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스탁데일리=박효선 기자] 올해 글로벌 경제가 신흥국 중심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EY한영은 지난 1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주요 고객사 임원과 경제계 인사를 초청해 ‘수퍼플루이드 엔터프라이즈(Superfluid enterprise)’를 주제로 신년 경제전망 세미나를 열었다고 15일 밝혔다.
이날 기조연설자로 나선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올해 국내외 경제가 신흥국 중심으로 개선될 것”이라며 “인도는 적극적 경기 부양책, 기저 효과 등으로 올해 경제 성장률이 높아질 것으로 보이고, 브라질도 감세 등 재정확대와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 금융부문 구조 개혁 등이 성장세 회복을 견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러시아는 미국 중심 서방 국가의 경제 제재 등으로 최근 경제 성장이 부진했으나 확장적 재정과 통화 정책, 투자자 보호 강화 등에 힘입어 내수를 중심으로 성장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나 불확실성 요인도 여전히 남아있다고 보았다. 그는 “중국의 경상수지 축소와 내수 부진이 지속됨에 따라 중국의 국가 경제 성장률이 6%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미·중 통상 갈등의 여파와 연초 벌어진 미·이란 군사 충돌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역시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임 전 위원장은 올해 국내 기업을 위한 화두로 ‘집중(集中)·협업(協業)·직시(直視)’를 제시했다. 그는 “불확실성 시대의 경영은 다변화가 아니라 집중화”라며 “미래 유망 사업 영역 위주로 비즈니스를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집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협업’에 대해서는 “경쟁사나 다른 업계 기업과 생태계 구축이 필수가 됐다”며 “우수한 파트너와 협업 기회를 선점하려면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직시’에 대해서는 “위기와 기회가 혼재된 상황이기 때문에 섣불리 상황을 예단하기 보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미리 마련하고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발표자로 나선 변준영 EY한영 산업연구원장은 초(超) 디지털 시대의 혁신기업 ‘수퍼플루이드 엔터프라이즈’에 대해 소개했다.
수퍼플루이드는 본래 초유체를 가리키는 물리학 용어다. 섭씨 영하 273도(절대영도)의 초저온에서 마찰력이 0이 되는 물질을 말한다. EY는 이를 산업 관점에서 해석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중간 거래 과정 없이 상품·서비스를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거래하고, 거래 비용이 0이 되는 초 디지털 시대로 수퍼플루이드를 정의했다. 수퍼플루이드 엔터프라이즈는 이러한 수퍼플루이드 시대가 불러오는 불확실성을 혁신으로 뛰어넘고 변화를 이끌어 나가는 기업들의 특징을 분석해 개념화한 것이다.
변 원장은 수퍼플루이드 엔터프라이즈의 공통적인 핵심 성공 요인을 크게 △미래 유망사업 진입(Future relevant) △포트폴리오 조정 매각 및 인수(Asset light) △혁신 기술 확보를 통한 하키 스틱 성장(Scale fast) △디지털 기반 운영 혁신(Agility by digital) 4가지로 나눠 제시했다.
그는 “2008년 포천 500대 기업에 속했던 전통기업 중 10년 후 남아있는 기업은 300개(2018년 기준)가 채 되지 않았다”며 “207개 기업이 리스트 밖으로 퇴출당한 반면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되는 비상장 기업(유니콘)의 탄생은 2008년 연간 7개에서 2018년 연간 124개로 급격히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수퍼플루이드라는 큰 흐름에 적응하는 양상에 따라 대기업도 쉽게 몰락할 수 있고, 신생기업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부연이다.
김영석 EY한영 디지털 리더는 수퍼플루이드 엔터프라이즈 시대를 맞이하는 국내 기업의 대응 전략에 대해 설명했다.
김 리더는 “대부분 기업이 현재 사업 위주의 확장 전략(Present-forward)을 펼치고 있지만 수퍼플루이드 시대에는 미래 핵심 사업 위주의 재편 전략(Future-back transformation)을 실행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3대 전략으로 △미래 성장사업 중심의 사업 재편 △글로벌 운영체계 고도화 △디지털 융합 혁신을 제시했다.
우선 사업 재편에 대해 그는 “지금까지의 매각과 인수 방식이 부실 사업을 정리하고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 위주로 인수하는 인바운드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미래 성장사업에 필요한 기술이 있을 경우 매물이 아니어도 찾아가서 인수하는 아웃바운드 방식으로 전환될 것”이라며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고성장 수익 사업이라도 최적기에 매각하는 상시 사업 재편 체계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운영 체계 고도화에 대해서는 “산업별로 글로벌화 수준이 다르므로 차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금융·소비재 산업은 글로벌화 초기에 있는 만큼 각국의 경영 지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글로벌 디지털 대시보드(Digital dashboard) 구축이 필요하고, 반도체·자동차 등 글로벌화가 고도로 진행된 기업은 국가별 중복 기능을 제거하고 권역별로 운영 모델을 최적화하는 글로벌 운영 체계 혁신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디지털 오퍼레이션 혁신에 대해서는 “디지털에 많은 투자를 하고도 성과가 미미한 경우는 주로 신기술에만 관심이 있고 ERP(전사적자원관리)와 같은 핵심 업무 시스템(Core system) 혁신을 동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미래 비즈니스 모델을 신속하게 지원하기 위해서는 모듈화를 통해 유연한 핵심 업무 시스템(Flexible core system)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EY한영은 세미나에서 △투자 분석 및 비주얼화 도구 ‘EY 엠브리오닉(EY Embryonic)’ △미래 지향 글로벌 경영 관리를 위한 애널리틱스 도구 ‘EY 디지털 대시보드(EY Digital Dashboard)’ △글로벌 사업최적화 방법론 ‘EY OME(Operating Model Effectiveness)’ 등의 솔루션도 소개했다.
박효선 기자 hs1351@infostoc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