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9]금융권 뒤흔든 10대 뉴스… 초대형 사건사고 움추린 시장
[아듀 2019]금융권 뒤흔든 10대 뉴스… 초대형 사건사고 움추린 시장
  • 박효선 기자
  • 승인 2019.12.31 11:24
  • 최종수정 2019.12.31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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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인포스탁데일리=박효선 기자] 올해 금융업계는 대형 금융 사고로 바람 잘 날 없는 한해를 보냈다.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등 금융상품에서 잇따라 초대형 사고가 터지며 신뢰에 금이 갔고, 사모펀드 시장이 극도로 위축됐다. 또한 업황 악화에 금융회사들이 줄줄이 매물로 쏟아졌다. 그럼에도 금융사 CEO들은 대부분 연임에 성공했다.

증권시장에선 장밋빛 청사진을 쏟아냈던 바이오주들이 잇단 임상 실패로 개인투자자들에게 큰 ‘배신’을 안겼다.

내년 금융업계는 올해 잃어버린 투자자‧고객 신뢰를 회복하는데 집중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저무는 기해년을 보내며 올해 금융권을 뒤흔들었던 10대 뉴스를 되짚어봤다.

◇투자자 울린 DLF 대규모 손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서 판매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 손실 사태는 금융권 전반에 큰 충격을 줬다. 독일 국채 10년물, 영국 파운드화 이자율 스와프(CMS) 금리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이 상품에 퇴직자, 주부, 고령자 등 일반투자자들이 다수 물렸다. 이 상품은 시중은행에서 사모펀드 형태로 판매됐다.

특히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를 기초로 한 DLF의 경우 손실 진입구간(녹인 배리어‧Knock In Barrier)에 진입하며 수많은 투자자들이 손실을 봤다. 올 들어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금융감독원은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 부의된 6건 모두 은행의 불완전판매로 판단, 일 투자 손실에 대한 배상 비율을 40~80%로 결정했다. 지금까지 불완전판매 분쟁조정 사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라임운용 펀드 환매 연기… 사모 시장 신뢰 ‘뚝’

DLF 대규모 손실 사태에 이어 국내 헤지펀드 1위 운용사였던 라임자산운용이 펀드 환매를 연기하기로 하면서 사모펀드 시장에 대한 신뢰는 그야말로 바닥까지 떨어졌다. 지난 10월 라임자산운용은 모(母) 펀드인 '플루토 FI D-1호'와 '테티스 2호'에 재간접 투자한 6200억원 규모의 펀드(자(子) 펀드) 환매를 중단했다. 이후 무역금융 펀드에 투자된 2400억원 규모의 재간접 펀드 환매도 중단됐다. 

라임의 펀드 환매 중단에 1조5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묶이고, 상환을 기다려야 하는 투자자 수는 40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매 중단 기간은 최소 6개월, 최장 6년까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사태로 CB(전환사채)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고, 한국 사모펀드 시장도 위축됐다.

최근에는 미국 폰지 사기에까지 휘말린 것으로 드러났다. 라임자산운용이 투자한 미국 펀드업체가 다단계 금융사기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지면서 라임 무역금융펀드 투자자들은 원금을 모두 날릴 위기에 놓였다.

◇제약·바이오 잇단 임상 실패… 투자자 쇼크

한때 장밋빛 청사진을 쏟아냈던 제약·바이주는 잇단 임상 실패로 투자자들에게 배신감을 안겼다. 이로 인해 3년 만에 코스닥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코오롱티슈진은 식품의약안전처로부터 ‘인보사’ 판매 중지에 이어 허가가 취소되며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렸다. ‘인보사 사태’는 증권사 ‘주관사 책임 범위에 대한 논란까지 이어졌다.

또한 지난 8월 신라젠이 ‘펙사펙’ 임상3상 무용성 평가 결과 임상시험 중단을 권고 받아 주가가 급락했다. 그 여파로 바이오주 전반이 동반 하락했다. 이후 에이치엘비와 헬릭스미스 바이오주도 임상결과발표에 따라 주가가 출렁였다.

◇금투협 새 수장에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

권용원 전 금융투자협회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금융투자업계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이후 금융투자협회는 차기 협회장 선임 절차에 돌입,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이 제5대 협회장으로 선출됐다.

◇금감원 특사경 출범… 첫 수사 대상은 하나금투 리서치센터

지난 7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수사를 전담하는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출범했다. 특사경 조직은 금감원에서 자본시장을 담당하는 원승연 부원장 직속으로 설치됐으며 금감원 내 불공정거래 조사 전문가로 꼽히는 황진하 전 조사제도팀장이 특사경 전담 부서장을 맡았다.

특사경에는 기존 금감원 직원이 갖고 있지 않던 압수수색, 출국금지 요청, 통신기록 조회 등 강력한 강제수사 권한이 부여됐다. 이 같은 강제수사 등 업무 전반은 검사 지휘 아래 진행된다.

수사할 수 있는 사건은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이 긴급·중대한 사건(패스트트랙)이라 판단해 증선위의 심의를 생략하고, 검찰청으로 넘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사건 중에서 서울남부지검이 지휘하는 사건이다.

첫 수사 대상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였다. 특사경은 하나금투 소속 애널리스트의 선행매매(주식·펀드거래 정보를 미리 입수해 매매하는 행위) 혐의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9월 하나금투 본사 리서치센터를 압수수색했다. 다만 지난달 서울남부지법은 해당 애널리스트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본격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시대가 본격화됐다.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의 적극적인 기업 경영 참여 활동의 발목을 잡았던 ‘5% 룰(5% 대량보유 보고제도)’과 ‘10% 룰(단기매매차익 반환의무)’도 완화됐다.

국민연금은 올해 초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경영 참여 주주권을 처음으로 행사했으며 이로 인해 국내 기업 최초로 기업 총수가 주주들의 선택으로 이사직을 잃었다.

최근에는 국민연금 최고 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국민연금의 경영참여 목적의 주주권 행사 대상 기업과 범위, 절차 등을 규정한 가이드라인을 의결했다. 가이드라인에는 횡령·배임·사익편취 등으로 기업가치가 추락했는데도 개선 의지가 없는 투자기업에 대해 국민연금이 이사해임, 정관변경 등을 요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운용사들도 스튜어드십 코드에 속속 동참하며 적극적으로 투자 기업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전경련, 상장사협의회 등 기업 측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이들 단체는 정부의 경영 개입이라며 맞서고 있다.

◇정부, ISD 정부 첫 패소

정부가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서 처음으로 패소했다. 이란 디야니 측이 지난 2010년 옛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합병 시도 과정에서 계약 해지로 손해를 봤다며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중재판정부는 디야니 측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730억원을 물어주게 됐다. 현재 이 배상액을 물어주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이 밖에 정부는 옛 외환은행 매각(론스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엘리엇·메이슨) 관련 등 10건의 ISD 판정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소송 금액이 5조원이 넘는 론스타 ISD 대응 전략을 검토 중이다.

◇시장에 쏟아진 금융회사 매물… 금융지주사들의 치열한 물밑작업

올해 보험사를 비롯해 카드사, 캐피탈, 자산운용,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줄줄이 매물로 나왔다.

올해 초 롯데그룹이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롯데캐피탈 등 그룹 내 금융 계열사를 모두 매물로 내놓으며 금융지주 및 사모펀드(PEF) 위주의 업계 재편이 본격화됐다. 금융지주와 사모펀드(PEF) 운용사는 M&A 시장에서 경합을 벌이거나, 합종연횡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어(롯데카드 등)를 낚았다.

올 하반기에는 KDB생명부터 시작해 더케이손해보험, 푸르덴셜생명 등 유독 보험사 매물이 잇따라 시장에 쏟아졌다.

비은행 부문을 강화해야 하는 금융지주들은 계산기를 두들기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저마다 퍼즐을 맞춰야하는 계열사가 있어 기다리는 매물도 조금씩 다르다. 자문을 통한 치열한 물밑작업이 벌어지는 가운데 이 같은 눈치싸움은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고강도 부동산 규제… 해외로, 리츠로 눈 돌리는 금융사

이달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 발표 이후 금융사들은 '새판짜기'에 돌입했다.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이 막히면서 이자 수익 감소가 불가피해진 은행은 펀드, 방카 등을 통한 비이자수익 확대에 역량을 집중해왔다. 그러나 DLF 사태로 국내에서 비이자수익 확대에도 힘이 실리지 않자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캄보디아, 베트남 등 신남방으로 영토를 확장하는 모습이다.

증권업계는 그간 주 수익원이었던 부동산PF 사업 대신 리츠 시장에 주목한다. 연말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에서 투자은행(IB) 부문을 확대한 가운데 리츠 사업 강화를 위한 채비를 갖췄다.

부동산PF 채무보증 한도를 줄이기 위해 자기자본을 늘리는 증권사의 움직임도 포착된다.

◇금융사 CEO 줄줄이 연임… 교체 보다 현상유지‧리스크 보다 실적

올 연말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허인 국민은행장, 이대훈 농협은행장 등 금융회사 CEO들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대부분 연임됐다.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뿐 아니라 계열사 CEO들도 대부분 유임됐다.

올해 초에는 일부 금융사에서 세대교체가 이뤄졌으나 연말이 다가올수록 대부분 현상 유지를 택했다.

연임 여부에 대한 평가 포인트는 ‘경영 성과’였다. 올해 DLF, 라임 사태 등 굵직굵직한 금융사고가 터졌으나 리스크 보다는 실적에 초점을 둔 모습이다.

내년 3월에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역대 최대 실적을 내세우며 손태승 회장 연임에 힘을 실었으나 DLF 사태 관련 제재심을 앞두고 거취가 불투명해졌다. 손 회장의 연임 여부는 제재심 이후 다음달 중순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기업은행은 차기 행장이 정해지지 않은채 내홍을 앓고 있다. 김도진 기업은행장이 지난 27일 공식적으로 행장직에서 물러난 뒤 당분간 임상현 수석부행장(전무)이 직무대행직을 수행한다.

박효선 기자 hs1351@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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