈 이 딜은 마찬가지로 매도자 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다.

IB 업계 관계자는 “동원그룹이 과거 M&A를 통해 몸집을 키웠지만, 현재는 M&A에 있어 어떤 전략·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여러 차례 딜이 무산된 데 따른 평판 리스크가 동원그룹의 M&A 협상력을 약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원그룹 주요 M&A. 자료=동원그룹. 그래픽=인포스탁데일리
동원그룹 주요 M&A. 자료=동원그룹. 그래픽=인포스탁데일리

앞서 동원그룹은 2008년 미국 1등 참치캔 브랜드 스타키스트를 3억 6300만달러에 인수했다. △대한은박지(2012년, 1195억원) △ 테크팩솔루션(2014년, 2750억원) △ TTP, MVP(베트남 포장재 기업, 2015년, 9600만달러) △동부익스프레스(2017년, 4200억원) 등 굵직한 거래를 성사시킨 바 있다. 동원그룹의 마지막 M&A는 2021년 원통형 배터리 캔 제조사 엠케이씨를 150억원, B2C 축산물 가공 전문기업 '세중'을 411억원에 인수한 건이다.

박광춘 전문기자 p2kch@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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