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벨로퍼 양대산맥 '엠디엠·HM' 뭉쳤다…멈춘 사업장에 700억 투입
[인포스탁데일리=윤서연 기자] 국내 디벨로퍼 업계가 자금 조달에 막힌 중소 시행사의 개발사업을 다시 움직이기 위해 공동 자금 조성에 나선다. 김한모 HM그룹 회장과 문주현 엠디엠그룹 회장이 각각 50억원 안팎을 출자하고 다른 주요 건설·개발사들도 참여해 350억원을 마련한다. 여기에 KB증권이 같은 규모를 보태 총 700억원 규모의 에퀴티 펀드를 만들 계획이다.
21일 부동산 개발업계에 따르면 한국디벨로퍼협회와 KB증권은 'KB-KODA INITIATIVE PEF'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현 한국디벨로퍼협회장인 김 회장이 이끄는 HM그룹은 50억원 출자를 확정했으며 전 협회장인 문 회장의 엠디엠그룹도 50억원 안팎을 투입할 예정이다.
전·현직 협회장이 나란히 출자자로 참여하는 데 이어 대우건설과 제일건설도 각각 30억원 안팎의 자금 투입을 추진하고 있다. 협회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수요를 파악한 결과 개발업계에서 모일 자금은 모두 350억원가량으로 집계됐다.
업계 출자금에 KB증권의 350억원을 더해 펀드 규모를 700억원까지 키우는 방식이다. 한국디벨로퍼협회와 KB증권은 지난달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주요 참여사들의 출자 규모가 구체화되면서 펀드 구성 작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자금은 사업 자체가 멈춘 곳보다는 사업 준비를 상당 부분 끝냈지만 자기자본 부족으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토지를 확보하고 인허가 절차까지 마쳤음에도 본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필요한 초기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사업장이 주된 대상이다.
지원 방식도 일반적인 대출과 다르다. 시행사에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대신 펀드가 해당 개발사업의 지분에 참여한다. 이를 통해 시행사의 자기자본을 늘리고 이후 금융기관의 본PF 조달 가능성을 높여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펀드가 추진되는 배경에는 최근 개발사업의 자금 조달 환경 악화가 자리 잡고 있다. 부동산 경기 부진과 공사비 상승이 이어진 데다 PF 부실 우려까지 커지면서 금융기관들이 신규 사업에 대한 심사를 강화했다. 이에 따라 사업 부지와 인허가를 확보하고도 자기자본이 부족해 자금 조달 단계에서 정체되는 중소 시행사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국내 개발사업은 시행사가 초기 자본을 투입해 토지 매입과 인허가를 진행한 뒤 PF를 통해 본격적인 사업비를 조달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이 과정에서 자기자본이 충분하지 않으면 사업성이 확보된 프로젝트라도 금융권 자금을 끌어오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번 펀드는 이런 초기 자본 공백을 업계가 공동으로 메운다는 점에서 기존의 개별 사업장 자금 조달과 차이가 있다. 디벨로퍼와 건설사들이 함께 자금을 출자하고 그 가운데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중소 시행사 프로젝트에 에퀴티를 공급하는 구조다.
투자 대상 발굴은 한국디벨로퍼협회가 맡는다. 협회는 1000여개 회원사와 2200여개 부동산 개발업 등록사업자 네트워크를 활용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업장을 찾을 예정이다. 이후 KB증권이 사업 구조와 수익성, 위험 요소 등을 검토해 최종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첫 투자 후보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신축매입약정을 맺었지만 초기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일정이 늦어진 사업장이 거론되고 있다.
LH 신축매입약정은 민간 사업자가 주택을 건설하면 준공 이후 LH가 해당 주택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준공 이후 매입 주체가 사전에 정해지는 구조지만, 실제 공사를 시작하려면 시행사가 착공 단계에서 필요한 자금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
한국디벨로퍼협회와 참여사들은 펀드 조성을 마무리한 뒤 연내 첫 투자를 집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윤서연 기자 yoonsy0528@infostoc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