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탐험]②SK이노베이션, 자회사 IPO 흑역사 반복될까
[주가탐험]②SK이노베이션, 자회사 IPO 흑역사 반복될까
  • 안호현 전문기자
  • 승인 2024.03.08 09:20
  • 최종수정 2024.03.08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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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엔무브, IPO 잇달아 고배…SK온, 적자에 IPO 난기류

[인포스탁데일리=안호현 전문기자]
 

각사 CI
SK이노베이션, SK엔무브, SK온 각사 CI.

SK이노베이션의 사업 자회사들의 IPO에 난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이미 여러 차례 IPO를 철회한 SK엔무브(옛 SK루브리컨츠)뿐 아니라 배터리 자회사 SK온에도 위기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자회사들의 IPO 무산이 거듭되면서 평판·신뢰도 또한 떨어진 상태다. 거듭되는 자회사 IPO 흑역사를 끊어내고 분위기 반전을 이룰지 관심이 모아진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은 최근 1조원 규모의 해외 신디케이트론을 추진하고 있다. 신디케이트론은 복수의 금융기관이 같은 조건으로 융자하는 중장기 대출이다.

SK온이 조 단위 차입에 나선 배경은 증설이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중국·헝가리 내 공장의 생산력 확대에 나섰다. 현대자동차·포드(Ford) 등 완성차 업체들과 합작해 세운 법인에도 자금이 투입될 전망이다.

SK온은 차입 외 지분 매각을 통한 자금 조달에도 적극 나섰다. SK온은 2022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프리(Pre) IPO를 통해 약 4조8000억원을 조달한 걸로 알려졌다.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22조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프리 IPO 때 SK온은 본래 기업가치 35조원을 내세웠지만, 밸류를 급격하게 깎은 뒤 투자 유치에 성공할 수 있었다. 또 투자자 보장수익률(연 5.5%→연 7%), IPO 시점(2027년→2026년) 등 여러 투자 조건들이 투자자에 유리하게 변경되며 프리 IPO가 마무리될 수 있었다. 투자 유치에 나선 SK온과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

IB 업계 관계자는 “SK온의 프리 IPO는 굉장히 오래 걸렸고, 그 과정에서 투자 조건 또한 크게 변경됐다”며 “투자자들이 자금 조달이 시급한 SK온의 콧대를 꺾은 투자 건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본래 SK온은 IPO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한발 앞선 LG화학 때문에 IPO 스텝은 꼬였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자회사 LG이노베이션이 IPO하는 과정에서 LG화학의 주가가 급락했고, ‘기업 분할 뒤 IPO’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SK온의 IPO는 흐지부지됐다.

시장에서는 SK온의 자금 조달을 두고 SK이노베이션의 또 다른 사업 자회사인 SK엔무브를 연상한다는 시선이다. △과도한 고밸류 고집 △IPO 백지화 등의 측면에서 SK엔무브가 보인 행보와 유사하다는 의견이다.

SK엔무브의 IPO가 수면 위로 드러난 건 2013년이다. SK엔무브는 사명 변경(2022년 12월 1일자) 전인 SK루브리컨츠 시절에만 세 차례 IPO를 추진했다. 2013년 증시 입성 추진은 실적 부진을 이유로 무산됐다. 2년 뒤인 2015년에는 IPO와 경영권 매각을 두고 저울질했다.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와 매각 협상을 진행하는 동시 IPO도 추진했다. 이때 거래소 예비심사 도중 밸류에이션 저평가 이유로 상장 작업 도중 철회하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더욱이 매각 협상까지 벌인 게 드러나면서 논란까지 야기한 바 있다.
 

2018년 당시
2018년 당시 SK루브리컨츠 IPO 철회 신고서. 자료=금융감독원

2018년 다시 한번 IPO에 나섰지만 또 한 번 고배를 마셨다. IPO 수요예측 과정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오자 상장을 자진 철회했다. 당시에도 SK루브리컨츠가 과도하게 높은 몸값을 고집해 IPO가 좌초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엔무브가 주력 제품인 지크(ZIC)를 앞세워 윤활기유 산업 내 1위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기차 확대에 따른 윤활기유 디스카운트 이슈를 고려하지 않고 과도하게 높은 밸류를 유지하며 IPO가 무산됐었다”며 “SK엔무브가 IPO를 자진해 무산시키는 행위를 반복하면서 회사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우호적이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SK엔무브로의 사명 변경 또한 과거 SK루브리컨츠 때의 이미지 세탁 차원일 걸로 보인다”며 “수차례 IPO 무산 뒤 프리 IPO로 선회한 SK엔무브가 IPO까지 성공적으로 마칠지 관심이 간다”고 덧붙였다.

SK엔무브는 2021년 국내 PEF 운용사인 IMM PE와 소수지분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IMM PE가 SK엔무브의 지분 40%를 약 1조1000억원에 매입하는 건이다.

안호현 전문기자 vicahh@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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