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클릭]CJ CGV, 발목 잡는 ‘해외부문’...턴어라운드 이룰까
[인포클릭]CJ CGV, 발목 잡는 ‘해외부문’...턴어라운드 이룰까
  • 안호현 전문기자
  • 승인 2019.03.25 08:39
  • 최종수정 2019.03.25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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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발 실적 쇼크 + 베트남자회사 IPO 좌초...비우호적 영업환경 여전
사진= CJ CGV
사진= CJ CGV

[인포스탁데일리=안호현 전문기자] CJ CGV 주가가 맥을 못추고 있다. 국내 영화산업의 리딩기업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다. 지난해는 터키발 실적 쇼크와 베트남 자회사의 기업공개(IPO) 좌초 등 해외부문의 악재가 특히 뼈아팠다.

쉽사리 턴어라운드를 전망하기도 쉽지 않은 여건이다. 해외사업의 불확실성이 짙은데다, 비우호적 영업환경이 짙어지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해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든 CJ CGV가 반등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진다.

◆연이은 해외부문 악재

CJ CGV는 지난 22일 4만5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1월 장 중 3만6000원대까지 밀렸던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페이스다. 하지만 기간을 늘려보면 상황은 전혀 다른다. 주가는 2016년 장 중 12만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최근 3년 CJ CGV 주가는 약세가 뚜렷하다.

주가 낙폭의 원인으로 실적이 거론된다. CJ CGV의 지난해 매출은 1조7694억 원이다. 전년 대비 3.2%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7% 정도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CJ CGV가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2004년 12월 24일) 후 처음이다.

당기순손실의 주범은 금융비용이다. 지난해 CJ CGV의 금융비용은 2430억 원이다.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특히 파생상품평가손실이 3배 정도 불어났다.

그 중심은 2016년 인수한 터키법인이다. CJ CGV는 터키법인 인수 때 재무적투자자(FI)인 메리츠종금증권과 TRS 계약을 체결했다. TRS는 신용파생상품의 한 종류다. 거래의 기초자산에서 발생하는 시장위험과 신용위험을 거래 조건에 따라 당사자 간 주고받는 상품이다.

CJ CGV가 체결한 TRS는 리라 환율(원·리라)을 적용한 투자금액의 공정가치가 핵심이다. 리라 환율이 하락할 경우 투자원금의 공정가치가 하락해 CJ CGV는 손실을 인식한다. 반대로 리라 환율이 상승할 경우 이익이 잡힌다. CJ CGV가 TRS를 계약할 당시 리라 환율은 403.4였다. 환율은 줄곧 하락해 지난해 평균 234.21을 기록했다.

김승범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터키 리라 환율의 하락과 거시경제 악화 영향으로 1776억 원의 TRS(total return swap) 평가손실 등 비현금성비용이 발생한 것이 대규모 세전손실의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터키 경제위기로 현지 차입이자율이 상승한 탓에 CJ CGV 터키법인의 기업가치 하락이 야기됐다”며 “이에 터키법인의 영업권 손상차손 인식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터키법인과 더불어 베트남 자회사도 실망감을 안겼다. CJ CGV의 완전 자회사인 CJ CGV 베트남홀딩스(CJCGVVIETNAMHOLDINGS.,LTD)는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중단했다.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후 자진 철회했다. 기업가치를 적정히 평가받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CJ CGV 베트남홀딩스 IPO는 구주 25%와 신주 75%로 구성됐다. 공모가 밴드는 1만 8900~2만 3100원이었다. 밴드 최하단에 구주 수를 곱한 값은 270억 원이다. CJ CGV 베트남홀딩스가 IPO를 완주했다면, CJ CGV에 270억 원 안팎의 현금이 유입됐을 것이다. CJ CGV의 최근 3년 평균 영업이익은 800억 원 정도다. 영업이익의 1/3 정도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 것이다.

◆느낌표보단 물음표 달린 미래

CJ CGV가 올해 확실한 턴어라운드를 할 수 있을까. 표면상 지표는 낙관적 전망의 발목을 잡는다.

특히 리라 환율의 반등이 불분명하다. 20일 오전 10시 현재 고시된 리라 환율은 206.5다. 지난해 평균값에도 미치지 못할 뿐더러 TRS 계약 때의 리라 환율과는 괴리가 더욱 커졌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의 주범인 파생상품평가손실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터키 이자율 역시 근심거리다. 이달 터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24%로 동결했다. CJ CGV가 터키법인을 인수할 당시 터키 금리는 10% 초반이었다. 현지의 높은 이자율 탓에 터키법인의 기업가치 하락과 영업권 손상차손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TRS 평가손실 경우 재무제표상 부채를 증가시킨다. 영업권 손상은 자산을 감소시킨다. CJ CGV 경우 부채비율 등 재무지표 악화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CJ CGV의 부채비율은 305.8%다. 전년 대비 89.5%포인트 높아졌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TRS 평가손실과 영업권 손상차손은 비현금성 손실인데다 CJ CGV에게 우호적인 상황으로 변할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현재 터키의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 반등은 쉽지 않으며, 이에 CJ CGV의 재무건전성은 악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CJ CGV의 영업실적 개선이 더디다”며 “넷플릭스 등 영화 관람 채널이 최근 다변화되고 있는 상황은 CJ CGV에게 긍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CJ CGV 상영을 보이콧하는 사례가 나타나는 등 영화 산업 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CJ CGV의 시장 지위가 흔들릴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안호현 전문기자 ahh@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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