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가보지 않은길’… ‘0.50%’ 인하 나설까
한은 ‘가보지 않은길’… ‘0.50%’ 인하 나설까
  • 최재영 선임기자
  • 승인 2020.03.16 12:58
  • 최종수정 2020.03.16 1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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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또 금리 인하에 한은 '빅컷' 카드 꺼내들지 관심 집중
글로벌 금리 인하 바람 각국 잇따라 '저금리' 자세로 돌아서
금리인하폭 두고 셈법 복잡해진 한은, 두 차례 금리 인하 선택할 수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연준) 의장이 3일(현지시간) 긴급 금리 인하를 단행한 이후 기자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미국 연방준비제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연준) 의장이 3일(현지시간) 긴급 금리 인하를 단행한 이후 기자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미국 연방준비제도

[인포스탁데일리=최재영 선임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제로금리 시대를 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는 심각한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는 것이 연준의 설명이다.

특히 미 연준의 금리인하는 코로나19가 실물경제와 금융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측면이 가장 크게 고려됐다.

우라나라도 실물과 금융의 복합적인 충격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가보지 않은길’인 0%대 금리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또 '빅컷 단행, QE도 나서… 추가 금리인하 신호도 내놓아

미 연준은 15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존 1.00%~1.25%에서 0.00%~0.25%로 1%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날 금리인하 결정은 17~18일 열리는 FOMC 정례회의를 하루 앞당기고 내린 결정이다. 미 연준은 지난 3일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하를 결정한 임시회의에 이어 이번에도 시간을 지체하기 보다는 선제적으로 대응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실제 미 연준이 정례 FOMC와 별도로 두차례 금리를 내린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19 확산이 미칠 경제적 충격이 얼마나 클지 가늠하기 힘들다는 방증인 셈이다.

미 연준은 이날 성명서에서 “코로나19는 미국을 포함해 많은 국가에서 지역 사회에 해를 끼치고 경제 활동을 방해하고 글로벌 금융상황도 크게 영향을 받았다”며 “(코로나19 확산 추세를 보면) 미국 경제는 어려운 시기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연준은 또 “코로나19 영향은 단기적으로 경제활동에 영향을 주며 경제 전망에도 위험을 초래할 것으로 본다”며 “이같은 추세에 따라 금리를 낮추기로 결정하고 코로나19를 극복하는 한편, 고용과 시장안정 목표를 달성할 때 까지 목표범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금리인하 이외에 추가로 금리인하에 나설수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미 연준은 이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5000억달러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를 최소 2000억달러 더 늘리고 기로 했다. 미 언론들은 미 연준은 이번 조치를 사실상 양적완화(QE)라고 보도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그래프= 한국은행
한국은행 기준금리. 그래프= 한국은행

◇한은 가보지 않은 길 0%대 금리 카드 ‘만지작’

미 연준이 두 번의 금리 인하로 1.50%포인트를 내리면서 한은도 금리 시계가 빨라졌다. 특히 미국은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에 속도를 내는 것은 물론 금리폭도 키우고 있어 한은으로서는 0.25%포인트가 아닌 0.50%포인트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한은의 고민은 주요국 금리인하 '바람'에서도 잘읽힌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연 0.25% 인하했다. 이날 금리 인하는 오는 26일 예정된 통화정책회의와 별도로 임시회의에서 내린 ‘깜짝 인하’ 결정이다. 따라서 오는 정례회의에서 추가로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매우 높다,

또 캐나다는 미 연준이 임시회에서 금리를 인하한 다음날인 4일(현지시간) 0.50%포인트 내렸다. 캐나다가 금리를 인하에 나선 것은 2015년 7월 이후 처음이며, 0.50%포인트를 한번에 내린 것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이같은 환경을 본다면 한은으로서도 금리인하를 더 늦추기 힘든 상황에 몰린 셈이다. 또 이보다 앞서 호주, 인도, 브라질 등도 이미 금리를 인하하는 등 주요 국가들이 공격적인 금리인하에 나서고 있어 한은으로서는 더 기다리기도 힘든 형편이다.

이 때문이 한은은 임시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내리고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0.25%포인트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미국발 금리인하 바람이 거세지고 있는 것으로 고려하면 한은은 임시회의에서 파격적인 0.50%포인트 인하 카드를 들고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당장 다음달부터 수출, 내수, 고용 등 각종 경제지표에서 충격파가 그대로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는 만큼 더욱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은은 지표를 확인한 후에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기존 입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어차피 시장에서는 각종 경제지표는 하락세가 분명하고 얼마나 떨어졌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장 부작용을 고민하는 한은의 걱정도 이해는 되지만 이제라도 선제적이고 파격적이 금리인하로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 한국은행
고민에 잠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 한국은행

◇저금리 전쟁 서막… 각국 ‘환율전쟁’ 셈법 복잡해진 한은

한은이 또 0.50%포인트의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배경으로는 글로벌 정책공조와 함께 공격적인 저금리 정책이 확대되고 있어서다. 이달 초 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하강위험으로부터 전세계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적절한 정책 도구를 사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성명서에서는 공동금리 인하 같은 구체적인 행동은 명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와 싸움에 공동전선을 선언한 것은 각국에서 금리 인하와 재정을 확대해 정책공조를 함께 하자는 의미가 담겼다. 

정책공조와 함께 눈여겨 볼 점은 각국이 코로나19를 필두로 선제적인 금리인하 기조로 돌아서고 있다는 점이다.

미 연준은 이달초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3년 반만에 ‘긴축’기조에서 ‘완화’기조로 자세를 완전히 바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미수출과 관련핸 “공정한 경쟁”을 내세우며 ‘마이너스 금리’를 압박하고 있어 미국도 추가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남아 있다.

마이너스 금리인 일본 역시 통화정책기조를 완화로 바꿨고 유럽과 호주 등 다른 주요국들도 추가 금리인하 카드를 만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글로벌 금리 인하 바람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실상 각국이 환율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환경이 이같이 환율 전쟁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한은으로서는 셈법이 좀 복잡해진다. 실제 글로벌 저금리가 ;환율전쟁;으로 가시화된다면 한은으로서는 자칫 금리인하에 부작용으로 ‘원화가치’가 하락을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원화는 기축통화가 아니어서 글로벌 환율전쟁에 바로 대응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우리나라가 마이너스금리나 현저한 저금리로 간다면 국내 자본이탈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해 오히려 더 대응하기 힘든 측면이 있어 금리 인하폭은 상당히 제한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금통위 임시회의에서 0.25%포인트를 내려 시장에 뚜렷한 신호를 준 후 상황을 본 뒤 또다시 0.25%포인트를 내리는 방식으로 접근할 가능성도 나온다. 다만 올해 상반기 경제충격고 하반기 하방위험성이 높아지는 만큼 올해 0.50%포인트 금리 인하는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정부와 한은이 시장의 불안감을 대처하고 있다는 신호를 주고 있지만 당장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이제는 신호가 아닌 실제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하반기 미국 등 글로벌 국가들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정부와 한은도 그에 맞은 금리 폭을 고민해야 시장이 안정화에 접어들 수 있다”고 말헀다.

최재영 선임기자 caelum@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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