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6대책 ‘후폭풍’... 서민 내집마련 더 어려워진 이유는?
12.16대책 ‘후폭풍’... 서민 내집마련 더 어려워진 이유는?
  • 박정도 전문기자
  • 승인 2020.01.06 08:49
  • 최종수정 2020.01.06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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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인포스탁데일리=박정도 전문기자]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12월 16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일명 ‘12.16대책’의 ‘불똥’이 엉뚱한 방향으로 튀고 있다. 당초 정부가 기대했던 대로 강남 일대 초고가 아파트 집값은 하락세에 돌입했지만 서울 내 9억원 이하 아파트와 수도권 일부 지역 아파트, 전세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한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의 영향으로 서민들의 내집마련이 더 어려워졌다고 보고 있다.

6일 국내 부동산 주요 이슈 진단·시장전망 프로그램 ‘랜드마크 by 인포스탁데일리’에선 안영효 어썸컨설팅 대표와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이 출연해 12.16대책 발표 3주 후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방송에서 안 대표와 양 소장은 12.16대책으로 서울 내 아파트들의 전세 값이 오르는 가운데 강남지역 부동산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수도권 일부 지역에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

12.16대책, 강남 초고가 아파트 집값 상승세 잡았나

12.16대책을 통한 강남 아파트값 하락은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안영효 대표는 방송에서 “12.16대책 이후 강남과 송파 지역에 아파트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라며 “송파구 잠실 주공아파트 층 시세는 기존 21억8000만원에서 2억원 이상 떨어졌고, 로열층의 경우 23억5000만원에서 3억원이나 하락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지영 소장은 “강남 아파트는 한 번 떨어지기 시작하면 하루 이틀 새 1~2억원씩 떨어지는 것은 금방”이라며 “향후 예상되는 보유세 강화와 양도세 중과의 한시적 배제 등으로 일부 다주택자들로선 올해가 집을 팔 기회라는 생각에 서두를 시기라고 판단하는 것”이라 분석했다.

이어 “다만 12.16대책 전에는 강남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은 많았던 반면 매물이 없어서 거래가 없었다면, 대책 발표 이후에는 매물은 나오는데 매수자가 없는 상황”이라며 “시장이 눈치를 보는 가운데 정부가 공급대책이나 규제책을 더 내놓는다면 시장 냉각기가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2월 17일부터 지난 3일까지 거래된 서울 아파트는 모두 592건이었으며 이 가운데 9억 이상 아파트 거래는 112건으로 전체의 18.8%를 차지했습니다.

실거래 신고 기간이 60일인 점을 감안하면 매매 신고건은 더 늘어나겠지만, 지난해 10월 31.7%에 달했던 9억 이상 아파트 거래가 40% 넘게 줄어든 것이다. 특히 대출이 막힌 15억 초과 아파트 거래는 11.4%에서 2개월새 5.7%로 반토막 났다.

이에 대해 양 소장은 “과거 부동산 대책은 하락 직후 반등이 나타나는 경향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과거와 다르게 급냉각기가 찾아올 수 있다”라며 “최소한 다음 봄 아파트 성수기에 매수세가 붙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고 제안했다.

풍선효과에 9억 이하·수도권 아파트↑... “내집 마련 어려워져”

하지만 강남에 몰렸던 유동자금이 그 외 아파트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도 수반된 것으로 보인다. 안영효 대표는 방송에서 “수원은 최근 한 달 새 아파트 가격이 1~2억원 가량 올랐고, 의왕과 용인 등에서도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아파트 문의가 크게 늘었다”라고 강조했다.

양지영 소장은 이에 대해 “그곳 아파트는 서울과 인접해있으면서 개발 호재도 있고, 무엇보다 9억원 이하 아파트라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풍선효과를 톡톡히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올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들고, 입시 제도도 바뀌며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관망세 증가로 전세 가격도 상승세로 이어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최근 직방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전국 집들이 물량은 총 2만4121가구로 전월 입주물량인 2만2218가구보다 8.5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방은 전월보다 26.42%가 늘어난 1만5097가구가 입주할 예정이지만 수도권 입주예정 물량은 12.18%가 감소한 9024가구에 그쳤다.

이에 대해 안 대표와 양 소장 모두 12.16대책의 일환으로 매매 수요가 전세 수요로 전환되고 있다고 봤다. 특히 안 대표는 “정부의 대책이 전세 가격도 올리고 9억원 미만 아파트들의 매매가격도 올려서 서민은 집 살 기회조차 없어질 것”이라며 “이로 인해 월세가 많아지게 되고 서민들은 결국 ‘월세 인생’으로 몰릴 것”이라 전망했다.

강남·비규제 청약시장, 여전히 ‘현금 부자’ 몰린다

한편 강남 아파트 청약 시장은 여전히 수요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양지영 소장은 “최근 ‘개포 프레지던스 자이’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4750만원 수준이며, 가구 수가 가장 많은 59m²의 경우 11억3500만~12억4900만원, 84m²부터는 15억원을 넘겼다”라며 “위례신도시의 ‘호반써밋송파’는 1전메 제한이 8년임에도 1·2차 청약에 무려 3만5000여명이 몰렸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비규제 지역 풍선효과도 늘고 있어 지난 12월 29일 수원 ‘코오롱하늘채더퍼스트’의 무순위 경쟁률은 무려 5087대 1이었다”라며 “오갈데 없는 규제지역 유동자금이 이동했고, 당첨만 돼도 최소 1~2억원의 프리미엄이 붙는 만큼 청약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12.16대책이 강남 등 규제 지역에는 가격 하락을 주는 반면 대출이 상대적으로 쉬운 비규제 지역은 가격 상승의 풍선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정리했다.

박정도 전문기자 newface03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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