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스탁데일리=최재영 선임기자] 국내 상장사 인수합병(M&A) 절반 이상이 그룹내 계열사 M&A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M&A 건수는 매년 꾸준하게 늘고 있는 반면 거래 금액은 크게 떨어지는 추세다.
12일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상장법인의 M&A 동향 및 특성’을 보면 2016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3년 6개월간 국내 상장사 M&A는 총 992건, 거래금액은 86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16년이 277건, 2017년 282건. 2018년 294건, 올해 6월까지는 139건이다. 금액은 2016년 23조6000억원, 2017년 16조7000억원, 2018년 38조7000억원, 올해 6월까지는 7조3000억원이다.
M&A는 그룹내 구조개편을 의미하는 계열사간 M&A가 전체 절반을 차지했다. 분할(132건)과 스펙(SPAC) 합병(48건)을 제외한 거래건수(812건) 중 402건(50%)이 계열사간 M&A 였다.
특히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5월말 현재 59개 집단)은 그룹내 구조개편에 치중하면서 계열사간 M&A 비중이 일반기업보다 더높은(76%) 수준이었다. 2016년 이후 일부 대기업은 해외기업 등 비계열사에 대한 대규모 M&A에 성공하기도 했지만 벤처기업 등 국내 비계열사를 상대로 한 M&A는 소극적이다.
외부 비계열사 M&A도 주식 양수도 형태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전체 410건 가운데 379건(92%)이다. 합병은 상대기업 주주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반면 주식 양수도는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지분만 당사자 간 사적 계약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또 지분 전량이 아닌 일부 지분만 취득해 기업을 인수하는 경우도 많아 계열사 편입 이후 합병 등 추진과정에서 지배주주와 소액주주간 이해 충돌 발생도 높은 수준이다.
대기업의 일부 대규모를 제외한 국내 상장법인은 해외 M&A에도 소극적이 경향을 보였다. 3년6개월간 해외기업을 상대로 한 M&A는 전체 주식•영업 양수도 거래건수의 11% 수준이었다. 또 중국 등 아시아 기업과는 주식•영업의 양도거래가 많았고 유럽기업과는 주식•영업의 양수거래로 이뤄졌다. 북미기업은 양수•양도거래가 균형적이었다.
상장사들은 회사법상 M&A 제도를 본래 취지에 넘어선 경영상 다양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회사를 분리한 후 신설법인의 주식을 기존 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나눠갖는 인적분할이 대표적이다. 인적분할은 공개매수와 결합해 지주회사 체재로 전환하는 경우가 전체 66%를 차지했다.
신주를 발행해 다른 회사 주주가 가진 주식 전부를 교환해 상호간 완전 모자회사 관계를 형성하는 주식교환은 100% 지분 확보를 통해 상장 자회사의 비상장화 등으로 활용했다. 이 때문에 외부기업을 상대로한 M&A활성화와 벤처기업 등 신성장동력을 육성하는 M&A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또 계열사간 M&A 등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간 이해 충돌 가능성이 있는 M&A가 늘고 있어 소액주주를 보호해야 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분석을 통해 파악된 상장사 M&A의 특성을 고려해 M&A를 활성화 할 수 있는 합리적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기업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동시에 시장에 의한 자율규제 기능을 높일 수 있도록 소액주주 보호도 강화될 수 있도록 방향을 설정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소액주주 보호와 관련해서는 계열사간 합병 등 충분한 공시가 이뤄지도록 심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지주사 전환과 자발적 상장폐지 등 특유의 리스크를 가진 M&A에 대해서는 각 거래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심사를 벌이기로 했다.
최재영 선임기자 caelum@infostoc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