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효의 시장통] 삼성의 초격차 전략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김종효의 시장통] 삼성의 초격차 전략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 김종효 선임기자
  • 승인 2019.06.20 07:32
  • 최종수정 2019.06.20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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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9월부터 양산하는 LPDDR5의 정체는?
5G와 AI, IoT가 만들어낼 마법 같은 초격차를 지켜보자

'초격차'란 무엇일까요?

'다른 업체들은 도저히 쳐다볼 수 없을 정도의 격차'를 의미합니다.

요즘 말로는 소위 '넘사벽'과 같은 말이죠.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르네상스'를 이끈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의 저서 명도 바로 '초격차'입니다. 그만큼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의 철학을 나타내는 상징적 단어이기도 합니다.

연초부터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습니다.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2분기는 물론 하반기에도 호실적을 내긴 어렵다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는데요. 이미 여러 언론에서는 '반토막' '위기' 등의 용어를 써가며 부정적 뉴스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장기적 관점에서 위기가 맞을까요? 오늘 시장통에서는 이 주제를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우선 지난 618, <인포스탁데일리>에서 나온 단독기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포스탁데일리 6.18 단독기사
인포스탁데일리 6.18 단독기사

사실 삼성전자의 차세대 D램인 LPDDR5는 지난해 이미 개발이 끝난 상태입니다.

이후 대량 생산을 준비해왔는데, 시장에서 하반기 출시를 예상했던 게 어제 비로소 9월 확정 보도가 나온 것입니다.

이 뉴스는 삼성전자 초격차 전략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LPDDR52020년 도쿄올림픽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할 5G 기술에 맞춤화된 메모리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과 일본, 중국 등이 5G 통신장비에 들어갈 메모리를 개발 중인데,

개발 속도만 놓고 봤을 때 삼성전자가 여타 업체에 비해 월등히 빠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늘날 반도체 기술은 단계가 올라갈수록 미세화공정으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메모리 단에서 최대한 발열량과 전력사용량을 줄여야만 기기 속도가 빨라지고 효율성이 높아지기 때문인데요, 이 같은 측면에서 오늘날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 적외선노광공정(EUV)이 들어가는 7~5나노미터의 메모리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TSMC와 삼성전자 뿐입니다.

주요 공정 노드별 생산가능업체, 자료 : 유진투자증권
주요 공정 노드별 생산가능업체, 자료 : 유진투자증권

특정 비즈니스에서 선도업체가 중요하다는 건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치열한 세계적 경쟁이 벌어지는 메모리 반도체 업체 가운데 삼성전자가 앞장 선 것은 단연 주목할 부분입니다. LPDDR5를 여타 업체들보다 빠르게 양산하는 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입니다.

DDR5가 만들어낼 삼성전자의 '초격차

메모리 반도체의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단기적 악재는 이미 예고된 부분입니다.

주 공급처인 서버 쪽 투자가 글로벌리하게 줄고 있고, 이와 함께 스마트폰 수요도 둔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수급 문제가 언제 해결될 것인가 인데, 이에 대해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이란 관측이 있는가 하면 메리츠종금증권과 같은 기관은 내년쯤 되야 본격적 회복기에 접어들 것이라 보고 있기도 합니다.

D램 영업이익률 추이와 전망, 자료 : 메리츠종금증권
D램 영업이익률 추이와 전망, 자료 : 메리츠종금증권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땐 상황이 180도 달라집니다.

미래 기술을 선도하는 5G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에 모두 반도체가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기술에는 기존의 중앙처리장치인 CPU보단 그래픽처리장치인 GPU 수요가 더 많아집니다. 이는 다시 말해, 고도의 수식보단 단순 산술을 동시다발적으로 풀어내는 장비의 필요성이 더 높아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세계적 GPU업체 엔비디아의 자료를 보면 기술적 차이에 대한 이해가 보다 쉬워집니다. CPU의 경우 고도의 수식을 풀 수 있는 코어가 적은 숫자로 들어가는 반면, GPU는 단순 수식을 풀 수 있는 코어가 수천 개 들어갑니다.

CPU와 GPU의 차이점, 자료 : 엔비디아
CPU와 GPU의 차이점, 자료 : 엔비디아

같은 관점에서 삼성이 개발하려는 NPU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NPU는 뉴럴 프로세싱 유닛(Neural Processing Unit), 즉 인간의 신경망과 유사한 형태의 코어를 만들겠다는 뜻입니다. 인간이 살아 움직일 때 뇌와 신경이 함께 작동하는 것처럼, NPU는 고도 계산의 CPU와 단순 계산의 GPU 모두가 필요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삼성전자 NPU가상도, 자료 : 삼성반도체이야기
삼성전자 NPU가상도, 자료 : 삼성반도체이야기

그렇다고 전자기기가 잘 작동하기 위해선 CPUGPU만 좋으면 되는 일은 아닙니다. 그와 함께 붙어 연산 처리를 돕는 메모리 또한 동반적으로 업그레이드 되야 합니다. 이 지점에서 삼성전자의 LPDDR5의 중요성이 다시 제기됩니다.

DDR5의 특성, 자료 : 미디엄닷컴
DDR5의 특성, 자료 : 미디엄닷컴

DDR5가 기기에 접목되면 5G, IoT, 자율주행 등 신기술을 받아들이기 훨씬 유리해집니다.

기존 DDR4보다 속도는 두 배 오르고 전력 소모량은 30%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특히 모바일기기에서의 2차 전지 용량에 한계가 있는 만큼, 사용 전력을 낮춰야 한다는 측면에서 메모리 발전이 동시에 이뤄져야 합니다.

삼성전자의 세계 최초 DDR5 양산이 반도체 업계에서 중요한 뉴스가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전례를 봤을 때 새로운 D랩 반도체 기술의 상용화에 따라 시장 점유율도 시시각각으로 변해왔습니다.

같은 측면에서 DDR5 또한 유사한 흐름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선도업체로 나서게 된 삼성전자가 우선권을 놓치지 않고 시장을 끌고 갈 여지가 커지게 됩니다.

D램 세대별 점유율 추이와 전망, 자료 : 미디엄닷컴
D램 세대별 점유율 추이와 전망, 자료 : 미디엄닷컴

과거 1980년대 일본이 플라자 합의로 뒤쳐지면서 우리나라가 반도체 1위에 올라선 것처럼, 오늘날 미중 무역분쟁에서 미국이 화웨이를 눌러주고 있는 상황은 삼성전자에 또 한 번의 초격차를 일으킬 기회로 여겨지는 부분입니다.

정리해 봅시다

1. 삼성전자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

단기적 수급 불균형이 삼성전자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장기적으로 초격차가 줄어들 것이라 받아들이긴 매우 어렵습니다.

DDR5 시장 선도로 인해 삼성전자의 초격차는 더 벌어졌으면 벌어졌지 줄어들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입니다.

 

2. M&A는 삼성전자에 날개를 달아줄 것

DDR5 양산으로 업계 선두에 오르면서, 삼성전자는 장기적으로 또 한 번 치고나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몇 안 되는 약점으로 거론되는 게 바로 설계 기술인데, 이 부분까지 보완할 경우 삼성전자는 정말로 세계 시장에서 압도적 기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이 부분을 놓치고 있지 않다면, 향후 목표는 반도체 설계 업체 M&A가 될 수 있습니다.

만약 팹리스 업체 중 영향력 있는 업체를 인수할 수만 있다면, 현재 시가총액 250조원에 PER 6~10배 사이에서 머물고 있는 벨류에이션 밴드가 업그레이드될 것임은 자명합니다.
 

3. 가격 하락을 커버하는 '규모의 경제

모든 시나리오가 잘 풀릴 경우, 반도체 가격 하락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향후 늘어나게 될 서버 반도체 수요와 모바일기기, 통신장비, 이외 다양한 솔루션 등에서 늘어나는 생산(Q)이 낮아지는 가격(P)를 완벽하게 보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에 투자한다는 시각이 자주 제시됩니다.

하지만 꼭 그 부분이 아니더라도 이미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는 초월적 경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삼성전자는 투자 관점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기업임에  틀림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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