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SKT 박정호가 뿌리친 ‘네이버 손’ LG 권영수가 잡고… 그 이후
[칼럼] SKT 박정호가 뿌리친 ‘네이버 손’ LG 권영수가 잡고… 그 이후
  •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
  • 승인 2020.12.15 17:06
  • 최종수정 2020.12.22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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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

[인포스탁데일리=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 요즘 주식시장에서는 SK텔레콤의 주가를 보고 말이 많다. 이유를 들어봤더니, 주가상승의 호재가 많은데, 이상하리만치 맥이 없기 때문이란다.

글로벌기업 아마존과 손잡고 전기차 글로벌 넘버1 테슬라와도 손 잡았다. 두 회사는 천장이 어딘지 모를 정도로 주가가 하늘을 찌고 있는 초특급 에이스 기업이다.

그런데도 SK텔레콤 주가는 비실거린다.

◇글로벌기업과 연이어 손잡는 SKT… 주가는 비실, 왜?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시장에서 핫하다 못해 시장에 공개하는 자회사마다 ‘빵빵’ 터지는 카카오그룹과 1500억원대 주식 스왑을 통해 피를 섞었다.

그런데 들리는 얘기는 대부분 사업이 카카오와 경쟁하는 구도로 이뤄져있다. 실제 택시의 혁명이라 불리는 카카오택시와 SKT T맵 택시는 서로 경쟁하는 구도다.

택시사업 뿐 아니라 카카오페이, 지도 서비스, 인증서비스 등 대부분의 사업이 경쟁 모드다. 카카오와 일궈나가겠다고 외쳤던 가장 핵심 사안인 인공지능 분야도 양사간 시너지를 냈다는 얘기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탈통신을 외치면서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꾸리겠다는 SKT가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관련 내용을 잘 아는 기업 관계자들에게 얘기를 들어봤다.

◇제휴 전격 제안 네이버… “ SKT 박정호, 인공지능 집중 이유로 거절”

몇 해 전 네이버 측이 SK텔레콤에 전격적으로 제휴 제안 러브콜을 보냈다. 그런데 당시 걸음마 수준이던 AI 분야를 키우겠다고 박정호 사장이 본인 직권으로 네이버 제안을 고심 끝에 뿌리쳤다고 한다.

당시 네이버는 LG와 여러 가지로 협업하고 있었는데, LG유플러스나 LG전자는 글로벌 시장을 이유로 구글에 목메고 있었다는 전언이다. 그만큼 네이버에게 구글은 철천지원수나 마찬가지였는데, LG가 네이버를 지렛대 삼아 구글과 잘 지내보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서 사업영역이 겹치지 않는 통신기업 중 다른 파트너를 찾았다고 한다. 네이버가 주인 없는 기업 KT를 제쳐 두고 국내 1위 통신기업 SKT와 ‘미래’를 열어보고자 찾아간 이유다.

몇 해가 지난 지금 네이버의 손을 뿌리친 직접적인 이유인 SK텔레콤의 AI는 어떤 상태일까?

◇SKT, 인공지능 성과 저조… LG, 구글로 홀대

그 수준을 짐작할 수 있는 곳이 있다. 같은 계열 SK네트웍스 운영의 최고급 호텔 워커힐 호텔이다. 그곳에 설치된 SKT AI 누구에게 가장 많이 입력된 호출부호가 ‘이 바보야’라고 전해진다. 심지어는 떨어지는 인식률을 높이기 위해 ‘창문 열어’같은 간단한 명령어를 몇 개 적은 종이까지 배치해 놓았다.

그들 사이에 또 다른 얘기가 있다.

앞서 얘기한 대로 LG는 기를 쓰고 구글에 잘 보이려 꽤 노력했다. 네이버가 SKT와 전방위 협력이 목전까지 왔다는 소리를 들었어도 구글이라는 든든한 협력자가 있었기에 크게 아쉬워하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LG와 구글 협력관계에 문제가 생긴 지점은 ‘기술개발’이었다. 들어보니, LG와 구글 기획자들이 고심해 계획을 짜서 실제 서비스 개발을 요청하면 구글 개발자들이 ‘불가’를 외친 것이다.

기술개발 거절의 이유도 말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LG 측에서도 한계에 봉착했다. ‘구글 개발자는 양반이고 LG 개발자는 천민이냐’는 볼멘소리마저 나왔다고 전해진다.

그 즈음, SKT 박정호 사장이 네이버의 제안을 뿌려쳤다는 소식이 LG 측에 전해졌다.

LG유플러스를 떠나 그룹 총괄로 간 권영수 부회장이 네이버 한성숙 대표에게 전광석화처럼 저녁 회동을 제안했고, 양사 간 제휴는 다시 전격적으로 이어지게 됐다.

◇권영수 LG 부회장 “한성숙 대표가 꿈에 세 번이나”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시 권영수 부회장이 했던 말은 두고 두고 회자된다.

“한 대표가 내 꿈에 세 번이나 나타났다. 그래서 만사 제치고 찾아왔다”

LG그룹과 네이버는 지금까지 협업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당시 구글, 네이버와 협업했던 개발자를 운 좋게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의 기억으론 구글이 갑자기 개발을 접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한다. 구글 개발자들이 개발을 거절한 탓이다.

반면 네이버는 프로젝트가 결정되면 개발자들이 그 프로젝트를 위해 며칠이고 밤을 새워 만들어냈다고 한다. 그는 구글이란 이름값만 아니면 네이버와 일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최근에는 현대차가 네이버 자율주행팀을 통째로 스카우트한 사건이 있었다. 네이버의 방대한 데이터가 없으면 자율주행 완성이 불가하다는 판단을 현대차 쪽에서 내리고, 전격적으로 협력하자고 했던 사례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싶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과거 네이버의 손을 뿌리쳤던 SKT 사장이자 SK하이닉스 박정호 부회장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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