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발 ‘펀드런’에 뒤숭숭한 금융권… 속 타는 투자자
라임발 ‘펀드런’에 뒤숭숭한 금융권… 속 타는 투자자
  • 박효선 기자
  • 승인 2019.10.25 08:30
  • 최종수정 2019.10.25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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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 몰락에 '펀드런' 장기화 조짐
"만기 짧게 설정해 위기 자초… 애초에 유동화 불가능한 구조"
메자닌 시장 급속 냉각… 자금줄 막힌 코스닥사
라임 사태로 검사 범위 넓히는 금감원… 운용사·은행·증권사·사모펀드·저축은행 등 전수조사
사진=라임자산운용

[인포스탁데일리=박효선 기자] 토종 헤지펀드 1위 업체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사태 여파로 금융권이 뒤숭숭하다. 라임의 펀드 환매 중단에 1조 5587억원 규모의 자금이 묶이고, 상환을 기다려야 하는 투자자 수는 400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환매 중단 기간은 투자 자산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소 6개월, 최장 6년까지 걸릴 것으로 보인다.

환매 중단된 라임 펀드 중 투자 규모가 가장 큰 ‘플루토 FI D-1호(사모채권 편입)’와 ‘테티스2호(메자닌 편입)’에서 재간접 투자한 기업들 주가는 전환사채(CB) 발행 당시 설정한 전환가액보다 훨씬 낮은데다, 하락이 가속화돼 상환 가능 시점을 예측할 수 없다.  

특히 무역금융 펀드는 대부분 북·남미 지역 펀드에 재간접 투자돼 있는데 이 펀드에서 유동성이 막혀 회수 기간이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라임자산운용 발 ‘펀드런(대량 환매)’ 우려가 불거지며 시장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라임 사태로 금융당국이 운용사, 증권사, 은행, 사모펀드, 저축은행 등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선 가운데 재간접형 리츠 상장 절차에도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정작 투자자 구제 방안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환매 중단으로 손실액이 확정되지 않아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시기가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해당 펀드들이 담긴 상품은 주로 은행‧증권사 PB센터나 복합점포(WM‧PWM) 등에서 사모형태로 판매됐고 환매 중단 관련 승소 판례가 없다 보니 법적 대응도 현실적으론 힘든 방법이다.  

환매 중단에 따른 법정이자 지급 여부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우리은행 등 라임 펀드 판매사 협의체는 25일 우리은행 명동 본사에서 라임 환매 중단 관련 공청회를 갖고 라임 측에 구체적 상환 방안 및 법정 지연이자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돈 묶인 개인투자자 3600명 규모… 올해 들어 판매 확대한 우리은행

출처=금융투자협회, 단위 : %, 백만원

3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라임자산운용 대체투자펀드 중 최대 1조5587억원(개방형 5489억원·폐쇄형 1조98억원) 가량의 환매가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라임운용의 상환·환매 연기·중단 모펀드(사모채권 메자닌, 무역금융)에 대한 자펀드 개수는 157개(개방형 63개·폐쇄형 94개)로 조사됐다.

투자자의 자금은 1년 이상 묶일 전망이다. 상환을 기다려야 하는 전체 투자자 4000명 중 개인투자자만 3600명 규모로 추산된다. 개인투자자 중에서는 은행에서 가입한 투자자가 62.03%(2237명)를 차지했으며 나머지 1369명(37.96%)은 증권사에서 가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8월 말 기준 라임자산운용 판매사별 현황을 살펴보면 △대신증권 9800억원 △우리은행 8809억원 △신한은행 4926억원 △신한금융투자 4295억원 △키움증권 3973억원 △한국투자증권 3942억원 △KB증권 3720억원 △교보증권 3233억원 △KEB하나은행 1803억원 △NH투자증권 1715억원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은행에서는 우리은행에서 라임자산운용 상품을 가장 많이 팔았으며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부산은행 △NH농협은행 △경남은행 △국민은행 △KDB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의 순으로 라임운용 펀드 잔고가 집계됐다. 

지난해까지 라임운용 펀드의 주요 판매처는 대신증권과 신한금융투자였으나 올 들어 우리은행이 라임 주요 판매처로 부각됐다. 자산관리(WM) 사업 후발주자인 우리은행은 올 들어 WM 사업 강화 차원에서 헤지펀드 판매를 본격 확대하기 시작했고, 이 시점부터 라임운용 펀드를 대거 담아 팔았다.

우리은행은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관련 대응팀을 가동한 상태다.

라임운용의 최대 판매사인 대신증권은 2015년 말 라임 펀드 판매 비중이 70%가 넘을 정도로 라임의 든든한 판매채널이었다. 대신증권 역시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퀀트애널리스트 출신 이종필 라임 부사장과의 인연으로 고객 자금을 끌어다 과감한 펀딩을 진행하는 등 그동안 WM 사업을 확대한 면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 7월 금융권에 라임자산운용을 둘러싼 수익률 돌려막기, 특정 증권사와의 TRS(총수익스와프) 파킹거래 등의 갖가지 소문이 일파만파 퍼지자 불안해진 대신증권은 라임 펀드 판매를 중단했다. 현재는 대신증권도 PB센터에서 라임 환매 중단 관련 투자자 문의에 대응하고 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개인투자자 규모는 600억 정도에 불과하다”며 “집계된 잔고는 대부분 기관 물량이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로 집계된 라임 펀드 잔고는 주로 신한 복합점포 PWM센터에서 판매된 규모로 파악됐으나 신한 측은 “환매가 중단된 펀드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라임 환매 중단 펀드가 투자한 기업 주가 박살… 전환가액 넘을 수 있을까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단위: 원

환매 중단된 라임 펀드 중 투자액 규모가 가장 큰 ‘플루토 FI D-1호(사모채권 편입)’와 ‘테티스2호(메자닌 편입)’에서 재투자한 기업들 주가를 살펴보면 투자자가 현금화할 수 있는 상환 가능 시기를 가늠조차 할 수 없다.

환매 중단 모펀드의 금액은 △플루토 FI D-1호 3839억원 △테티스2호 2191억원 △무역금융펀드 2436억원 등 총 8466억원이다. 여기에 아직 환매 중단되지 않은 △플루토 FI D-1호 3091억원 △테티스2호 1806억원 규모까지 감안하면 환매 중단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말까지 투자액의 60~70% 정도는 상환 가능할 것이라는 게 라임 측 입장이지만 이들 펀드가 투자한 기업들의 현 주가는 전환가액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우선 플루토 FI D-1호를 통해 CB 투자한 기업 주가(10월 24일 종가 기준)는 △흥아해운 394원 △NI스틸 2300원 △삼강엠앤티 3950원으로 전환가액 △흥아해운 1751원 △NI스틸 4040원 △삼강엠앤티 5994원보다 훨씬 낮아 CB를 주식으로 전환 매각해도 크게 손실을 본다.

테티스2호 CB 투자 기업 주가(10월 24일 종가 기준)도 △헬릭스미스 10만3000원 △제넥신 5만7000원 △에이스테크 7740원 △아스트 9240원 △웨이브일렉트로 2만1500원 △스맥 2530원 △썸에이지 560원 △뉴프렉스 1915원 등으로 주식 전환해도 손실(에이스테크 제외)을 보게 된다.

이들 기업의 전환가액은 △헬릭스미스 24만2965원 △제넥신 9만100원 △에이스테크 4306원 △아스트 1만1191원 △웨이브일렉트로 2만7250원 △스맥 2921원 △썸에이지 4455원 △뉴프렉스 3120원 등이다.

라임은 주가가 회복될 때까지 기다리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리픽싱으로 전환가격을 하향 조정해 자금을 회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투자 기업들의 주가 하락세가 가파르게 진행돼 자금 회수가 100% 가능할지 불투명하다. 잦은 리픽싱 논란도 피해갈 수 없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선 폐쇄형 상품의 만기가 짧게 설정됐다는 점과 증시 폭락 시점이 겹친 상황이 환매 중단 사태의 주요 원인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메자닌 펀드가 담긴 폐쇄형 상품 만기는 짧게는 1년, 통상 2년 정도 되는데 주로 은행에서 판매된 폐쇄형 상품 만기가 6개월로 설정된 가운데 하필 시장이 폭락한 때 만기가 도래하면서 부랴부랴 환매를 중단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전언이다.

출처=라임자산운용

또 다른 모펀드 '무역금융펀드'의 경우 상환받기까지 가장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동성을 확보하려면 손실에 대한 구조화 과정을 거쳐야 해 6년 가량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금융펀드는 해외 펀드에 재간접 형식으로 투자하는 형식의 펀드인데 투자대상 중 7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북미·남미 소재 무역금융펀드에 문제가 생겼다.

북미소재펀드(40%)는 지난해 11월 자산 매각을 진행하기로 하면서 환매 신청을 받지 않고 있고, 남미소재펀드(32%)도 지난 2월경 개방형 구조에서 폐쇄형으로 전환해 더 이상 환매 신청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라임자산운용은 무역금융펀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해당 물량을 받아줄 매수자를 물색해 무역금융펀드 지분 전체를 매각하기로 했다. 매수자는 글로벌 무역금융을 하는 회사다.

라임 관계자는 “거래상대방(매수자)이 매수대금의 약 60%를 2년 8개월 뒤, 나머지 약 40%는 4년 8개월 뒤에 지급할 예정”이라며 “무역금융 자펀드 상환 스케줄 대비 유동성을 완전히 확보하지는 못했으나 매각 대금 수취 기간 동안 거래상대방으로부터 매각 대금의 연 5% 이자를 받을 수 있어 수익률 변동성 면은 안정화됐다”고 설명했다.

또 “해외 무역금융펀드에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손실금액이 약 30% 보다 적은 경우 이에 대해 이의제기하지 못하도록 거래상대방과 합의해 무역금융 자펀드의 손실에 대한 안정망을 확보해 뒀다”면서 “당장의 유동성을 포기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손실을 보지 않고 투자자에게 원금을 돌려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단, 무역금융펀드에서 40%의 손실이 나면 투자금의 100%가 90%를 회수하게 된다.

◇“투자자, 법적 구제 어려울 듯”… 법정이자 지급 여부도 논란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환매 중단 펀드 규모는 자꾸 늘어나고 상환 가능한 시기도 예측할 수 없어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환매 중단에 따른 지연이자 지급 문제는 투자자뿐 아니라 은행-라임운용 간의 치열한 논쟁으로 이어질 조짐이다.

만기가 설정된 폐쇄형 펀드를 판매한 은행 측에선 라임이 환매 중단에 따른 연 5%의 법정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투자상품의 경우 법정 지연이자 개념이 없고 약관에도 따로 명시하지 않아 지급 의무는 없다는 게 라임 측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도 법정 지연이자 지급 문제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상환은 연기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법정 지연이자를 지급하는 문제는 다소 복잡하다”며 “명확한 유사 판례가 없고 법적으로도 투자상품에는 지연이자가 성립되지 않아 현실적으론 투자자가 상환지연금액에 대한 법정이자를 받기가 힘들 수 있지만 약속 불이행 건 등 소송을 통해 펀드 환매 중단 책임이 전적으로 라임에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면 법정이자가 가산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은행 입장에선 판매한 상품에 만기가 설정됐다는 점을 들어 지연이자를 요구할 수도 있겠으나, 현행법상으론 운용사 약관에 환매 중단 시 지연이자를 지급하겠다고 명시하지 않았다면 지급의무가 없다”면서도 “라임운용의 펀드 설계 및 헤지 방식 등이 환매 중단의 원인이라는 점에서 지연이자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현재는 판매사인 은행과 지연이자율에 대한 조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소송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투자자가 환매 중단에 따른 법적 구제를 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라임 환매 중단에 따른 피해는 DLF(해외 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 불완전판매에 따른 피해 사례와 전혀 다르다”라며 “DLF 사례의 경우 과거 유사 상품에 대한 판례가 있지만 라임 펀드가 담긴 상품은 환매 중단 관련 판례도 없어 소송을 제기해도 승소 가능성이 매우 낮고, 일부 승소하더라도 배상액, 배상비율 등을 조율해야 해 수년간의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소송이 길어질 것으로 판단한 투자자들은 또 다른 구제 방안을 찾기 위해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하고 있다. 라임의 환매 중단으로 손실액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금감원을 통해 은행 등 판매사에 압박을 가해 또 다른 대응 방안을 강구하기 위함이다.

◇금감원 라임 검사 여파에 재간접형 리츠 상장 제동

그만큼 금융감독원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DLF 사태에 이은 라임 사태가 연이어 발생한데다, 국정감사까지 겹쳐 이번 사태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8월부터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고강도 검사를 진행해온 금감원은 라임 조사 연결 선상에서 자산운용사와 판매사인 은행·증권사에 이어 사모펀드, 저축은행까지 전수조사에 돌입했다. 이 같은 상황과 맞물려 최근에는 사모재간접형 리츠 상장에도 제동을 걸었다.

당초 이지스자산운용은 이달 중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다음달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를 상장할 예정이었으나 금감원의 추가 검토로 일정이 틀어졌다. 재간접형 공모리츠인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는 ‘모리츠’로 설정한 이지스밸류플러스 아래 제주 조선호텔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사모부동산펀드를 ‘자리츠’로 두는 형태로 구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NH리츠 상장에도 다소 영향을 준 것으로 관측된다. NH 측은 연내 상장일정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NH리츠 증권신고서 제출이 예상보다 늦어지는 분위기다.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와 구조는 다소 다르겠지만 NH리츠도 NH농협리츠운용이 설립한 재간접리츠 형태여서다. 실물 부동산이 아닌 사모 부동산펀드 및 사모리츠의 수익증권 등을 담는 구조로 파악됐다. 해당 사모 부동산펀드 및 사모리츠의 기초자산은 서울스퀘어빌딩, 잠실 삼성SDS사옥, 삼성물산 서초사옥, 강남N타워 등이다.

다만 정부의 리츠 활성화 대책 일환에서 금감원의 상장 예정 재간접형 리츠 증권신고서 검토는 빠른 시일 내에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모투자 재간접 공모리츠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사모펀드와 구조가 완전히 다르고 기초자산이 부동산이라 비교적 안전하다”면서 “이번 라임 사태로 정부가 활성화하려는 사모 재간접형 상품에 대한 투심이 싸늘해지자 금감원에서 일단 재간접형 리츠 기업공개(IPO) 전 상품 구조라도 살펴보자는 취지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지난해 모·자리츠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며 자산 한도 기준도 삭제하는 등 공모리츠 활성화를 적극 유도하는 상황이라 금감원이 크게 문제 삼지는 못할 것”이라며 “이지스운용이 금감원에서 요구한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 관련 자료를 보완 제출하면 곧바로 상장 작업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효선 기자 hs1351@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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