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내년 보궐선거 앞두고 3개월 ‘ARS’ 묘수… 마힌드라 속내는
쌍용차, 내년 보궐선거 앞두고 3개월 ‘ARS’ 묘수… 마힌드라 속내는
  • 박효선 기자
  • 승인 2020.12.24 18:08
  • 최종수정 2020.12.24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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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스탁데일리=박효선 기자] 이변은 없었다. 쌍용자동차는 1650억원 규모의 빚을 갚지 못하고 결국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회생절차와 함께 자율구조조정지원프로그램(ARS)을 동시에 신청해 3개월의 시간을 벌었지만 정작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은 요지부동이다.

ARS 프로그램은 법원이 채권자들의 의사를 확인한 후 회생절차 개시를 최대 3개월까지 연기해주는 제도다. ARS 프로그램이 가동되면 3개월 가량 회생절차 개시가 보류된다.

이로 인해 쌍용차의 주채권자인 산업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HAAH오토모티브가 쌍용차 새 투자자 후보로 부각되고 있지만 추후 매각 딜이 성사되더라도 혈세 투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과 쌍용차, HAAH 행보에 주목되는 가운데 마힌드라의 속내를 짚어봤다.

◇산은 ‘지원 딜레마’… 한국 정부 반응 떠보는 마힌드라

파완 쿠마 고엔카 마힌드라앤 사장 겸 쌍용자동차 이사회 의장. 사진=마힌드라그룹

우선 ARS 신청이라는 ‘묘수’로 ‘3개월’의 시간을 벌었다는 데 주목된다. 내년 4월 7일 '미니 대선'이라 불리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보궐선거를 앞두고 3개월 내 정부와 산업은행 등을 통해 탈출구를 모색한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마힌드라가 한국 정부의 투자를 압박하기 위해 이 같은 묘수를 쓴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산업은행으로서는 고민되는 지점이다. 만약 정부의 요청으로 지원이 불가피해질 경우 국민의 혈세를 쏟아 부어야 하고, HAAH의 투자가 무산돼 청산 수순으로 돌입할 경우에는 7000여명의 일자리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산업은행이 2년 전 한국GM에 8000억원 규모의 혈세를 투입한 사실이 부각되며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쌍용차 지원에 손 놓은 대주주 마힌드라가 한국 정부의 반응을 살피는 이유다.

다만 아직까지 이동걸 산은 회장은 쌍용차 지원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쌍용차에 대한 책임 있는 역할을 보여주지 않았고, 한국GM과 달리 쌍용차는 경영정상화를 위한 사업계획서 등 자구안조차 제출하지 않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업계에선 마힌드라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쌍용차가 회생절차와 ARS를 신청한 배경에 의구심을 제기한다. 국내은행인 산업은행과 우리은행뿐 아니라 마힌드라가 나섰다면 JP모건, BNP파리바,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등 외국계 은행과도 상환 문제를 충분히 풀 수 있었을 것이라는 시각에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이 돈을 갚지 못해 유동성 위기에 내몰리더라도 주요주주가 상환의지를 보이면 통상 금융사들은 상환을 연장해주거나 조건을 다소 완화해주기도 한다”면서 “더군다나 쌍용차는 상장사라는 메리트가 있어 유상증자나 대주주의 주식담보대출 등을 통해 비상장사 보다 비교적 수월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는데도 이런 방안들을 이행하지 않고 굳이 회생절차와 ARS를 신청한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거래 정지’ 쌍용차, 상장폐지 심사 받나… 내년에도 고통받는 개미들

현재 쌍용차 주식은 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한국거래소는 서울회생법원의 판단에 따라 쌍용차 거래 재개 여부를 정할 예정이다. 법원에서 회생절차 신청을 기각해 쌍용차가 파산 절차를 밟게 되면 거래소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절차를 진행한다.

쌍용차는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올해 3분기 연속 ‘감사의견 거절’을 당했다. 4분기에도 회계법인에서 거절 의견을 내면 이 경우 역시 상장폐지 사유가 된다.

쌍용차는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6년부터 4년이 넘도록 적자를 냈다. 쌍용차은 지난 9월 말 기준 자본잠식률은 86.9% ‘부분자본잠식’ 상태다. 올해 4분기에도 적자가 이어져 ‘완전자본잠식’이 불가피해 보인다.

소액주주들이 당장 기대하는 것은 법원에서 쌍용차 회생 절차를 받아들여 하루 속히 거래가 재개되는 것이다.

그러나 쌍용차가 ARS를 신청함에 따라 법원은 3개월 동안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보류하는 만큼 거래 재개 여부조차 내년 3월 이후에나 알 수 있을 전망이다.

즉, 내년 3월 쌍용차는 상장폐지 기로에 서게 된다.

이에 따라 쌍용차 주식을 보유한 4만5700여명 소액주주들의 고통은 내년까지 이어지게 됐다. 

박효선 기자 hs1351@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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