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훈의 세경소] 악화되는 교역 조건, '경기 침체' 전조 신호인가
[우기훈의 세경소] 악화되는 교역 조건, '경기 침체' 전조 신호인가
  • 우기훈 논설전문위원
  • 승인 2019.05.13 08:29
  • 최종수정 2019.05.1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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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상승과 반도체 가격 하락은 교역조건 악화로 귀결
수출 준비중 컨테이너 모습. 사진= 픽사베이
수출 준비중 컨테이너 모습. 사진= 픽사베이

[인포스탁데일리=우기훈 논설전문위원] 우리나라 수출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수출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월 수출도 전년대비 2.0%가 감소한 488억57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2월부터 5개월 간 연속적으로 수출 감소를 나타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수출 감소 폭이 다소 둔화되고 있다는 데 적지 않은 위안을 얻고 있는 모양새다. 올해 2월 수출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11.4%를 기록한 이후 두 달 연속 감소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여기에 정부로서도 나름대로 대책을 쏟아내고 있는 것도 그렇다.

이 보고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수출물량이 전체적으로 늘어났다는 대목이다. 수출액은 줄었지만 물량은 늘었다는 것인데, 이러한 대목은 지난달 보고서와도 비슷하다. 이 같은 교역구조라면 구체적인 분석이 없더라도 우리나라의 교역조건이 악화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교역조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수출총액으로 수입 가능한 양을 나타내는 소득교역조건지수가 충분히 상승하지 않는다면 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킨다.

수출기업들은 박리다매로 인한 수익 감소를, 국가 경제로서는 국부의 유출을 감당해야 한다는 상황에 놓인다. 기업이 많이 팔기는 하지만 남는 것이 없고 같은 양의 외국 상품을 사더라도 더 많은 양의 국부를 지불해야하는 셈이다. 결국 기업의 채산성은 악화되며 이는 소득감소를 불러온다. 소득감소는 소비 위축 그리고 경기 악화로 이어질 소지가 다분하다.

대표적인 수출입 품목을 간단히 살펴봐도 이러한 현상은 도드라지게 드러난다. 우리의 대표 수입 상품인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지난 연말 배럴당 49.52 달러까지 내려갔다가 5월 8일 기준으로 70.28달러를 기록, 40% 넘게 올랐다.

그러면 우리의 대표 수출품 단가는 어떤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반도체의 주력 품목인 D램의 8Gb 기준 가격이 4.3 달러까지 떨어지면서 52%나 하락했다. 반도체 가격은 반토막 이상으로 떨어진 것이다.

우리 주력 수출 상품인 반도체와 석유화학의 수출단가는 급격히 떨어지고 수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유가는 빠르게 상승함으로써 교역 조건 악화를 어렵지 않게 점칠 수 있다.

만약 이러한 현상이 더 심화된다면 앞으로 교역 조건이 더욱 악화될 여지도 충분하다. 최근 발표된 IHS 마켓 보고서를 보면 올해 반도체 시장 매출은 작년보다 약 7.4%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9년 이래 최악의 역성장을 예측한 것이다.

물론 올해 3분기부터 반도체 수요가 회복세에 들어 갈 것이라는 국내 연구소의 전망이 있다. 하지만 세계 반도체 수요 둔화는 2~3개 분기 더 지속되리라는 외신보도도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를 토대로 본다면 반도체 시장 수요는 당분간 상승 국면으로 맞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점에서도 우려를 더한다. 이달 초 발표한 세계은행의 보고서를 보면 국제유가는 글로벌 경기 부진 등으로 크게 오르지는 않고 평균 배럴당 66달러 선에서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런 예측보다 지난 9일 외신 보도를 보면 미국의 원유 재고량 감소 소식에 유가는 다시 오르는 낌새를 보이고 변동성이 여전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이같은 교역조건 악화는 우리 경제에도 심각한 충격을 준다. 우리나라는 높은 대외 의존도를 가지고 있으며 교역구조의 편중성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악화되는 교역조건은 무척 걱정스러울수 밖에 없다.

이제 수출품의 고부가가치화 또는 다각화 등이 추진되어야 할 시점이다. 또 에너지 부문에서는 여러 어려움이 있겠으나 수입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우기훈 논설전문위원 kihoon.woo@gmail.com  

* 세경소는 세계 경영에 대한 소고(작은 생각)의 줄임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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