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0년만 '금리 인하'…글로벌 '통화 완화' 신호탄 쏘나
美 10년만 '금리 인하'…글로벌 '통화 완화' 신호탄 쏘나
  • 전예지 기자
  • 승인 2019.07.31 17:23
  • 최종수정 2019.08.01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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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개최
무역전쟁 등 세계 경제 둔화 대비한 '보험성 인하'
주요국 '인하 경쟁' 시 '통화 전쟁'에 대한 우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3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이틀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미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를 현행 2.25~2.50%로 동결했다. 사진= 미국 연방준비제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인포스탁데일리=전예지 기자] 미국이 금리인하 시동을 걸었다. 30~31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2008년 12월 금융위기 이후 10년 7개월 만에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통화정책의 한 시대가 끝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중앙은행(BOJ) 등 주요국들도 연이어 통화 완화 기조를 내비친 가운데 미국이 어떤 규모의 '통화 완화' 신호탄을 쏠지 주목된다.

◇이견 없는 '금리 인하'…호황 속 '보험성 인하'

30일(현지시간) 시카고선물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국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은 이번 FOMC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100%로 보고 있다. 0.25%포인트 내릴 것이라는 의견이 80%에 가까웠고 0.5%포인트 인하에 대한 기대는 20% 수준이었다.

금리인하가 기정사실화됐지만 미국 경제지표만 놓고 보면 금리 인하는 당장 필요 없는 상황이다. 2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은 2.1%를 기록하면서 시장 예상을 상회했고 실업률도 5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등 각종 경제 지표의 호조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미국이 금리 인하를 고려하는 데는 세계 경제 둔화라는 이유가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3일 글로벌 경제 하강 위험이 강화됐다면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0.1%포인트 낮춘 3.2%로 제시했다. 지난해 10월부터 4차례 연속 하향 조정하고 있다.

앞서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미국 내 낮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보험성 인하’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연준 당국자들도 잇따라 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발언을 내놨다.

다만 인하 폭을 두고 적지 않은 논란이 일고 있다.

연준이 금리 인하로 기조를 굳히는 발언을 내놨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과 파월 의장을 향한 질책을 멈추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이틀 연속 연준에게 큰 폭의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미국 주요 언론들의 보도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FOMC를 하루 앞둔 지난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연준이 금리를 너무 빠르게 많이 올렸다”면서 “0.5%포인트 인하라는 빅컷(big cut)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큰 폭의 금리 인하와 양적 긴축의 중단을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쉴러 교수는 “미국 경제는 역대 가장 뜨거운 수준이라면서 0.25%포인트 인하가 아닌 0.25%포인트를 인상해도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은 총재도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기고한 글에서 “연준의 지속적인 금리 인하를 기대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개선된 경제지표를 고려하면 금리인하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진다”면서 “과도한 경제 부양으로 오히려 금융시장 안정을 해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대표적 완화론자인 제임스 블러드 세이트루이스 연준 총재 역시 “금리 인하를 바라지만 극적일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고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준 총재 또한 "금리인하는 완만하고 절제되고 제한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 해리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글로벌 경제연구소장 “경제 성장 국면에서 연준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펼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라며 “무역전쟁으로 인한 미국 내 부정적 영향이 분명 있겠지만 지난 한 달 동안의 미국의 경제 성장 지표는 개선됐다”고 말했다.

◇'파월의 입' 주목…주요국 '통화 완화' 흐름 '통화 전쟁'으로 이어지나

이번 인하는 10년 7개월만에 '완화적 통화정책'으로의 기조 전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준은 지난 2008년 12월 기준금리를 0.00~0.25%로 인하하면서 ‘제로 금리’를 만들었다. 그 후 0.25%포인트씩 9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2.25~2.5%까지 올렸다.

내일 FOMC 이후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의 추가 인하 신호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본격적인 인하 사이클에 돌입하는 것으로 확인되면 통화 완화 흐름은 각국 중앙은행으로 빠르게 번질 것으로 보인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 25일 금리 동결을 발표하면서 9월 금리 인하를 예고했고 일본은행(BOJ)도 30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했지만 언제든 인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준이 앞으로 몇 차례 추가 인하할 것인지에 따라 유럽, 일본 등 주요국도 걸음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배경에는 환율이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들이 금리를 내리면 자연스럽게 달러는 강세를 보이게 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과 중국은 금리를 더 낮춰 금융시스템에 돈을 퍼부어 제조업체들이 상품을 더 쉽게 팔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면서 “낮은 인플레이션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연준은 무능하다”고 비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달러 강세에 따른 미국의 무역적자를 우려해 주요 교역국의 통화 약세를 지적하면서 달러 약세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에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경쟁이 통화전쟁으로 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요아킴 펠스 핌코 클로벌 경제 자문은 지난 22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로 경제적 우위를 점하려는 싸움이 ‘통화 냉전’으로 번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 원화‧한국 증시 영향은

미국의 금리 인하가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달러 약세는 원화 강세로 이어지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일본 수출 규제, 성장세 둔화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원화의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 최근 외국인들의 국내 매수 규모가 대폭 늘어난 것도 예외적이다.

이종우 IBK 리서치센터장은 “미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은 환율에 이미 반영이 된 상태이기 때문에 인하 자체로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 센터장은 “미국 내 주요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시장의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컸다”면서 “0.25%포인트 인하가 확실시되는 현재로서는 시장을 실망시킬 일 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또 “뉴욕 증시의 하락은 한국 증시에 바로 영향을 줄 것”이라며 “한국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시장의 기대만큼 인하폭이 크지 않은 경우 증시에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질 수 있고 우리나라 증시에까지 영향이 미칠 수 있다”면서도 “이번 인하는 금융위기 때와는 다른 ‘보험성 인하’라는 호재이기 때문에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신한금융투자 곽현수 연구원은 "과거 한국과 미국이 동시에 금리를 내린 시기에 한국 증시가 미국 증시의 수익률을 웃도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그간 역전됐던 금리차의 정상화도 한국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전예지 기자 yejeejun@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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