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롯데카드 지분투자 세 가지 ‘묘수’
우리은행, 롯데카드 지분투자 세 가지 ‘묘수’
  • 박효선 기자
  • 승인 2019.05.22 10:55
  • 최종수정 2019.05.22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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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 아닌 FI로 참여한 배경… 인수금융 주선수수료 벌고 자본비율 상승 시간 벌어
우리은행 본사. 사진=우리은행

[인포스탁데일리=박효선 기자] 우리은행이 MBK파트너스와의 연합으로 롯데카드 인수전 역전에 성공했다. 우리은행-MBK파트너스 컨소시엄은 이달 중 본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MBK파트너스 컨소시엄은 롯데카드 지분 80%를 각각 20%와 60%%씩 나눠 인수한다.

이에 따라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MBK파트너스만 받게 되고 우리은행도 당분간 롯데카드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이 보유하는 롯데카드 지분이 20%에 불과해 추가로 지분을 확보해 지배권을 얻기 전까지는 2대 주주로 남기 때문이다. 계약 조건에서 우리은행이 롯데카드를 완전히 인수할 수 있는 우선매수권 옵션 조건도 붙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럼에도 금융권 안팎에선 우리금융지주가 직접 롯데카드 전략적투자자(SI)로 들어가기 보다 우리은행을 통한 재무투자자(FI)로 접근한 것이 적합한 묘수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리은행은 “단순한 지분투자일 뿐”이라며 선 긋고 있지만 우호적 지분투자라는 점에서 향후 MBK파트너스로부터 롯데카드가 매물로 나오면 인수주체자로 나설 수 있어서다.

반대로 인수주체로 나서지 않더라도 우리은행은 MBK파트너스 인수금융 주선수수료를 확보해 단기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또 우리은행이 롯데카드 인수주체가 아닌 끝내 지분투자에 그치더라도 향후 보유 지분을 팔아 양도 차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

특히 우리금융지주로서는 인수주체로 나설 때까지의 시간을 벌게 됐다. 우리금융의 올 1분기 자기자본비율(BIS비율)과 보통주자본비율은 각각 11.1%, 8.4%에 그쳐 현재로선 자금여력 측면에서 쓸 수 있는 돈이 한정적이다. 금융당국이 잣대로 삼는 국제결제은행(BIS)비율 8%, 보통주자본비율 4.5%는 이미 넘어섰지만 1조5000억원이 넘는 롯데카드 인수여력을 생각하면 자본비율을 더욱 끌어올려야 한다. 

다만 우리금융은 올해까지 표준법을 적용하고 내년 부터 자본비율 산출법에 내부등급법을 적용하면 자본비율이 훌쩍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올해 우리금융 자본비율이 비교적 낮아 보이는 것은 올해 지주사로 전환되면서 산출법이 바뀐 영향”이라며 “올해는 지주사 첫 해로 글로벌 스탠다드를 적용해야 하는 구간으로 (다른 금융지주사와 비교해) 낮은 것처럼 보이지만 내년부터 표준방법이 아닌 내부등급법을 적용해서 산출하면 우리금융 BIS자본비율은 14% 이상으로 올라가므로 오히려 자금여력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MBK파트너스가 차익 실현을 위해 기업을 매각하기 까지 통상 2~3년 가량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금융이 인수주체로 나설 때까지 시간은 충분한 셈이다. 우리금융이 직접 SI로 나서지 않고 우리은행을 통해 롯데카드 FI로 발을 담근 뒤 인수여력을 높이는 수순이 예상되는 이유다.

우리금융이 향후 우리은행이 보유한 카드 지분과 지주사 주식을 교환해 손자회사인 우리카드를 은행이 아닌 지주사의 자회사로 끌어올릴 가능성도 예측된다. 현재 우리카드는 우리은행의 자회사이며 금융지주의 손자회사로 있다.

한편, 우리금융이 롯데카드를 인수할 경우 우리카드의 자산규모는 약 23조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우리금융은 비은행 부문 강화로 하나금융과 3위 금융지주사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현재로선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세븐일레븐, 롯데면세점 등 롯데 유통계열사 데이터를 홈플러스(MBK파트너스 보유) 데이터와 공유할 수 있다는 점도 우리금융·MBK 입장에선 환영할 만한 포인트다.

우리은행이 롯데카드 경영에 개입하지 않더라도 800만명 규모의 회원을 보유한 롯데카드와 협력해 외연 확장에 나설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 계열사 직원들 대부분이 롯데카드를 사용하는 가운데 롯데그룹이 롯데카드 3대 주주로 남는 만큼 결제기능, 할인 및 포인트 적립 등도 한동안 연동될 가능성이 높고 두 카드사의 해외사업이 겹치지 않아 경쟁력 면에서도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효선 기자 hs1351@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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