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지배력 키우는 ‘자사주 마법’… “미발행주식으로 명시해야”
재벌 지배력 키우는 ‘자사주 마법’… “미발행주식으로 명시해야”
  • 박효선 기자
  • 승인 2019.05.30 18:45
  • 최종수정 2019.05.30 1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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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자사주 마법’에 무의미해진 지주회사 전환
CJ올리브네트웍스 인적분할 전·후 지배구조. 그림=한국투자증권
CJ올리브네트웍스 인적분할 전·후 지배구조. 그림=한국투자증권

[인포스탁데일리=박효선 기자] “기업들이 인적분할하면서 ‘자사주 마법’으로 총수일가 지배력을 높이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애초에 지주회사 전환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30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자사주의 문제점 진단 및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실련 재벌개혁본부장)가 던진 말이다.

‘자사주 마법’은 기업이 인적분할을 하면서 분할한 신설회사에 자사주를 신주 배정함으로써 의결권이 없던 자사주에 의결권을 부활시켜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식을 말한다. 예컨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CJ그룹의 CJ올리브네트웍스 올리브영 부문과 IT부문 법인을 인적분할한 사례를 살펴보면 기업의 ‘자사주 마법’ 수순을 예측할 수있다.

CJ가 기업을 인적분할하며 자사주를 활용한 방안은 이렇다. CJ는 CJ올리브네트웍스 분할비율을 IT 부문 45%, 올리브영 55%로 정했다. 이로써 CJ는 IT 사업에 대한 주식 55%를 배정받았다. CJ가 기존 CJ올리브네트웍스 주주들의 IT 사업부 주식 45%를 자사주와 교환하면서 CJ 주식을 1주도 갖지 않았던 이재현 회장의 아들 이선호 부장은 2.8%의 CJ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상훈 변호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합병과 달리 분할과 분할합병의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자사주 처리방식에 따라 지분 구조의 왜곡현상이 발생한다”면서 “지분구조가 왜곡되는 현상을 막아야 할 당위성이 충분하므로 발의된 법률안에서 세부 사항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발의된 법률안은 박용진·오신환 의원안의 ‘단순분할신설회사, 분할합병신설회사는 분할회사가 보유하는 자기주식에 대하여 신주배정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을 말한다.

김종보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지난 2017년 법무부가 자사주 규제 등을 연구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시간이 흐른 지금 법무부가 현재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며 법무부의 해결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명한석 법무부 상사법무과장은 “경제민주화 관련 법률 개정은 법무부 단독으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주관이 돼서 8개 부처가 각각 역할을 맡고 있고 정부가 전체적으로 추진하는 과제이므로 법무부가 독자적으로 어떤 식으로 진행할 것인지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자사주를 미발행주식으로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자사주를 미발행주식으로 간주할 경우 제3자 배정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기술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일부 기업이 자사주를 통해 기업을 자진상장 폐지한 뒤 배당 폭탄으로 오너 일가 배만 불리고 투자자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폐해를 막기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섰다. 

유준수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장부 팀장은 “상장기업이 자진상장폐지를 위해 충족해야 하는 최대주주 등의 최소지분율 산정 시 자사주를 제외하도록 세칙을 개정했다”며 “소수주주의 주식을 공개매수 할 때 매수주체를 ‘최대주주 등’으로 한정하고 해당 상장법인의 매수 참여는 제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효선 기자 hs1351@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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