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 대신 종이로" 유통가 포장재 전환, 제지주에 훈풍 불까

2026-04-13     박상철 기자

[인포스탁데일리=박상철 기자]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로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이커머스 업체 쿠팡이 택배 포장재를 비닐에서 종이로 전격 교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환경 규제 강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석유화학 제품인 비닐의 원가 부담을 낮추려는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그간 사양 산업으로 평가받던 제지 및 골판지 업계가 '친환경 배송' 트렌드의 최대 수혜처로 부상하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최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기존 폴리에틸렌(PE) 소재의 비닐 포장재(프레시백 제외 일반 택배백)를 종이봉투로 대체하기 위한 대대적인 공정 전환 검토에 착수했다. 이번 결정의 직접적인 도표는 중동 전쟁 여파로 인한 나프타(Naphtha) 가격의 급등이다. 나프타는 플라스틱의 기초 원료로, 이를 가공해 만드는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가격이 최근 수개월간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이커머스 업체의 물류 비용 부담을 가중시켜 왔다. 업계에서는 원재료 수급 불안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대체재 확보를 위한 '탈플라스틱' 속도를 높이는 모양새다.

정부의 정책 기조 역시 이러한 변화를 압박하고 있다. 환경부는 택배 과대포장을 규제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으며,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성과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높아지는 추세다. 쿠팡이 종이 포장재 도입을 공식화할 경우, 네이버쇼핑, 11번가, G마켓, 무신사 등 경쟁 업체들 역시 시장 점유율 유지와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유사한 행보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글로벌 매크로 환경 역시 제지 업계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 결렬 이후 미 해군이 이란 항구를 겨냥한 해상 역봉쇄 조치를 시사함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을 포함한 주요 물류 거점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이는 향후 석유화학 원재료의 공급망 차질로 이어져 플라스틱 기반 포장재의 단가 상승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국내 제지 업계는 골판지 박스와 종이봉투 수요 확대에 따른 이른바 '반사이익 구간'에 진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이커머스 물동량이 견조하게 유지되는 상황에서 포장재 소재의 '구조적 전환이 가시화될 경우, 제지 산업 전반의 매출 규모가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박상철 기자 3fe94@infostoc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