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노미네이션 또 수면위로… "경기부양" VS "경제활성화 상관없어"
리디노미네이션 또 수면위로… "경기부양" VS "경제활성화 상관없어"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9.05.13 18:35
  • 최종수정 2019.10.10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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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 前 한은 총재, 국회 토론회서 "0 세개 떼어내는 것 불과" 주장
"'현금 없는 사회'로 전환 中…화폐개혁 필요한지 의문" 반대 의견도
국회입법조사처 "국가 차원 충분한 사전 논의 및 신중한 검토 필요"

[인포스탁데일리=이동희 기자] 한동안 잠잠했던 '리디노미네이션'이 또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번에는 한국은행이나 시장이 아닌 국회에서다. 특히 한국은행 총재를 지낸 박승 전 한은 총재가 화폐 단위를 변경하는 '리디노미네이션'이 추진될 경우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가 될 수 있어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들고 나왔다.

일각에서는 화폐 단위를 변경할 경우 가치를 끌어올려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줄곧 제기해왔다. 화폐단위가 작아지는 만큼 가격이 줄어든다는 ‘착시효과’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것이라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박승 한국은행 前총재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화폐개혁, 리디노미네이션을 논하다'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이원욱 의원실 제공)
박승 한국은행 前총재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화폐개혁, 리디노미네이션을 논하다'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이원욱 의원실 제공)

박 전 한은 총재는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화폐개혁, 리디노미네이션을 논하다'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1000원을 1환으로, 3920원을 3환92전으로 ‘0’을 세개 떼어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리디노미네이션이란 1000원을 1원(또는 1환)으로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 리디노미네이션을 현실에 적용하는 10억원 하는 아파트가격이 100만원(100만환)이 되는 셈이다. 

그는 "유럽의 경우 (리디노미네이션 이후)물가가 0.3%포인트 오르는 등 약간의 인플레 효과가 있었다"면서도 "ATM기 교체 등 관련비용이 적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가 될 수 있어 오히려 경기 부양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총재는 지난 2002년 한은 총재 시절 '화폐제도 선진화 추진팀'을 발족하는 등 리디노미네이션의 필요성을 역설해 온 인사다. 그는 한은 총재 시절을 떠올리며 "중국 인민은행 총재가 한국은 선진국인데 환율이 왜 1000:1이냐고 했다"며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고 그래서 후진성을 고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전 총재는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가 부족하다. 또 무슨 뜻인지 발음도 어렵다"면서 "어려운 말 대신 '화폐단위 변경'이라는 말로 통일해야 한다. 공 3개만 떼어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얘기하는 것이 국민 설득에 가장 좋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신구 화폐를 1년 동안 동시에 통용시켜 신권과 구권의 인식이 그대로 국민인식에 반영되도록 하는 방법"이라며 "신구권의 동시 가격표시를 의무화 하는 등 법을 제정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조하현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를 좌장으로 이인호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조영무 LG연구원 연구위원,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 홍춘욱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가 토론자로 참여해 열띤 토론이 이뤄졌다.(사진=이원욱 의원실 제공)
조하현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를 좌장으로 이인호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조영무 LG연구원 연구위원,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 홍춘욱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가 토론자로 참여해 열띤 토론이 이뤄졌다.(사진=이원욱 의원실 제공)

한편 이날 토론회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소속 이원욱·최운열·심기준(더불어민주당), 박명재·김종석(자유한국당) 의원과 국회입법조사처가 공동 주최했다.

발제는 임동춘 국회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장이 맡았다. 그는 "리디노미네이션은 공론화 및 제도 준비 기간이 4∼5년, 법률 공포 후 최종 완료까지 포함해 약 10년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리디노미네이션은 장점도 있지만 부작용 또한 상당하기 때문에 중앙은행 뿐만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충분한 사전 논의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정치·경제·사회 모든 부문에서 국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어진 토론에서 "카페에서 5000원짜리 커피를 5.0으로 표기하는 등 우리 주변에서는 이미 리디노미네이션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제도가 바뀌지 않았음에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경제 주체들이 불편을 느끼고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디노미네이션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은 "경제적으로 시급한 문제도 아닐 뿐더러 경제활성화 정책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신용카드 사용량이 화폐 사용량의 2배가 되는 상황에서 화폐라는 게 필요하냐"고 반문했다. 우리 사회가 '현금 없는 사회'로 전환 되고 있는 가운데 굳이 지금 화폐개혁이 필요한지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이인호 서울대 교수는 소득 재분배 효과로 인해 협상력이 낮은 경제 주체들이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보유하고 있는 자산 노출을 피하기 위한 경제 주체들의 회피행위에 따른 혼란이 생기고 고액권 발행으로 검은돈 유통이 증가할 수도 있다"면서 "반드시 해야 한다면 충분한 시간을 두고 미리 진행계획을 알려줘 경제의 혼란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조하현 연세대학교 교수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이코노미스트 △홍춘욱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 등이 토론에 참여해 리디노미네이션의 현황, 시사점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동희 기자 nice1220@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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