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중국시장 오락가락 행보… 일관성 없는 추진 도마위
정의선 중국시장 오락가락 행보… 일관성 없는 추진 도마위
  • 이찬우 선임기자
  • 승인 2019.04.01 10:07
  • 최종수정 2019.04.01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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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본부 전진배치, 사실은 중국본부 대폭 축소
2년전 해체한 중국 판매법인 7000억원 들여 재설립
잦은 인사, 조직개편, 오락가락 의사결정 경쟁력 하락 부추겨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사진=현대차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사진=현대차

[인포스탁데일리=이찬우 선임기자] 중국 시장에서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의 해법이 도마에 올랐다. 잦은 조직개편과 인사, 임기응변식 접근 방식이 오히려 경쟁력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하반기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기업문화 혁신, 외부인재 영입, 전략적 제휴 등에서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지만 유독 중국시장 전략에서 만큼은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면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28일 ‘임원인사 제도개편 방안’을 발표하면서 ‘중국사업 조직개편안’을 슬며시 끼어 넣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 있던 중국사업본부·중국제품개발본부 등을 중국 현지로 전진 배치한다는 것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현장 중심의 조직 변화를 통해 중국 사업 정상화를 위해 내린 특단의 조치라고 현대차그룹측은 밝혔다.

발표와 달리 속사정은 다른 듯 하다. 중국사업본부내 200여명의 임직원 가운데 전진 배치되는 인력은 과장급 이하 40여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본사에서 중국 사업을 지원할 일부 임원을 제외하고 100여명이 넘는 부·차장급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사업본부를 떠나게 됐다. 현장 전진배치를 포장한 중국사업본부 축소나 다름없다는 얘기들이 그룹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 중국사업본부는 지난 2017년 8월 중국 시장 경쟁력을 정상화하겠다는 차원에서 그룹내 중국전문가들을 대거 불러들여 조직한 것이어서 일관성 측면에서도 비판받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불과 세달 앞선 지난해 11월에도 중국사업 총괄 임원을 교체하는 등 중국사업본부내 20여명에 달하는 임원 인사를 단행했었다.

중국사업본부내에서는 이전부터 정 수석부회장으로부터 이해 못할 지시들이 종종 내려온다는 말이 돌았다고 한다.

이번 중국본부 전진배치도 그런 차원으로 이해되고 있는데 해결책이라고 내놓는 것마다 사업본부내 고위임원들의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불과한데도 정 수석부회장의 결단으로 포장돼 집행된다는 것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중국 시장에 대한 냉정한 분석과 명확한 비전이 결여되어 있는 게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하다.

현대차는 최근 중국시장에서 고급차 제네시스 브랜드를 수입하는 판매법인을 중국 상하이에 설립했다. 판매망은 직영으로 운영하기로 했고 점포 임대료, 영업인력 채용 등에 약 7000여억원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수입차 인증이 까다로운데다, 고율의 수입차 관세, 초기 판매망 구축 비용까지 만만치 않아 이 판매법인의 성공도 예측하기 힘들다는 게 현대차 안팎의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가 중국내 판매법인을 설립한 이유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중국시장 상황 때문이다. 사드 보복 사태 이후 '급전직하'한 중국 시장 타개책으로 제네시스를 투입해 보자는 것이다.

합작법인인 북경현대차에서 생산할 수도 있으나 현지생산에 따른 브랜드 가치 하락을 우려해 수입, 판매 방안을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네시스의 경쟁력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도 회의적 시각이 존재한다. 현지 생산하는 현대차 가격을 감안할 때 최소 40만위안(약 7000만원)이상 판매가를 책정해야 할텐데 여타 고급차 메이커들과의 경쟁에서 고전할 것이란 분석이다.

무엇보다 ‘사드 보복에 굴복하는 나라’에서 만든 자동차라는 중국인들의 저변 인식도 제네시스의 판매에 걸릴돌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문제는 현대차가 중국내 수입·판매법인 운영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2017년 하반기까지도 별도 판매법인이 있었다. 당시 판매법인은 직영이 아닌 딜러망이었지만 2년전 청산했던 판매법인을 재설립한 것을 두고 의사 결정이 오락가락한다는 내부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중국시장 부진은 단순 인사나 조직개편, 한 두 차종 투입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며 “구조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장기적인 계획과 비전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찬우 선임기자 kmcir@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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