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6대책 그 후…은행 ‘후속조치’‧증권 ‘새판짜기’ 분주
12‧16대책 그 후…은행 ‘후속조치’‧증권 ‘새판짜기’ 분주
  • 박효선 기자
  • 승인 2019.12.20 08:09
  • 최종수정 2019.12.20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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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동산담보대출‧중기대출 등 확대 방안
증권사, 부동산PF→ 공모리츠로 방향타 돌린다
소규모 디벨로퍼, 자금줄 찾아 저축은행 등으로 이동하나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은 2일 “전·월세상한제 도입과 같은 집값에 대해 시장에 효과적인 부동산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진= 픽샤베이
사진= 픽샤베이

[인포스탁데일리=박효선 기자] 정부가 이달 들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제에 이어 최근 고강도 대출 규제 방안을 기습 발표하면서 수익 타격이 불가피해진 은행, 증권사 등 금융권 전반이 술렁인다.

주택담보대출이 막힌 은행은 후속조치에 들어갔고, 부동산PF 규제로 새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증권사는 리츠 부서를 강화하는 등 새판짜기에 분주하다.

◇은행, 주담대 감소로 이자 수익 타격 불가피… 대출 보수적으로 운용

제공=금융위원회
제공=금융위원회

지난 16일 정부의 주택 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 이후 은행 영업 현장에는 대출 문의가 쇄도했다. 서울 강남에 있는 한 시중은행 PB 센터장은 인포스탁데일리와의 통화에서 "15억 이상 아파트 소유 고객의 대출 가능여부 및 대출 조건의 변동 여부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재건축과 재개발이 진행 중인 지역의 경우 조합원에 대한 이주비, 잔금대출 관련 문의가 쏟아졌다“고 말했다.

이에 은행들은 발빠르게 후속조치에 나섰다. 영업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고가 주택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차등적용 기준, 주택 시가산정 기준 등 대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직원들이 관련 내용을 숙지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은행은 주택 담보 대출이 막히면서 이자 수익 감소가 불가피해졌다. 올해 시중은행이 15억원 이상 고가 주택에 대출한 금액은 1조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상황에 대출이 전면 금지되고 개인사업자의 주택 구입 대출까지 막히면서 수익에 비상이 걸렸다.

앞으로 은행들은 가계대출을 더욱 보수적으로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은행권 대출 통로는 한층 더 좁아졌다.

제공=한국은행

시중은행들은 정부 대출 규제 발표 직후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일제히 높였다.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가 되는 신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한 달 만에 반등하면서 여기에 연동된 대출 금리가 올라가는 것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우리·신한·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의 신규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일제히 올랐다.

은행별로 KB국민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연동 주담대 금리는 2.76~4.26%에서 2.84~4.34%로 올랐으며 신한은행은 3.08~4.34%, 우리은행은 3.03~4.03%, 농협은행은 2.92%~4.13%으로 높아졌다.

또 내년부터 신 예대율(예금액 대비 대출액) 규제가 시행돼, 은행권의 가계대출 비중은 더욱 쪼그라들 전망이다. 신 예대율이 도입되면 가계대출에 가중치가 15% 높게 부여되기 때문이다.

결국 시중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비중을 줄이는 대신, 동산담보대출과 중소기업대출 등을 확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부동산PF 규제에 긴장… 자기자본 확대‧리츠 부서 확대개편

제공=금융감독원

증권업계도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 방안에 긴장하고 있다. 그간 부동산PF는 증권사의 주 수익원이었으나 앞으로는 관련 영업 여력이 상당 부분 축소될 전망이다.

정부의 부동산PF 규제 방안에는 △증권사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채무보증 한도 100% 설정 △부동산PF 채무보증 신용위험액 산정 위험 값 상향(12%→ 18%) △조정유동성비율 100% 미만 증권사 리스크 관리 및 점검 강화 등이 담겼다.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은 "부동산PF 채무보증 한도가 자기자본 대비 192%에 달하는 메리츠종금증권의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사 중에서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PF 채무보증 한도가 100%를 넘는 곳은 메리츠종금증권 밖에 없다. 이에 따라, 메리츠종금증권은 우선, 부동산PF 채무보증 한도를 줄이기 위해 전날 신종자본증권 2000억원을 발행하며 자기자본부터 늘리기로 했다.

제공=한국신용평가

또한 증권사들은 주수익원이었던 부동산PF 관련 영업활동이 위축되면서 리츠 시장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그간 부동산IB 부서를 강화했던 증권사들이 최근에는 리츠 강화 등에 방점을 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번 부동산 규제로 부동산 직접투자보다는 리츠 등 부동산 간접투자에 자금이 몰릴 것이라는 시각에서다.

KB증권은 IB본부 내 리츠 전담팀을 꾸려 리츠 관련 업무 수행을 위한 채비를 갖췄다. 대신증권은 IB부서에 리츠 부서를 신설하지 않고 최근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예비인가 승인을 받은 대신자산신탁과 협업하는 형태로 리츠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신한알파리츠 상장주관 업무를 담당했던 신한금융투자는 내년에도 신한리츠운용과 협업하며 공모리츠를 확대할 전망이다.

지난 5일 상장한 첫 재간접 공모리츠인 NH프라임리츠 상장 주관을 맡은 NH투자증권도 2번째 공모리츠를 위해 NH리츠자산운용을 지원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내년에 3개의 공모리츠를 출시할 예정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말 국내 증권사 최초로 리츠 전담조직을 신설해 리츠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정통 IB부서가 리츠 업무를 이끈다는 점이 상징적이다.

◇소규모 디벨로퍼, 저축은행 등으로 자금줄 찾아 나서나… 풍선효과‧양극화 우려

이처럼 증권사들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빠르게 대응하는 가운데 실제 부동산 투자 패러다임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모아진다.

일각에선 부동산PF 규제의 '풍선 효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부동산 PF 대출로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온 소규모 디벨로퍼들이 증권사를 대신할 자금줄을 찾아갈 것이라는 지적이다.

디벨로퍼 업계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 보험사, 새마을금고, 최악의 경우 P2P 등을 통해 높은 금리를 감안하고서라도 자금을 끌어올 수밖에 없다면 그만큼 감당해야 할 비용 부담도 커질 것”이라며 “이는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결국엔 소규모 시행사들이 줄줄이 망하면서 대형사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효선 기자 hs1351@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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