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正道] ⑨골디락스와 스테그플레이션 중간 어디...‘이번은 다르다(This time it's different)'
[투자의正道] ⑨골디락스와 스테그플레이션 중간 어디...‘이번은 다르다(This time it's different)'
  • 박정도 전문기자
  • 승인 2023.03.23 08:04
  • 최종수정 2023.03.22 2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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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장세와 BDI지수의 상관관계
2007년 사상최초 코스피 2,000선 돌파, 장미빛 미래에서 맞이한 서브프라임
골디락스와 스테그플레이션 중간 어딘가에서

[인포스탁데일리=박정도 전문기자] 앙드레코스톨라니 달걀모형의 E국면에서 부자들에게는 금리는 낮고, 부동산은 이미 상당히 올라서 이미 수익을 내고 빠져나온 상태이며, 채권투자는 바보짓인 형국이다. <2023년 2월 15일자 [투자의正道] ⑤앙드레 코스톨라니 ‘달걀모형’, 금리•주식의 상관관계 어떨까? 참조기사>

이에 따라 부자들은 고민 끝에 주식시장으로 자금을 이동하기 시작한다. 사실 부자들의 속성에 가장 맞지 않는 것이 주식시장이다. 부자들은 얼마나 더 수익을 내느냐 보다 자산을 얼마나 안전하게 지켜주는 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삼성전자, POSCO, 현대차, 한국전력 등 결코 망하지 않을 것 같은 초우량기업이나 배당수익률이 충분히 보장되는 주식에 투자한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에 뭉칫돈이 들어오면서 주가 상승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2004년~ 2009년 종합주가지수. 자료=키움증권
2004년~ 2009년 종합주가지수. 자료=키움증권

위 차트를 보면 우라가미구니오의 주식시장 사계절 이론의 흐름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지점이 있다. 2007년과 2008년의 주식시장 흐름이다. 

먼저 2007년의 주식시장 흐름은 사계절 이론 중 실적 장세의 흐름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실적 장세의 가장 큰 특징은 경기 호황속에서 기업들 역시 계속해서 양호한 실적 발표를 하고 이 같은 실적호조로 주가는 계속 상승하게 된다. 실제로 2007년 종합주가지수는 사상최초로 2,000포인트를 넘어서는 기록을 세운다.

◇ 실적장세와 BDI지수의 상관관계

우라가미구니오는 실적장세의 커다란 특징으로 금리상승과 인플레이션을 이야기 했다. 실적장세에서 금리가 상승하는 이유는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가시화됨에 따라 신규 투자를 위한 대출 수요 증가를 꼽았다.

이같은 대출수요 증가로 은행권에서는 빠르게 자금이 마르게 되며, 결국 은행은 금리 인상을 단행하게 된다. 또한, 인플레이션의 경우 실적장세 이전에 실행된 저금리정책 영향으로 막대한 규모의 유동성이 경기 전반에 영향을 끼쳐 인플레이션을 가져온다.

추가로 경기호황에 따른 투자와 고용 증가로 시중에는 많은 유동성이 공급되고 인플레이션을 부채질 한다. 

이에 따라 실적장세 내내 금리는 꾸준히 상승하게 되고 유동성의 일정 부분이 은행으로 회수되는 가운데 계속해서 인플레이션 문제가 대두된다.

경기지표는 호황을 나타내는 가운데 주가 역시 지속적으로 상승해 최고가를 향하게 된다. 2007년 종합주가지수와 금리를 비교해보면 우라가미구니오의 실적장세 이론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실적장세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경기 호조다. 세계 경기의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있는데 바로 BDI(발틱운임지수) 지표다. BDI(발틱운임지수) 지표란 세계 해운업계의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수로 석탄, 광석, 곡물, 건축 자재 등 벌크선으로 운송되는 원자재에 대한 운임을 나타낸다.

이에 따라 BDI가 상승했다는 것은 석탄, 광석, 곡물, 건축 자재 등 원자재 물동량이 늘어난 것을 의미하며 이는 세계적으로 원자재 교역량이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BDI지수의 상승은 세계 경기가 좋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1995~2023년 BDI(발틱운임지수) 자료=인베스팅닷컴
1995~2023년 BDI(발틱운임지수) 자료=인베스팅닷컴

위 차트를 보면 BDI지수가 2006년부터 상승세를 나타내다 2007년 폭등하는 것을 볼 수 있다. 2006년 초반 2,000포인트 수준이었던 BID지수는 2007년 10월 11,000포인트까지 5배 넘게 폭등한다. 즉 세계 교역량이 1년반 사이에 급격하게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2007년 세계 경기가 호황 이었음을 나타낸다.

이 같은 세계 경제 상황에 힘입어 2007년 당시 국내 대부부의 대기업들 역시 실적호조를 기록했다.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2007년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사상 최초로 매출 1,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세계전기전자업계에서 '톱3'에 진입하였다. 특히, 모든 종목 중에서 해운주들의 실적호조가 남달랐다. 2007년 대한해운의 주가 흐름을 보면 이같은 경기 상황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2006년~2008년 대한해운 주가추이. 자료=키움증권
2006년~2008년 대한해운 주가추이. 자료=키움증권

2007년 사상최초 코스피 2,000선 돌파, 장미빛 미래에서 맞이한 서브프라임 

2007년 당시 코스피 지수는 사상최초로 2,000선을 돌파하게 된다. 이에 따라 신문과 각종 언론에서는 2000선 돌파를 축하하며 장미 빛 미래를 선전했다. 

2007년 증권사 증시 전망 취합. 사진=인포스탁데일리
2007년 증권사 증시 전망 취합. 사진=인포스탁데일리

하지만 언제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 시장에서는 경기 호항에 따른 인플레이션 문제가 불거지고 있었다. 특히, 2007년 하반기로 가자 인플레이션 문제는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떠올랐다. 중국, 한국, 일본 등 전세계에서 자산인플레이션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한 것이다. 

언제나 모든 사건은 시간을 돌이켜 보면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2007년부터 서브프라임 사태는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미국에서는 은행 빚을 갚을 수도 없는 저신용자들이 너도나도 주택을 구매했는데 2007년 상반기 까지만 해도 집값이 계속 올라 은행 빚을 갚지 못할 거라는 우려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시중 금리가 계속해서 상승했고 저신용자들은 은행 이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이자 빚을 갚기 힘든 사람들은 갖고 있던 집을 하루 빨리 처분할 수 밖에 없었고 이러한 매도 물량이 쌓여 결국 집값 하락을 가져왔다. 

집값이 본격적으로 하락하자 집을 팔기는 더욱 어려워졌고, 이에 따라 결국 이자도 내지 못하고 파산하는 사람들의 수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파산자들이 빌려간 대출금은 고스란히 은행의 손실로 이어졌다.

특히, MBS(주택저당증권)를 담보로 발행 된 파생상품(CDO. 부채담보부증권)들의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쉽게 풀어본다면 개인이 은행에서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리면 MBS가 발행된다. MBS를 다시 묶어 위험을 낮춘 CDO(부채담보부증권)로 발행된다. 즉 '대출자 > MBS > CDO'의 고리가 발생되는데 여기서 대출자가 파산하게 되자 MBS나 CDO는 말그대로 가치가 없는 휴지조각이 되어버린 것이다. 

특히, 저금리 정책으로 미국 채권투자에 길이 막힌 대형 IB들이 CDO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미국의 주택가격이 하락으로 MBS가 부실화되고 결국 그에 따른 손실을 대형 IB(투자은행)들이 고스란히 물려받게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서브프라임 사태이다. 

◇ 골디락스와 스테그플레이션 중간 어딘가에서

다시 2007년 하반기로 돌아와 인플레이션의 문제를 보다 심도 깊게 볼 필요가 있다. 인플레이션의 심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있는데 바로 국제유가다.

2010년 전만 해도 사실상 석유를 대체할만한 에너지 자원이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국제유가의 상승은 곧 세계 물가의 상승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세계 경기가 호황을 나타내면 생산과 운송 등이 증가해 석유 수요 역시 가파르게 증가한다. 아래 차트를 보면 2007년 하반기부터 2008년 상반기까지 에너지 가격은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하게 상승세를 나타낸다.

2000~2012년 에너지 가격 추이. 자료=통계청
2000~2012년 에너지 가격 추이. 자료=통계청

이 같은 에너지 가격 상승은 심각한 인플레이션 문제를 일으켰다. 2008년 상반기 언론기사를 보면 거의 모든 언론에서 국제유가와 인플레이션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정부는 높은 금리로 인해서 주택시장이 빠르게 부실화 되고 있는 것을 알았지만, 급격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금리를 낮추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었던 것이다. 

2007년 상반기 골디락스(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인 경제 상황)를 외치는 상황에서 2007년 하반기 스테그플레이션(경제불황 속에서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상태)을 외치는 상황으로 시장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었다. 

이 같은 시장 상황으로 2008년부터 경제상황은 급격하게 나빠지기 시작했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다수의 시장 전문가들은 현시점의 글로벌 은행 위기로 야기된 사태는 2007년~2008년과 다르다고 평가 하고 있다. 당시보다 금융기관의 건전성은 높아졌고, 대체 에너지도 있다. 이번 사태를 금리인상에 따른 신용위기로 평가하는 반면 서브프라임 사태는 금융 시스템 위기로 보기도 한다.

이렇게 상세히 비교한다면 다른 점은 많다. 하지만 역사는 유사한 흐름으로 반복되고 있다. 오히려 뱅크런 사태가 스마트폰 도입으로 과거 보다 더 빨라지는 등 리스크가 더 부각된 부분도 있다. 미국 금융 시스템 펀더멘탈이 강해도, 뱅크런은 한번 터지면 대중에 깊게 인상을 남기며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과거 사례를 살펴봤을 때 우려가 한번 도지면 위험 프리미엄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데는 시간이 소요됐다. 

'이번은 다르다(this time it's different).' 전설의 투자자 존 템플턴이 '영어에서 가장 값비싼 말'이라고 규정하면서 유명해진 주식시장의 경구다. 템플턴의 “'이번은 다르다(This time it's different)'는  생각은 언제나 값비싼 대가까지 치를 것”이라는 경고를 다시 새겨야 할 때이다.

 

박정도 전문기자 newface0303@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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