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차 남양연구소 지난 2년 간 매년 직원 극단 선택..장기적 인력관리 전략 실종"
[단독] “현대차 남양연구소 지난 2년 간 매년 직원 극단 선택..장기적 인력관리 전략 실종"
  • 박상인 기자
  • 승인 2021.03.15 15:39
  • 최종수정 2022.01.24 15: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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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스탁데일리=박상인 기자]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직원들이 지난 2년간 매년 근무자가 자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현대자동차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사망한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자동차 디자이너 故 이지원(가명) 씨의 자살 사건 이전에도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직원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 남양연구소 디자인센터 [사진=현대차]
현대차 남양연구소 디자인센터 [사진=현대차]

◇ 故 이지원 씨 자살사고 전 남양연구소 설계동 사무실서 자살사고 발생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인포스탁데일리에 “(故 이지원 씨 사망) 1년 전에는 연구소 설계동 사무실 안에서 자살한 사례도 있었는데, 산재 처리까지 2년이 걸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무실 내 자살사고가 일어난 남양연구소 설계동은 자살한 故이지원 씨도 직접 근무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현대차 측에서는 특별한 조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는 자사 직원의 자살사고 당시 조직문화 설문에 직원들이 다양한 내용의 건의 사항을 쏟아냈지만, 근무환경에 변화가 거의 없었다.

김형철 신현노무컨설팅 대표 노무사는 “현대차는 장기적인 인력관리전략이 없어서 인력관리라기보다 사고 후 대응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파악된다”며 “기업 상황에 맞는 10년 이상의 장기 플랜이 절실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대 디자인센터 동료들의 추도사 및 호소문  

◇ 현대차, 이 씨 자살 “사회풍속 저해..조의금 공식전달 불가” 조치

심지어 현대차 측은 故 이지원 씨 사망 이후 본인 사망 시 조의금 규정 3번 사망 시 사회적 풍속을 저해하는 경우는 제외한다며 동료 직원들의 추도사와 단체 조의금도 공식 전달하지 못하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현대기아차그룹의 강성노조 출현도 회사 측의 무신경한 인력관리 전략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남양연구소 직원들이 불안정한 근무환경에 내몰렸다는 얘기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이 씨 자살 사건이 발행한 후 직원 인터뷰와 증언 등을 분석한 결과 (디자인센터 내) 폭언과 폭력은 없었고 사실과 전혀 다른 이야기이며 자동차 디자인 직무를 포기할 정도의 가족과 개인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공식 입장을 전해왔다.

그러나 이 씨는 지난 2018년 현대차에서 진행한 직업적성평가에서 자신을 대표하는 키워드로 ‘가족과 자동차, 디자인, 운동, 자전거’를 꼽았다. 그는 또, ‘관계를 존중하면서 성취를 느끼는 행복한 삶’을 인생 목표로 내세울 정도로 직장생활에 전혀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의 설명과 달리 2010년 현대차에 입사해서 현대기아차의 주요 자동차 디자인을 도맡았던 이 씨의 삶은 2015년 이후 확연히 달라진 것으로 파악됐다.

4세대 투싼. 사진=현대차 제공
4세대 투싼 [사진=현대차]

◇ “디자인센터장, 스타 디자이너 집착·책임회피 만연..폭언 뒤따랐다”

2015년 새로운 디자인센터장이 부임한 이후 과도한 사내경쟁 체제가 시행되면서 근무 강도가 점점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디자인은 특성상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고 다른 직군과 비교해도 근무 난이도가 높아 업무량 자체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디자이너 개개인은 2~3개월에 한 번씩 디자인 프로젝트 품평회를 소화해야 했기 때문에 주말 근무나 특근은 당연한 일상처럼 여겨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한 故 이지원 씨도 밤샘 근무나 특근에 대해 별다른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스타 디자이너에 대한 집착과 윗선 눈치 보기에 따른 책임 전가가 극심해진 디자인센터의 분위기는 디자이너들을 정신적 압박과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상태로 내몬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의선 회장이나 동커볼케 부사장의 디자인 지적이라도 나올라치면 디자인센터에서는 폭언과 비아냥 등 언어폭력이 극심해졌고, ‘즉흥적인 디자인 방향 바꾸기나 노골적인 타브랜드 베끼기 지시’까지 나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내부 폭언이 있었다면 고인에게만 해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또 실제 폭언이 있었다 한들 죽음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회사는 파악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결국 지난해 9월 디자인을 관두고 택배 일로 생계를 꾸려나갈 생각까지 했던 故 이지원 씨는 복직을 1개월 앞둔 시점에 본인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남겨진 이 씨의 가족은 회사 측으로부터 아무런 사후지원이나 직원들의 공식적인 조의금 전달도 받지 못한 채 쓸쓸하게 망자의 빈소를 지켜야만 했다.

박상인 기자 si2020@infostock.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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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ftech 2022-01-12 22:12:37
사람좀 그만 죽여라 현대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