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뷰] 윤주영 호찌민 무역관장 “베트남에 수출해 본 적 없는 중소기업 적극 돕겠다”
[人터뷰] 윤주영 호찌민 무역관장 “베트남에 수출해 본 적 없는 중소기업 적극 돕겠다”
  • 성동규 기자
  • 승인 2019.05.15 08:39
  • 최종수정 2019.05.15 0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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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투기업 베트남 진출 환경, 과거와 많이 달라져, 현지기업과 상생해야만 혜택
베트남 진출 시 가전‧정보기술(IT) 부품 소재 개발 유리, 전자상거래도 눈여겨 봐야
윤주영 코트라 호찌민 무역관장. 사진=코트라

[인포스탁데일리 호찌민(베트남)= 대담 이형진 선임기자, 정리 성동규 기자] “단 한 번도 수출해 본 적이 없거나 아직 베트남에 수출해 본 적이 없는 중소기업에 도움을 주는 게 우리의 최우선 과제다.”

베트남 호찌민에서 지난 14일 인포스탁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밝힌 윤주영 코트라 호찌민 무역관장의 일성이다. 윤 관장은 인터뷰 내내 베트남으로의 진출이 성장을 보장한다는 식으로 환상을 심어주기보다는 가장 현실적인 조언에 집중했다. 

윤 원장의 견해는 간단 명료했다. 단순히 값싼 노동력을 활용해 이윤을 얻겠다는 생각은 버리라는 것이다. 베트남 산업과 경제 구조에 대한 이해, 현재 베트남 정부가 육성하는 산업과 전망, 투자 지역의 특징 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며 코트라가 이를 지원한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경제는 1980년대 중반 경제 개혁을 위한 ‘도이모이’ 정책 시행 이후 급속도로 성장했다. 이에 대한 부작용으로 외국투자기업에 대한 의존도(수출 70%를 외투기업이 차지)가 지나치게 높아졌고 교역은 미국과 중국 등에 국한돼 국제 정세와 경제 변화에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아울러 일부 지역에만 투자가 집중돼 베트남 국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아직 2700달러 수준에 불과, 소비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특성도 있었다. 윤 관장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베트남 정부의 정책 기조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실상 아무런 제약이 없이 외투기업을 유치하던 과거와 큰 차이가 있다. 베트남 정부가 첨단기술과 친환경적 가치에 부합할 수 있는 분야의 기업 등 베트남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자국 기업과 상생할 수 있는 외투기업에 혜택이 집중되도록 정책을 수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윤 관장은 이런 특성들을 고려할 때 여러 중소기업 중에서도 가전‧정보기술(IT) 기기 부품과 소재를 개발하는 기업에 유리하다고 꼬집어 말했다. 또 O2O(온·오프라인 통합) 서비스, 메신저, 전자상거래 등 우리 스타트업이 진출할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윤주영 코트라 호찌민 무역관장
윤주영 코트라 호찌민 무역관장. 사진=코트라

◆다음은 윤 관장과의 일문일답.

Q. 베트남의 경제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베트남 지난해 경제 성장률은 7.08%로 최근 10년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도 6% 중후반대 경제 성장이 지속이 예상되는 등 전반적으로 전망이 좋다. 다만 외국투자기업에 대한 의존도(수출 70%를 외투기업이 차지)가 높은 데다 교역에서 미국,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특히 최근의 고성장은 미·중 무역 전쟁에 따른 반사이익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이렇다 보니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성장세가 변동될 여지가 커 장기적인 관측은 어렵다.

Q. 베트남은 우리 기업들에게는 기회의 땅으로 불린다.

A. 베트남이 많은 장점을 보유한 나라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 철저한 사업 분석과 장기적인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베트남 국민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2700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아직은 소비 여력이 충분치 않다. 당장의 성공보다는 미래 잠재시장으로 보고 접근하는 게 올바를 것이다.

Q. 베트남 현지인들에게 한국 제품에 대한 이미지가 어떤가.

A. 한국 제품에 대한 호감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1990년대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베트남에 한류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그 이후 2000년대 K-POP이 유행하면서 그 흐름이 이어졌다. 지난 20여 년간 베트남인들의 삶 속에 패션, 화장품, 식품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돼 한국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역할을 했다.

다만 문제는 상품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구매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 예컨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케이뷰티 상품들을 판매한다고 해도 가격 경쟁력이 없다면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다. 오히려 고정 수요층이 있는 초고가 상품의 판매가 더 원활할 것으로 보인다.

Q. 외자 유치 관련해 베트남 정부의 정책 기조에 변화가 있다고 들었다.

A. 베트남이 1975년 통일된 이후 경제적 빈곤이 개선되지 않자, 1986년 ‘쇄신’을 뜻하는 도이모이(Doi Moi) 정책을 통해 자유시장 경제를 채택하고 적극적으로 외자를 유치했다. 사실상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그러다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첨단기술 분야나 환경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는 분야, 베트남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분야로 정책 지원이 집중되고 있다. 아울러 베트남 남부 지역인 호찌민과 베트남 북부 지역인 하이퐁‧하노이 등 일부 지역에만 투자가 집중되다 보니 균형 발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Q. 베트남은 핀테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큰데 관련 스타트업의 진출은 어떠한가.

A. 베트남의 핀테크 시장은 아직 초보 단계이지만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률이 빠르게 늘면서(2013년 20%에서 2016년 72%로 증가) 급성장할 수 있는 토대는 마련된 상태다.

그러나 베트남 27개 기업이 전자결제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지불중개 서비스 인가 기업만 관련 거래를 할 수 있는 등 규제와 정책 투명성 부족하다. 이런 문제들이 정비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기회 요인이 많은 만큼 해결돼야 할 문제도 많다. 현재로서는 이런 상황을 주시하며 전략을 수립하는 게 좋을 것 같다.

Q. 다른 스타트업들도 베트남에 진출하는 게 어려운 편인가.

A. 베트남은 스타트업이 활성화된 지 오래되지 않았으나 정부의 육성 정책에 힘입어 신규 기업 수와 창업 수가 매년 괄목할 만한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최근에는 정보통신(IT) 분야(애플리케이션, O2O 서비스, 메신저, 전자상거래 등) 스타트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

헬스케어나 핀테크 분야보다 베트남 정부의 규제 수준이 높지 않아 시장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다. 또 높은 인터넷(대도시 인터넷 보급률 90%)과 스마트폰 보급률로 인해 성장 가능성 큰 분야로 보인다.

Q. 투자가 많이 이뤄지는 지역별로 특색이 있나.

A. 1954년 베트남은 독립전쟁에 승리하며 1882년부터 이어졌던 프랑스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서구 열강은 제네바 협정을 통해 베트남을 북위 17도를 기준으로 남북으로 분단시켰다. 당시 독립운동을 이끌던 공산당이 북베트남을 장악하면서 하노이는 정치적인 수도로 성장했다.

남베트남의 공산화를 우려해 미국의 원조를 받던 호찌민은 경제 중심지가 됐다. 기후도 하노이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호찌민은 1년 내내 덥고 습하다. 이런 특성들로 인해 호찌민이 하노이보다 적극적인 소비성향을 띄고 있다.

Q. 최근에는 다낭이 주목받고 있다던데 어떠한가.

A. 다낭은 강과 바다를 끼고 있어 자연경관이 뛰어난 데다 옛 시가지의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호이안과 베트남 마지막 왕조의 수도 후에와 가까워 많은 사람이 관광과 휴양을 위해 찾는 곳이다. 이에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고 지속해서 보강이 이뤄지고 있어 기업들로서도 매력적인 도시다.

Q. 인프라가 많이 부족하면 우리 건설사에 많은 기회가 있을 것 같다,

A. 베트남은 독립 이후 연이은 전쟁(프랑스, 미국, 캄보디아, 중국 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다른 국가들보다 매우 늦게 경제개발을 시작하다 보니 도로, 교량, 항만, 철도 등 모든 인프라가 매우 열악하다.

우리 기업이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는 충분하다. 베트남 정부도 우리 건설 기업들의 기술력과 경험을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추진할 재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에 따라 베트남 정부는 우리 기업이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을 통해 사업비를 직접 조달하기를 원한다. 넘어야 할 벽이 많은 셈이다.

Q. 우리 기업의 베트남 진출 공략 포인트가 있다면.
A. 우리 기업 중에서도 삼성이 많은 투자를 하면서 베트남은 전기‧전자기기 분야의 메카가 됐다. 그런데도 이를 뒷받침할만한 저변 산업(supporting industry)이 취약해 아직 베트남 국내에서의 부품 소재 조달률이 30%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다른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국가와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부품 소재 산업 육성의 절실함을 인식하는 베트남 정부도 부품 소재 산업을 효율적으로 장려하기 위해 세제 우대 등 지원대책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관련 법안도 준비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이 밖에 베트남 기업과 기술 이전 계약을 맺거나 합자 법인을 설립하는 등 현지 기업과 상생하려는 노력도 중요해 보인다.

Q. 호찌민 무역관의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A. 호찌민은 우리 기업의 투자와 수출이 가장 활발히 이뤄지는 곳이다. 이를 지원하는 게 가장 기본적인 목표다. 특히 베트남에 한 번도 제품을 수출하지 못했거나 아직 수출 자체를 진행한 적이 없는 중소기업에 도움을 주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또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이 우리 청년들을 많이 고용할 수 있게 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베트남(호찌민)/ 대담= 이형진 선임기자 magicbullet@infostock.co.kr

정리= 성동규 기자 dongkuri@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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