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지주, '초대형 IB'로 가는 신한금투 힘 실어주나… 관건은 ROE
신한지주, '초대형 IB'로 가는 신한금투 힘 실어주나… 관건은 ROE
  • 박효선 기자
  • 승인 2019.07.09 10:47
  • 최종수정 2019.07.09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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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어음업 시장 선점 시급… 지주, 3년만의 증자 추진
사진=신한금융투자
사진=신한금융투자

[인포스탁데일리=박효선 기자] 신한금융지주의 유상증자를 앞두고 신한금융투자가 초대형 IB를 염두에 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예정대로 다음달 지주의 6600억원 규모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자기자본 3조4000억원 규모의 신한금융투자는 초대형 투자은행(IB) 기준인 자기자본 4조원대를 맞출 수 있게 된다.

단, 올 하반기부터는 신한금융투자가 지난해보다 높은 순이익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 하락폭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병철 신금투 사장, 취임 100일만에 조직개편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사장이 취임 100일을 맞이한 가운데 IB 시장 지배력 확대와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글로벌기업금융(GIB) 영업조직을 확장했다. 기능별 본부 전담 편성을 위해 구조화금융본부와 투자금융본부를 신설했고 대기업금융2부의 신설을 통해 커버리지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초대형 IB로의 성장을 위한 업무지원 기능 강화 목적으로 경영지원그룹을 신설해 효율적 자원 배분과 전사 관리체계 고도화를 추진한다. 디지털사업본부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빠른 대응과 디지털 비즈니스 경쟁력 향상을 위해 전략기획그룹에 편입한다. 또 대체투자, 부동산, 글로벌 IB 딜의 증가에 따라 심사2부를 신설해 심사체계를 고도화하고 전문성도 강화하기로 했다.

김병철 사장의 이번 신한금융투자 조직개편은 지주의 요구 조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5월 신한금투에 대한 유상증자 방안을 발표했으나 3주만에 이를 번복, 일정을 8월로 미루기로 했다.

갑작스런 일정 변경에 업계 안팎에선 신한금융지주 및 이사회가 신한금융투자 측에 초대형 IB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 6600억원 자본효율화에 대한 사업계획서 제출 등을 요구하며 다소 까다로운 협의에 나섰다는 얘기가 흘러 나왔다. 조건부 증자를 내세운 것이다.

김 사장 취임 이후 초대형 IB 체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던 신한금융투자와 달리 지주 측이 발행어음 사업에 회의적인 게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됐다.

그러나 발행어음업은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신한지주에서도 증자가 불가피한 상황에 처했다. 금융당국이 금융투자업에 대한 인가체계를 대폭 완화하면서 앞으로 증권사들의 발행어음 사업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만큼 초대형IB 지정이 시급해졌다.

◇증자 후 신금투 ROE ‘뚝’… 2016년 이후 회복되지 않는 ROE

신한지주가 예정대로 다음달 신한금융투자에 66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면 2016년 7월 신금투에 5000억원을 출자한 이래 3년만의 자금지원을 하게 된다.

신한지주의 신한금융투자에 대한 출자금은 최근까지 사실상 '제로'에 가까웠다. 올해 3월 말 기준 신한지주의 신한금융투자 출자액은 1조8034억8200만원으로 지난해 출자액과 같은 금액으로 집계됐다. 유상증자가 미뤄졌으므로 6월 말 기준도 같은 금액으로 추정된다.

2016년 당시 지주에서 진행한 증자는 신한금투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요건(자기자본 3조원)을 맞추기 위한 증자였다. 이후 신금투 ROE는 2015년 8.94%에서 2016년 4.52%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신한금융이 2017년부터 보수적인 출자 정책을 유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신한금투는 2016년 ROE 4.52%를 기록한 이후에도 △2017년 ROE 6.30% △2018년 ROE 7.49% 등에 그치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했다. 그나마 올 1분기 ROE 8.3%로 8%를 넘겼으나 이는 계열사 중 하위권이다. 

신한금융은 2017년 조용병 회장 취임 이후 계열사들에 ROE 10% 이상을 지킬 것을 암묵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신한은 M&A(인수합병)를 추진할 때도 인수 가격 이전에 ROE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인수한 오렌지라이프는 올 1분기 ROE 10.7%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신한생명의 ROE는 11.9%로 집계됐다. 신한금융그룹의 올 1분기 ROE는 10.6%다.

이런 상황에 지주에서 6600억원을 증자하면 신한금융투자의 ROE는 6%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자본금이 불어나는 만큼 신한금융투자가 사상 최대 순익을 내지 않는 한 ROE 하락은 불가피하다. 신한금융투자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한 708억원을 기록했다.

증자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주에서 증자를 막판까지 고민했던 이유다. 증자방식을 보통주가 아닌 상환우선주로 결정하려다, 최종적으로 우선주 발행으로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에 따라 신한지주는 신금투 측에 조직개편뿐 아니라 ROE 상향을 요구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주는 예정대로 증자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지주 내부에서 6600억원 증자에 대한 신금투 자본효율화 필요성이 제기됐다”며 “(김병철 사장 측에서도) 이에 맞는 조직개편과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답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또 “신한금융의 GIB 매트릭스 체제가 신금투 중심으로 꾸려지는 만큼 신금투는 그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그만큼 지주에서 신금투에 신경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지주의 증자는 무리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효선 기자 hs1351@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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