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코퍼' 구리 가격 급락…경기 침체 ‘시그널’인가
'닥터 코퍼' 구리 가격 급락…경기 침체 ‘시그널’인가
  • 전예지 기자
  • 승인 2019.08.08 09:15
  • 최종수정 2019.08.08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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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가격, 2017년 6월 이후 2년 만 최저치
"제조업 PMI와 구리 가격은 함께 움직인다"
구리 가격 하락 = 글로벌 제조업 경기 둔화
자료=런던금속거래소(LME)
자료=런던금속거래소(LME)

[인포스탁데일리=전예지 기자] 원유에 이어 전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구리 가격의 변동폭이 심상치 않다. 올해초 상승곡선을 그렸던 구리 가격은 4월 들어서는 하락세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일별로는 반등 기세를 보이지만 전반적인 하락세 분위기는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구리는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원자재다. 경기가 좋아지면 구리 가격은 상승하고 반대로 나빠지면 하락한다. 현재 나빠지고 있는 전세계 경기 상황을 보면 안전자산 수요가 몰리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진 영향이 크다. 

하지만 구리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은 미‧중 무역분쟁의 재점화다. 전세계 구리 소비량의 50%를 차지하는 중국 경제 상황은 이제 구리 가격하락과 동조 현상을 보이고 있다. 

▲독립적 경제 지표 ‘닥터 코퍼(Dr.Copper)'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에 다시 불이 붙기 시작한 지난 한 주간 외신들은 일제히 구리 가격 하락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CNBC는 “‘구리’를 세계 경제의 척도로 생각한다면 걱정하기 시작할 때”라는 제목까지 붙였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구리는 전일보다 0.8% 하락해 톤당 5685달러에 거래됐다. 장중 한 때 5640달러까지 떨어지면서 2017년 6월 이후 2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단 5거래일 만에 5% 가까이 급락했다.

구리는 공급과 수요 여건보다 경기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해 대표적인 경기선행지표로 인식되고 있다. 구리는 전력선과 통신선, 파이프, 전자제품, 건설 등 각종 제반 설비에 쓰여 제조업 강국인 중국 경제와 유독 밀접하다. 중국에서는 구리가 신용‧대출을 위한 주요 담보물이 되기도 한다.

파생상품거래소 CME그룹 자료를 보면 2016년 1월에서 2017년 말까지 중국 성장과 세계 경기 활황이 겹치면서 구리 가격이 72% 급등한 반면 2018년 들어서는 무역 전쟁, 미국 재정 문제, 브렉시트 등 세계경제에 대한 우려와 함께 11월 말까지 18% 하락했다.

CME그룹 에릭놀랜드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018년 11월 “구리의 경우 중국이 대체 불가능한 최대 수요자”라면서 “중국의 경기 둔화 신호가 나온다면 구리 가격의 폭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 크리스털 탄 이코노미스트는 CNBC를 통해 “최근 들어 위안화와 구리의 상관관계가 비교적 강했다”면서 “구리 공급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경각심을 일깨웠다.

구리채굴업체 프리포트맥모란의 리차드 애드커슨 최고경영자(CEO)도 “글로벌 구리 생산업체로서 전 세계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낀다면서 “지금은 보수적으로 임할 때”라고 말했다.

배녹번글로벌포렉스의 마크 챈들러 시장전략가 역시 “중국의 둔화는 구리를 비롯한 금속 상품에 대한 디플레이션을 부를 것”이라면서 “중국이 경기부양에 실패할 경우 필연적으로 구리 공급 과잉이 발생해 금속 가격이 요동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달러화의 강세도 구리 가격 하락에 한몫했다. 구리의 기축통화는 달러이기 때문에 달러의 가치가 높아지면 상대 통화들의 구매력이 낮아져 구리 수요량은 줄고 가격도 내린다.

◆구리 가격 하락→ 산업침체→ 수요감소 악순환 될수도

이종우 이코노미스트(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는 “구리는 전통적으로 경기 상황에 따라 변동하는 성향이 가장 강한 원자재“라면서 ”경기 판단을 위해 가장 흔하게 사용 되는 원자재다“라고 설명했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제조업이 발달한 나라일수록 구리 가격과 경기 연관성은 매우 밀접한 편이다“라면서 “우리나라 역시 제조업이 발달한 나라인 만큼 구리 가격과의 상관관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구리 가격 하락은 곧 글로벌 제조업 경기 둔화를 의미한다”면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와 구리 가격은 함께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황 수석연구원은 또 “우리나라는 한해 구리를 60만톤 생산하는 국가이지만 사용량이 생산량을 상회해 순수입국가로 분류된다”면서 “구리 가격 하락 자체가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복수의 국내 비철금속제품 생산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구리 가격 하락에는 장단점이 함께 있다”면서 “구리 가격이 하락하면 제품 생산 비용이 줄지만 판매 가격도 그만큼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구리 가격 하락 자체가 제품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지만 구리 가격 하락은 산업 전반의 침체를 나타내고 결국 구리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면서 “구리 가격 하락을 악순환의 시작으로 본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 구리 제조 관련 기업들의 증시 하락과 관련해서는 “구리 가격 하락보다 대내외적 변동성 강화가 반영된 것”이라면서 “구리가격 급등락 장세에도 안정적인 영업이 가능하도록 ‘구리 가격 리스크전담팀’이 따로 마련돼 있어 기업 수익 자체는 안정적인 편”이라고 설명했다.

 

전예지 기자 yejeejun@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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