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찮은 이스타항공 매각… CB 발행‧인수로 돈 놓고 돈 먹기
석연찮은 이스타항공 매각… CB 발행‧인수로 돈 놓고 돈 먹기
  • 박효선 기자
  • 승인 2019.12.24 08:43
  • 최종수정 2019.12.24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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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직 중진공 이사장 선거 자금 마련 목적(?)
이스타항공‧홀딩스, 매년 실체 없는 회사에서 자금조달… 자금 출처 불투명
사진=이스타항공
사진=이스타항공

[인포스탁데일리=박효선 기자] 이스타홀딩스가 애경그룹의 제주항공에 이스타항공을  695억원 규모로 매각한다. 

그런데 매도자인 이스타항공과 매수자 제주항공 간 독특한 거래 방식이 시장의 눈길을 끈다.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가 제주항공에 인수자금 695억원 중 100억원을 빌려주고, 여기에 더해 이스타항공에도 100억원을 보태주는 거래 방식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이렇게 되면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흡수합병하는 게 아니라 이스타홀딩스 지분이 섞여 들어가 양사가 이스타항공을 독립 경영하는 형태가 된다.

이 과정에서 온갖 잡음이 터져 나온다.

◇제주항공‧이스타항공, 이스타홀딩스에 CB 발행

출처=전자공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이스타홀딩스를 대상으로 전환사채(CB)를 발행하기로 했다.

우선 제주항공은 1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이를 이스타홀딩스가 매입한다. 이에 따라 이스타홀딩스는 내년 4월 6일부터 2025년 3월까지 주당 2만5520원에 주식으로 전환하면 제주항공 1.46%(39만1849주) 지분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이스타항공도 100억원 규모의 CB를 이스타홀딩스 대상으로 발행한다. 발행 납입일이나 만기일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제주항공과 같은 시기로 추정된다. 주당 5000원에 이스타항공 지분 200만주로 전환할 수 있는 CB를 발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한 뒤 이스타홀딩스가 매입한 두 회사 CB에 대한 주식 전환 권리를 실행하면 17% 가량의 이스타항공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스타항공 2대 주주로 올라서 제주항공을 견제할 수 있는 자리를 파고드는 셈이다. 

사실상 제주항공의 완전한 인수합병이 아니다. 제주항공이 인수하는 회사로부터 자금을 끌어온 형태도 독특하고, 이로 인해 향후 두 회사가 지분 경쟁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애경 측은 이스타홀딩스의 요구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애경 관계자는 “CB를 발행한 것은 자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스타 측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면서 “CB 만기가 2025년 3월까지인 만큼 (이스타홀딩스의) 주식 전환 여부를 알 수 없으므로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과 그 외 2개 법인이 보유한 보통주 497만1000주, 지분 51.17%(구주)를 이달 말까지 695억원(실사 등을 거쳐 최종 거래계약시 변경 가능)에 사들일 예정이다.

이스타항공 측은 진성매각 여부에 대해 “50%가 넘는 지분을 내놓았는데 당연히 진성매각이고, 2대 주주로서 적극적으로 경영에 협조하겠다는 차원에서 CB 발행(이스타항공) 및 CB 인수(이스타홀딩스)를 진행하게 된 것”이라고 답했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구조. 제공=한화투자증권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구조. 제공=한화투자증권

◇지주회사 이스타홀딩스 정체 불투명… 여의도 한 오피스텔에 위치

그동안 M&A설을 부인해온 이스타항공이 이 시점에 매각을 결정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이상직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의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앞두고 선거 자금 마련 차원이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된다.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는 지분 39.6%를 보유한 이스타홀딩스이며 삼성증권(3.4%), 에이프로젠케이아이씨(2.7%), 군산시장 2.1%, 기타 52.2%다.

이스타홀딩스는 2015년 11월 설립된 회사로 이상직 이사장의 자녀인 이원준씨(66.7%)와 이수지씨(33.3%)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이수지씨가 이스타홀딩스의 대표이사로 등록돼 있다.

사실상 이스타항공은 이상직 이사장의 지배 하에 있는 모습이다.

이스타항공 지분 구조도. 제공=삼성증권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항공의 지주회사 법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회사인지는 알려진 바 없다.

다만 현재 이 회사의 주소는 여의도 한 오피스텔에 위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까지 강서구에 있는 이스타항공 본사 근처에 있다가 이달 여의도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스타홀딩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0이었으나 지분법이익, 염가매수차익 등에 의해 48억5515만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또한 이스타홀딩스는 아이엠에스씨(28억2000만원), 이스타항공(1억1000만원), 비디인터내셔널(1800만원) 등으로부터 운영자금 용도로 총 41억원을 단기 차입했다. 이원준씨는 당시 680만원을 단기대여하기도 했다.

◇아이엠에스씨‧비디인터내셔널 등 자금조달처, 실체 없는 회사

이스타홀딩스가 자금을 빌려온 차입처도 실체가 없는 회사다. 따라서 자금의 출처 역시 알 수 없다.

이스타홀딩스의 자금조달처 가운데 아이엠에스씨는 2013년 설립과 함께 이스타항공을 인수했던 곳으로 당시 이스타항공 본사가 있는 강서구 방화동 빌딩과 같은 곳에 있었다. 2015년 이후에는 경기도 김포로 이전했다. 이스타항공 최대주주가 이스타홀딩스로 변경되던 시기와 겹친다.

또 다른 자금조달처 비디인터내셔널은 이상직 이사장의 형 이경일  전 이스타항공 회장 소유 회사로 현재 이스타항공과 같은 건물에 있다. 사명은 세 차례 변경됐다. 에이스이공이공에서 2016년 이스타인터내셔널로 변경한데 이어 지난해 바디인터내셔널로 사명을 바꿨다.

바디인터내셔널은 자본잠식에 빠진 이스타항공의 주요 자금조달처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이스타항공 차입금이 없는데 이는 지난 2017년 단기차입금을 장기차입금으로 전환하고, 연 이자율을 낮추는 등 차입금을 모두 상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이스타항공은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의 지난해 말 자본잠식률은 47.9% 수준으로 올해는 더욱 악화됐을 가능성이 크다. 항공업계가 크게 부진한 가운데 매년 부담해온 있는 항공기 리스료를 올해부터 차입금으로 반영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무부담이 더욱 커졌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스타항공의 이전 자금조달처였던 이스타인베스트먼트는 알파투자파트너스로 사명이 바뀌었다. 알파투자파트너스 대표이사는 김정식으로 전 이스타항공 사장으로 추정된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항공 지분을 갖고 있는 지주사 개념의 비상장회사로 알고 있고, 지분 변동이 많아서 (아이엠에스씨 등) 다른 회사에 대한 내용은 잘 모른다”며 “아직 인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봐달라”고 전했다. 이상직 이사장 선거 자금 마련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 무근”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애경 측은 오는 26일부터 이스타항공 재무구조 개선 실사에 나설 전망이다.

박효선 기자 hs1351@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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