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탐험]⑤한미-OCI 통합 ‘가시밭길’…결국 법정 다툼으로
[기업탐험]⑤한미-OCI 통합 ‘가시밭길’…결국 법정 다툼으로
  • 서동환 전문기자
  • 승인 2024.02.28 09:21
  • 최종수정 2024.02.28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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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심문…사태 ‘장기화’ 전망
한미약품 오너 일가
한미약품 오너 일가

 

[인포스탁데일리=서동환 전문기자]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사이의 통합 작업이 가시밭길에 놓였다. 양사의 통합을 두고 한미약품 오너일가에서 내부 법적 다툼이 벌어진 탓이다. 오너 일가들의 주장이 확연히 갈리는 터라 갈등이 단기간 내 봉합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1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장·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측이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제기한 OCI홀딩스 대상의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사건의 심문이 진행됐다.

이번 사태는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 내부, 모녀(母女) 연합 대 장·차남 연합의 분쟁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고(故) 임성기 명예회장의 배우자인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하면서 장남 임종윤 사장과 차남 임종훈 사장을 배제하면서 비롯됐다. 

한미약품그룹 모녀가 추진한 OCI그룹과의 통합 작업은 △구주 매입 △현물출자 △신주 취득 등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진다. 

이에 대해 임종윤·임종훈 사장은 지난달 17일 OCI그룹을 대상으로 한미약품사이언스의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가처분신청 이후 첫 법원 심문에서 양측의 주장은 팽팽하게 엇갈린 걸로 전해졌다. 

모녀 측은 신주 발행이 R&D 재원을 확보하는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이 합의한 신주 거래 규모는 약 2400억원이다. 지난해 3분기 말 별도 기준 한미사이언스의 총자산은 7491억원이다. 신주 거래를 통해 전체 자산의 1/3에 달하는 유동성을 확보하는 셈이다. 모녀 측의 주장대로 R&D에 투입할 실탄을 두둑하게 마련할 수 있다.

또 연내 만기 도래하는 단기 차입금 1500억원 가운데 일부 변제할 용도의 자금 확보라는 점을 언급했다. 재무부담 완화라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임종윤·임종훈 사장 측의 주장은 모녀 측과 크게 다르다. 

이들은 모녀 측이 상속세 납부 재원 마련을 위해 이번 거래에 나서는 거라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그룹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의 타계 후 상속세는 5000억원을 웃돈 걸로 파악된다. 실제 모녀 측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등을 접촉하며 상속세 재원 마련에 나선 걸로 전해졌다. 

이때문에 임종윤·임종훈 사장 측의 주장이 전적으로 악의적이지만은 않다는 게 재계 관계자의 의견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미약품그룹 모녀 측이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구주 매각을 하려는 등 PEF 운용사와 꽤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할 걸로 알고 있다”며 “양측의 주장 모두 꽤 신빙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임종윤·임종훈 사장 측은 더불어 신주 발행에 있어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되지 않는 점 등을 이유로 모녀 측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딜’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M&A에 있어 경영권 프리미엄 부여는 일반적이긴 하지만 이해당사자끼리 조정할 수 있다”며 “이해관계가 없는 주체에게 지분을 넘길 때 경영권 프리미엄을 20~30% 붙일 수 있지만, 한 식구가 되는 OCI그룹의 재무적 부담을 낮추기 위한 차원에서 모녀 측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배제할 수 있고 이는 합리적인 경영상 판단으로 읽힐 수 있다”고 밝혔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엇갈리면서 시장의 관심은 법원의 판단으로 쏠린다. 

법원은 다음달 6일 한 차례 추가 심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심문 뒤 법원의 판단은 2~3주 뒤 나올 전망이다. 다음달 말로 예정된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시점이다. 때문에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이 사안의 여파가 반영될 전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데다 사안이 중대한 만큼 법적 다툼은 장기화될 걸로 보인다”며 “법적 다툼뿐 아니라 주주총회를 의식한 표 대결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동환 전문기자 oensh1@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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