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클릭] 이동걸 마지막 KDB생명 '3전4기' 매각
[인포클릭] 이동걸 마지막 KDB생명 '3전4기' 매각
  • 박효선 기자
  • 승인 2019.10.08 14:07
  • 최종수정 2019.10.11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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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오렌지라이프식 ‘IPO‧매각’ 투트랙 엑시트 전략 한보 후퇴
IPO 접고 매각 집중… 원칙은 유연하게, 협상 여지 넓힌다
국내 매수후보자 안 나오면 중국 등 외국계도 타진
사진=KDB생명

[인포스탁데일리=박효선 기자] 2010년 KDB산업은행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정리 계열사 중 하나였던 금호생명(현 KDB생명)을 6500억원에 인수했다. 이 보험사를 살리기 위해 산업은행은 지난해까지 유상증자, 무상감자 등을 진행하며 1조3000억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당초 산업은행은 KDB생명을 5년 안에 되팔 계획이었지만 세 차례 매각이 무산되면서 10년째 떠안고 있다.

KDB생명은 절치부심했다. 2017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취임 직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지난해 흑자 전환, 자본확충을 통한 RBC 비율 개선 등 매물 가치를 높이기 위한 몸 만들기에 한창이다.

그렇게 세 차례 엎어졌던 KDB생명의 네 번째 매각 작업이 재개됐다. 이번 매각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마지막 과제다.

◇KDB생명 밸류 3000억~4000억원대 추정… 관건은 EV

산업은행이 KDB생명 매각절차를 본격 추진한다.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이 보유한 KDB칸서스밸류PEF와 특수목적법인(SPC)이 보유한 KDB생명 보통주 8800만여주와 KDB생명 경영권이다.

매각주간사로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삼일회계법인을 선정하고, 재무실사는 삼일회계법인, 계리실사는 밀리만, 법무실사는 광장을 선임했다.

다음달 초 매수후보자들로부터 투자의향서(LOI)를 받은 뒤 입찰적격자(숏 리스트)를 선정해 연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로써 산업은행은 내년 초를 목표로 KDB생명 매각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관건은 매각가다. 업계에선 KDB생명 매각가로 5000억원 안팎이 거론되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KDB생명의 자기자본 1조792억원에 국내 상장된 생명보험사 5개사(삼성생명 0.43‧한화생명 0.17‧오렌지라이프 0.58‧미래에셋생명 0.32‧동양생명 0.25) 평균 PBR(주가순자산비율) 0.35로 단순 계산하면 KDB생명의 몸값은 약 3777억원으로 추산된다.

다만 이는 KDB생명 보유계약 가치 등을 배제하고 상장사 평균을 산입한 단순 계산 값이므로 정확한 가치는 아니다. 

보험사 가치평가는 통상 PBR 기준 보다는 내재가치(EV)를 통해 매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KDB생명 밸류에이션도 PBR 보다는 EV 기준으로 매겨질 것으로 관측된다. EV는 계약 체결 이후 현금흐름이 꾸준히 발생하는 보험사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기준으로 밀리만에서 KDB생명 보유계약 등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EV가 산정되고 가격이 결정될 전망이다. 

현재는 삼일회계법인 실사를 통해 KDB생명 순자산 가치만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재무개선 주력… LAT결손금 1조 달해 자본확충 딜레마

KDB생명 재무현황. 단위=억원

KDB생명은 매물가치를 올리기 위해 3년간 체질개선 작업에 속도를 냈다. 2017년 희망퇴직과 지점 통폐합 등으로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이 같은 대규모 비용절감을 통해 2017년까지 적자를 냈던 KDB생명은 지난해 6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올해 상반기엔 335억원의 당기순익을 냈다.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232.7%로 매각 시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지난해 산업은행으로부터 유상증자를 받은데 이어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등을 발행해 자본을 지속 늘린 효과다.

다만 재무개선을 위해 자본을 늘려야 하는 KDB생명의 고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보험계약부채(LAT) 적정성 평가에서 KDB생명은 올해 6월 말 기준 8628억원 규모의 준비금 결손이 발생해 자본확충이 더 필요한 상태다.

LAT 결손이 발생했다는 것은 보험사가 장래 보험금이나 환급금으로 지급하기 위해 미리 쌓아두는 책임준비금, 즉 보험부채가 급격히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는 2022년 새로운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앞두고 보험사는 보험부채가 늘어나는 만큼 자기자본을 쌓아야해 재무적 부담이 커진다.

K-ICS 도입으로 과거 고금리 확정형 저축성보험과 연금상품을 다수 판매한 KDB생명은 LAT 결손을 메우기 위해 책임준비금을 더 적립해야 한다.

여기에 금리가 지속 하락하면 연말 결산에서 LAT 결손은 더 발생하게 되고, 이로 인해 새 회계기준 도입 시 요구자본이 더욱 늘어나 RBC비율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RBC비율을 개선하기 위해 KDB생명이 그간 늘린 자본에 대한 비용은 매수자에게 신경 쓰이는 요인 중 하나다.

향후 매수자는 KDB생명이 자본확충을 위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에 대한 이자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올해 상반기 KDB생명이 지급한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에 지급한 이자 비용만 해도 119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자본확충 방안으로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을 지속 발행하면 이자 부담은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특히 KDB생명은 지난해 7.5%에 달하는 이자율의 2129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이자비용을 내느라 잉여금을 까먹고 있다. 올해 상반기 발생한 60억5200만원의 신종자본증권 이자비용은 배당형태로 잉여금에서 차감된다. 이는 올해 상반기 KDB생명 영업이익(68억9327만원)과 맞먹는 규모다.

또한 KDB생명은 지난 6월 99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한데 이어 올 하반기 차환 목적의 후순위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지난 2013년~2014년 발행한 1000억원(이자율 4.9%), 4000억원(이자율 5.5%) 규모의 후순위채가 지난달과 4일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해당 물량에 대해 차환 발행하는 것이다. 금리는 이자비용부담을 감안해 기존 4~5%에서 3%대로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KDB생명 리스크 현황. 단위=억원

◇IPO 접고 매각 집중… 매수후보자 의견 따라 구주매각 원칙 바뀔 수도

이처럼 매수 후에도 지속 들여야 할 비용은 매수자 입장에선 부담스런 요인이다. KDB생명 매수 후보자가 선뜻 나오지 않는 이유다.

결국 구주 일관매각 원칙을 내세웠던 산업은행은 기타사항에 옵션을 붙여 한발 양보하는 분위기다.

이전에는 신주 발행 없이 구주만 매각하겠다는 방식을 내세웠지만 매수 후보자의 선호도에 따라 신주 발행 등 가격 협상 여지를 넓히기로 했다. 유상증자 제3자 배정을 통해 일부 지분을 넘기고 산업은행의 KDB생명 지분을 희석하는 방식이다. 구주 규모를 줄이고 자본확충이 불가피한 상황인만큼 유상증자로 새롭게 발행한 신주를 매수자에게 넘기는 방식의 거래가 진행될 수 있다는 얘기다.

대신 산업은행이 그간 투입한 금액 회수 차원에서 추진하기로 했던 매각 전 기업공개(IPO) 계획은 접기로 했다. 신평사 등 시장에서 KDB생명 IPO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팽배해 IPO를 진행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외국계 자본이 들어오는 것을 경계했던 태도도 바꾸기로 했다. 매각주관사에 CS증권을 선정한 배경이기도 하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산은에선 우리금융지주 등 국내 금융지주사를 바람직한 매수 후보자라고 보고 러브콜을 보냈으나 국내 금융지주사 측에서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사모펀드 운용사들도 매물로 나오는 국내 보험사를 더 이상 매력적으로 보지 않아 그나마 관심을 보일 만한 곳은 중국계 자본”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외국계 자본의 경우 전략적투자자(SI)가 아닌 재무적 투자자(FI)로 국내 금융사를 인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는 “현재 중국 내에서도 금융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자본유출을 통제하는 상황이라 중국 자본이 KDB생명 인수전에 참여하려면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등을 설득하는 작업을 거쳐야 할 것”이라며 “이후 국내에선 3년 전 중국 안방보험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했던 사례처럼 금융당국 대주주 승인을 받아야 해 산은의 매각 완료 목표 기간(내년 초)이 예상보다 더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효선 기자 hs1351@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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