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말라가는 뿌리산업. 문닫는 주물공장들
[르포] 말라가는 뿌리산업. 문닫는 주물공장들
  • 인포스탁데일리
  • 승인 2019.05.20 13:41
  • 최종수정 2019.05.2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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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제 성장 견인 산업 진단, 진해마천주물공장 르포
조선 등 제조업 힘드니 뿌리산업까지 도미노
직원수는 줄어들었지만 인건비 지출은 비슷해
60세 이하 직원 찾기 힘들어…외국인 노동자 채용
▲ 진해마천주물공단의 한 사무실 문이 자물쇠로 걸어 잠겨져 있다. 마천공단은 작년 기준 47개사 매출액 6600억 원에 근로자 15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사진 원동화 기자)

[인포스탁데일리=일간리더스경제신문/ 원동화 기자] 지난 10일 오전 11시. 진해마천주물공단(마천공단)에는 한참 활발하게 움직이고 일할 시간이지만 고요함이 가득했다. 곳곳에는 굳게 닫힌 사무실 문과 함께 자물쇠로 잠겨 있는 공장만이 덩그러니 서 있었다.
 
2000년대 초반 조선 경기가 호황일 때 마천공단은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활발했던 곳이다. 선박과 자동차, 기계 등 각종 부품의 납기일을 맞추느라 쉴새 없이 공장이 돌아갔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조선경기가 내리막 길을 걸었고 최근 3~4년 동안에는 자동차와 기계 부품 등 전체적으로 침체기를 겪으면서 이곳 마천공단도 하나둘씩 문을 닫는 업체가 늘었다.
 
실제로 마천공단은 1980년대 약 20만 평 부지에 110개 업체가 입주할 정도로 주물 분야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지난 2011년에는 매출액 1조2000억원, 근로자는 2500명이 근무했던 이곳이 지난해에는 47개사, 매출액 6600억원에 근로자 1500여명으로 7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선박 엔진 베어링을 주조하는 업체 사장은 “직원이 한때는 40명까지 있었고 24시간 쉼 없이 공장이 돌아갔지만 지금은 직원이 2명 밖에 없다”고 했다. 이마저도 외국인 노동자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도로 곳곳에는 베트남어와 태국어로 된 ‘숙소제공’ 현수막이 붙어 있기도 했다.

▲ 닫힌 공장 사이로 보이는 쌓여있는 자재들. (사진 원동화 기자)

자동차 실린더를 주조하는 업체 사장은 “한국인 직원을 뽑으려고 해도 60대 이상 등 대부분 나이가 많은 분들이 지원하고 젊은 사람은 보기 드물다”면서 “젊은 사람이 가끔 있어서 뽑아 놓으면 힘들어서 대부분 한 달도 안되서 회사를 떠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사장은 또 “직원 수는 줄어들었지만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해서 회사 지출의 인건비 비율은 낮아지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마천공단에 위치한 대부분 업체들은 중견 및 영세 업체들이다. 한때 대형 업체들이 5곳이나 있었지만 이곳을 다 떠나고 현재는 2곳만 남았다. 그나마 이들은 다른 대형 업체들이 부도가 나면서 일감이 몰리면서 영세 업체보다는 낫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공단 내에서도 양극화가 커지고 있다. 큰 업체의 경우에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서 납품단가를 더 낮추면서 대기업에 물량을 대지만 중소 규모의 업체의 경우에는 일정 금액 이상 납품단가를 떨어뜨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공단에 있는 공장 곳곳이 문을 닫고 출하하는 양이 줄어들다 보니, 주조된 물건을 운반해주는 운송업체에도 불똥이 튀었다.
 
한창 물건을 싣거나 내려야 할 트럭들이 대로변 근처에 서 있었다. 대형 화물트럭 차주는 연신 스마트폰을 들여다봤다. 이 차주는 “화주와 운송사업자를 연결해주는 앱을 보면서 일감을 찾고 있었지만 생산 자체가 줄다 보니 일감이 없어도 너무 없다”고 밝혔다.
 

▲ 진해마천주물공단의 한 공장이 폐업을 하고 내부 자재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 원동화 기자)

김구재 진해마천공단 관리공단 총무과장은 “선박 관련 부품을 생산하던 업체들이 보통 폐업을 많이 했고 그나마 자동차나 기계 관련해서 부품을 생산하던 곳이 지금까지 살아남았지만 영세 업체들은 공급단가 하락, 일감감소, 원자재 값 인상 등으로 마진율이 3%도 미치지 못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주변 식당에서도 경기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한 식당 주인은 “예전에는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여기서 먹고 가는 노동자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점심 정도 먹고 간다”며 “일감이 줄어서 그런지 저녁을 먹는 사람도 많이 줄어서 지금은 점심 장사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구재 총무과장은 “최근 조선경기가 살아나서 공단에도 일감이 많이 질 것으로 기대를 했지만 아직 낙수효과가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경쟁이 치열하고 낮은 가격을 찾다보니 납품 단가가 떨어지는 등 악순환의 반복”이라면서 한숨을 쉬었다.

▲ 오래된 공장. 진해마천주물공단은 지난 1980년대 조성돼 당시 주물 분야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사진 원동화 기자)

원동화 기자 dhwon@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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