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선 르노삼성차… 노사 재교섭도 미지수
벼랑 끝에 선 르노삼성차… 노사 재교섭도 미지수
  • 성동규 기자
  • 승인 2019.05.22 10:13
  • 최종수정 2019.05.22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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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서 부결
노조 내부 갈등이 부결 결정적 원인
경영 정상화 위한 신차 배정 요원해져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전경. 사진=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전경. 사진=르노삼성자동차

[인포스탁데일리=성동규 기자] 르노삼성자동차가 벼랑 끝에 섰다.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이 노조 찬반투표에서 부결된 탓이다. 기본급 동결과 근무 강도 완화 등에서 조합원들의 찬성을 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 내부 갈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경영정상화는 더욱 요원해졌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차 노조가 전날 진행한 투표 결과를 보면 참여한 인원 2141명 중 찬성 47.8%(1023명), 반대 51.8%(1109명)로 부결됐다. 기권표는 0.4%(9표)였다. 이에 따라 노조는 내부 논의를 통해 차후 계획을 결정할 계획이다.

노사 잠정합의안 부결의 결정적인 원인은 영업지부의 반대였다. 부산공장 중심으로 조합원 규모가 가장 많은 기업노조는 찬성 52.2%, 반대 47.2%로 합의안에 찬성했으나 정비인력 위주의 영업지부에서 찬성 34.4%, 반대 65.6%로 반대가 높게 나타났다. 

이는 교섭과정에서 영업지부 조합원과 집행부와 소통 부족의 불만이 반대표로 표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부결 원으로는 임금 부분이 꼽힌다. 조합원들은 기본급이 동결된 것에 강한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진다. 성과급에 포함된 이익배분제(PS·426만원) 등은 합의안과 별개로 기존 임단협에 명시된 금액이라는 주장이 내부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근무 강도 완화 부분에서도 직업훈련생 60명 충원 외에는 조합원들의 주장이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 곳으로 알려졌다. 애초 조합원들은 전환 배치 합의, 200명 충원 등을 요구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집행부가 이른 시일 내 재교섭을 위한 조합원들의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한다고 해도 다시 합의안을 마련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노조 내부적으로 집행부에 대한 불신임 여론이 거세진다면 노사 협상 자체가 미궁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집행부 신임 여부에 대한 조합원 투표를 거쳐 불신임이 가결되면서 조기 선거를 결정하고 신임 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집행부 선거를 치러야 해서다. 이런 과정을 모두 거치려면 적어도 수개월이 필요하다.

가뜩이나 풀어야 할 과제가 쌓여있는 르노삼성차의 앞날이 더욱 불투명해진 셈이다. 

르노삼성차는 당장 부산공장의 물량절벽을 해결하기 위해 신차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노사 갈등을 우려해온 프랑스 르노 본사와 수출 물량을 둘러싼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르노 본사는 애초 올해 3월 초까지 XM3 신차 유럽 수출 물량을 생산할 공장을 결정할 계획이었다. 르노삼성차는 XM3 개발에 참여한 데다 국내 판매용 생산을 위한 생산설비도 갖출 계획이어서 신차 물량 배정에 유리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노사 갈등이 계속되자 로그(르노삼성이 수탁 생산하는 닛산 SUV) 후속 물량 배정을 연기했다. 로그 수탁 계약은 오는 9월 끝나는데, 아직도 그 이후에 어떤 차종을 생산할지 정해지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부산공장을 대신해 스페인 바야돌리드공장이 XM3 유럽 판매용 차량 생산 후보지로 유력하게 언급되기 시작했다. 노사가 극적으로 잠정 합의에 이른 것도 XM3 수출 물량 배정 전 협상을 마무리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영향이 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부산공장 존폐 위기가 달린 수출 물량 확보 가능성이 더 낮아졌다는 것엔 이견이 없을 것”이라며 “대내외 신뢰도 하락 등에 따라 내수 판매 부진 경향이 더욱 심화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성동규 기자 dongkuri@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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