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AAPL), 역대 최대 매출에도 메모리 원가 부담 가중
[인포스탁데일리=윤서연 기자] 애플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에도 아이폰과 맥 판매 호조에 힘입어 역대 최대 9월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메모리 원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면서 실적발표 직후 주가는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애플의 가격 결정력은 여전히 견조하지만 향후 원가 부담이 본격화할 경우 이익률 하락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은 2026회계연도 4분기(7~9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7% 증가한 1144억77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7~9월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로 시장 예상치인 1134억6700만달러도 웃돌았다.
주당순이익(EPS)은 2.10달러로 시장 전망치 2.00달러를 상회했다. 영업이익은 356억31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9% 증가했다.
제품별로는 아이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7.5% 증가한 575억8300만달러를 기록하며 성장을 주도했다. 맥 매출도 23.7% 늘어난 107억9200만달러를 나타냈다. 반면 아이패드와 웨어러블·홈·액세서리 매출은 각각 10.4%, 7.9% 감소했다.
다만 시장의 관심은 사상 최대 매출보다 향후 수익성에 집중됐다.
애플은 2027회계연도 1분기(10~12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1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성장률이지만 매출총이익률 전망치는 45~46%로 제시해 시장 예상치인 46.3%를 밑돌았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애플의 9월 분기 매출총이익률은 47.9%였지만 관세 환급 효과를 제외하면 46.9% 수준이다. 다음 분기 전망치의 중간값인 45.5%와 비교하면 한 분기 만에 1.4%포인트 낮아지는 셈이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애플은 무너지는 산업 수요 속에서도 매출을 방어하며 레거시 사업의 저력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면서도 "이익률이 방어선의 끝자락에 와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보인다"고 분석했다.
수익성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이 지목된다. 애플은 기존 재고와 비메모리 부품 가격 하락 등을 통해 원가 부담을 일부 상쇄했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완충 효과가 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승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률 하락 우려가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애플이 미리 확보한 메모리 재고의 원가 완충 효과가 점차 줄어드는 가운데 높은 가격으로 추가 구매한 물량이 향후 실적에 반영되면서 수익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메모리 가격이 꺾여도 동사 원가의 정점은 시차를 두고 올 수 있다는 의미"라며 "3월 분기 총이익률이 이를 확인할 첫 지점"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은 원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 제품의 판매가격을 인상했다. 지난 6월 맥 제품 가격을 올린 데 이어 9월에는 아이폰18 프로 가격을 100달러 인상했다. 그럼에도 아이폰과 맥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가격 결정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다만 제품 가격 인상만으로 원가 상승 부담을 모두 상쇄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플이 9월 분기 중 제조 관련 구매 약정액을 330억달러 늘린 가운데 메모리 가격 상승분이 향후 실적에 순차적으로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 사업의 성장세 둔화도 수익성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애플 뮤직과 애플TV, 클라우드 등을 포함한 서비스 매출은 315억73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8% 증가했지만 성장률은 이전보다 낮아졌다.
키움증권은 서비스 매출 성장률이 2023년 2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애플이 제시한 10~12월 분기 서비스 매출 성장률 전망치도 8~9%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특히 앱스토어의 외부 결제 허용 확대와 모바일 게임 부진, 검색 광고 관련 불확실성 등이 기존 서비스 사업의 성장세를 제약할 수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시리(Siri) AI 서비스 확대에 따른 서버 운영 비용 증가도 새로운 부담으로 꼽힌다. 애플이 AI 기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서비스 매출 증가로 충분히 상쇄할 수 있을지가 향후 수익성의 주요 변수라는 설명이다.
이종욱 연구원은 "애플이 차세대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하이엔드 아이폰 제품의 차별화와 시리 AI의 서비스 안착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제는 레거시의 견고함보다 신규 동력의 실체를 확인해야 하는 순간"이라며 "우리는 미래를 낙관하고 있으나 확신으로 넘어갈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윤서연 기자 yoonsy0528@infostoc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