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S‧DLF 투자자 죄는 녹인 공포… 1조 규모 물려
DLS‧DLF 투자자 죄는 녹인 공포… 1조 규모 물려
  • 박효선 기자
  • 승인 2019.08.19 10:55
  • 최종수정 2019.08.19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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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만기 도래… 원금손실 ‘시한폭탄’ 터진다

주 판매사는 우리·KEB하나은행… 발행사는 하나금투‧NH투자‧IBK투자증권 등
(위) 2018년 말부터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아래) 2018년 말부터 미국 국채 5년물, 영국 국채 추이. 사진=인베스팅닷컴, 블룸버그 

[인포스탁데일리=박효선 기자]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등을 통해 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DLS) 및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에 투자한 가입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DLS는 만기 시 정해진 기초자산의 조건이 충족되면 약정한 수익률을 지급하는 파생 상품이다. DLF는 이러한 DLS를 담은 펀드상품이다.

문제는 내달이 만기인 상품에 퇴직자, 주부, 고령자 등 일반투자자들이 다수 물려 있다는 점이다. 특히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를 기초로 한 DLS‧DLF의 경우 이미 손실 진입구간(녹인 배리어‧Knock In Barrier)에 진입한 상태다. 올 들어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이번주 DLS‧DLF 주요 판매사인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현장 검사에 돌입한다. 은행뿐 아니라 발행사인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도 검사할 계획이다. 또한 내달 만기가 도래하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분쟁조정 절차를 밟기로 했다.

◇은행 믿고 노후 자금 넣은 퇴직자 ‘발동동’… "중도환매하려면 7% 수수료 내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주로 미국 국채 5년물·영국 파운드화 이자율 스와프(CMS) 금리에 연동된 파생상품을, 우리은행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를 기초로 한 파생상품을 주로 판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발행 당시 금리를 기준으로 하며 금리가 일정 구간을 하회하지 않으면 연 4%대 수익률을 보장한다.

예컨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기초 파생상품의 경우 발행 당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기준치가 -0.2%라고 가정했을 때 -0.2% 밑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4%대의 수익을 얻지만 만기 시 금리가 -0.2% 이하로 떨어지면 투자원금을 까먹게 된다. -0.01%(-1bp)당 원금에서 2%씩 손실이 발생하므로 만기 시 금리가 -0.7%라면 100% 원금 손실이 나는 셈이다.

이달이 만기라면 원금을 모두 잃게 된다.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올해 1월 15일 기준 0.208%에서 지난 15일 기준 -0.718%까지 내려갔다. 다음달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갑자기 상승할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투자자들의 손실은 사실상 확정된 것이라는 게 투자업계의 평가다.

미국·영국 국채금리도 마찬가지다. 영국 CMS 금리는 변동금리(리보·LIBOR)와 고정금리(국채 금리) 간 교환 이율로 통상 영국 국채 금리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제공=한국예탁결제원

이 같은 국채금리 지수 추종 DSL를 발행한 곳은 하나금융투자, NH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으로 조사됐다. 가장 많이 발행한 곳은 하나금융투자였다.

또한 이들 증권사에서 발행한 DLS는 교보악사자산운용, 유경PSG자산운용, KB자산운용, HDC자산운용 등의 운용사가 편입해 DLF로 만들었다.

증권사가 발행한 DLS와 운용사가 담아 만든 DLF를 은행에서 다수 판매된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피해 규모를 조사 중이며 현재까지 판매 규모는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80%는 은행에서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퇴직금 등 노후자금을 넣은 일반투자자들이다. DLS‧DLF는 주로 고액자산가들을 상대로 하는 은행PB(프라이빗뱅커)센터에서 사모 형태로 팔렸지만 투자자 중에는 퇴직자, 주부, 고령자 등 일반투자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의 PB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금융권에선 (독일)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치 못했다”며 “그렇다고 해도 DLS‧DLF는 사실상 고위험상품으로 한푼 두푼 모은 퇴직금 등으로 노후자금을 굴리기 원하는 고객에게 권하기 힘든 상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액자산가의 경우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손실을 만회할 길이 있지만 일반투자자 고객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금리가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해 중도환매를 고려하고 있다면 환매금액의 7% 가량 중도환매수수료가 붙는다는 점을 감안해 환매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은행 요구 ‘OEM펀드’ 의혹… 금감원, 이번주 은행·증권사·운용사 검사

출처=각사 경영실적 공시 (단위: 억원)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은행이 비이자이익 확대 일환으로 수수료이익을 늘리기 위해 자산운용사에 만기가 짧은 상품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펀드 판매사인 NH농협은행이 운용사와 증권사에 펀드 설정 등을 요구했다는 의혹으로 최근 논란이 된 이른바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펀드’ 방식이다.

이에 금감원은 이번주 판매사인 은행을 비롯해 발행사인 증권사와 운용사에 대한 현장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피해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일단 DLS 판매 현황 등 실태조사를 발표할 것”이라며 ‘OEM 방식’ 의혹에 대해서는 “펀드 발행에 은행이 개입했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의 분쟁 조정 신청 접수를 받고 있다”면서 “투자자와 은행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만기가 당장 다음달이라는 점을 감안해 빠른 시일 내에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배상 비율 등을 권고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투자자, 집단 소송 준비… 우리파워인컴펀드 판례 적용될까

투자자들은 금감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한데 이어 법무법인을 통한 집단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우리·KEB하나은행에서 판매한 DLS‧DLF 상품에 투자했다 손실을 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집단 소송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다. 내달 11일까지 소송을 접수하고 내달 말 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한누리는 불완전판매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와 계약 취소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진행할 방침이다.

소송을 맡은 송성현 한누리 변호사는 “(은행들의) 판매 시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독일과 영국 등 해외 금리가 올 들어 하락세를 보여왔고, 특히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3월부터 마이너스에 접어들었다”고 제시했다.

송 변호사는 “금리 하락세가 뚜렷한 상황에 은행들은 DLS‧DLF 상품 판매를 강행했다”며 “금리하락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 금리 하락으로 인한 원금손실 위험성 등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DLS‧DLF가 마치 안전한 상품인 것처럼 판매했다면 이는 금융상품 불완전판매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투자자들은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DLS 사태와 유사한 사례로는 과거 우리은행이 판매한 ‘우리파워인컴펀드’ 사태 판례가 꼽힌다.

지난 2008년 우리파워인컴펀드에 가입했다 손해를 본 투자자들은 판매사인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우리파워인컴펀드는 미국 금융사의 장외 파생상품에 투자해 고정이자를 정기 지급하는 상품으로 각광을 받으며 1700억원이 몰렸으나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당시 1심‧2심 모두 일부 패소한 우리은행은 항소하면서 이 사건은 대법까지 갔다.

그러나 대법원도 “원금 전액을 손실할 수 있는 고위험 상품인데도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며 우리은행의 ‘불완전판매’ 과실을 인정해 투자자 측 손을 들어줬다. 당시 대법원은 복잡한 구조의 상품을 마치 예금의 한 종류인 복합예금이나 고수익예금인 것처럼 판매한 점을 일부 인정해 은행이 손실금의 20~40%를 배상하도록 판결했다.

법조계에서도 이번 DLS 사태에서 판매사인 은행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발행사인 증권사에서도 팔지 않는 초고위험상품인 DLS와 DLF를 은행에서 판매한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며 “파생 상품 제조‧판매 자체는 위법이 아니지만 불완전판매가 입증된다면 판매사인 은행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계약취소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은행의 불완전판매가 드러나더라도 배상액, 배상비율 등을 조율하는데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지금까지 투자자들의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에서 계약취소 주장이 받아들여진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이번 DLS 사태에 과거 우리파워인컴펀드 판례를 끌어올 수는 있겠지만 은행에선 어떻게든 배상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라며 “은행에선 공모펀드였던 우리파원인컴펀드와 달리 올해 판매한 DLS와 DLF에 대해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사모 펀드’ 형태로 팔았다는 점을 강조해 불완전판매를 어떻게든 회피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박효선 기자 hs1351@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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