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 전근대적 근무환경 청와대 게시판에 잇따라 폭로
다이소 전근대적 근무환경 청와대 게시판에 잇따라 폭로
  • 이찬우 선임기자
  • 승인 2019.03.19 08:14
  • 최종수정 2019.03.19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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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장규정 휴가사용 등 기본적 요구조차 불만 터져나와
적극적 근무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다이소의 박정부 회장=아성다이소 홈페이지
적극적 근무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다이소의 박정부 회장=아성다이소 홈페이지

[인포스탁데일리=이찬우 선임기자] 생활용품 기업 아성다이소(이하 다이소)에서 고압적 업무 지시와 열악한 근무 환경 등으로 인해 직원들의 아우성이 터져나오고 있다. 직원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는데도 회사측은 그때그때 말 만을 앞세우면서 근본적인 직원 근무 환경 개선은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다이소는 내부 직원들의 근무 환경 불만에 대한 잇따른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청원의 여파가 국민적 비판 및 불매 운동으로 번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불만은 근무시간, 복장 규정, 작업복, 안전화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19일 현재 청원 게시판에서 다이소를 검색하면 170여건이 누적돼 있다. 대부분 사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으로 보이지만 청와대에 호소할 정도로 직원들의 고충 처리가 무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직원들의 불만은 특히 매우 사소한 것들이어서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4일 청원 게시판에는 다이소에서 지급하는 안전화와 관련된 내부 직원으로 보이는 한 네티즌의 불만이 올라와 있다. 이 네티즌은 “(회사 지급)안전화 사이즈가 220이 제일 작은데 제 신발 사이즈는 210이어서 신고 다니다가 물건으로 인해 넘어질 뻔 한 게 여러 번 있어서 청원한다”며 “2014년 말부터 안전화 신었는데 저한텐 안전화가 아니라 위험화”라고 호소했다.

관리자들의 일반 직원에 대한 고압적 업무지시와 법적으로 보장된 휴가 사용이 여의치 못하다는 불만도 이어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얼마 전 점장과 휴일 바꿔달라는 언쟁 후 갑자기 재계약을 못해준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또다른 네티즌은 “최근 휴무 일수를 무조건 하루씩 쉬라는 공지가 왔다”며 “하루씩 쉬고 싶은 사람도 있으나 이틀 정도 붙여 쉬어야 온전히 쉬는 효과가 있다”고 휴무 사용이 여의치 않음을 토로했다. 휴가 사용과 관련해서는 “이틀 붙여서 쉬는 건 누구 돌아가시지 않는 이상 못쉬게 한다”고 동조한 네티즌까지 있을 정도이다.

점퍼와 마스크의 매장 내 착용 지침에 대해서도 호소가 잇따랐다. 한 직원은 “겨울용 잠바(점퍼)는 물건 받는 사람만 입으라 한다”며 계산대 직원이나 점퍼를 입지 못하는 직원들은 추위에 시달렸다고 호소했다.

매장 특성상 많은 먼지가 발생하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을 허락해달라고 했으나 ‘고객들이 웃는 얼굴로 서비스 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여 안된다’는 이유를 들어 거부당했다는 사연도 올라왔다.

다이소측은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내용들에 대해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미 개선한 사안들이라고 밝혔다. 다이소 홍보팀 이우승 과장은 “불만 사항에 대해서는 그때그때 개선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다이소측이 문제가 터질 때마다 임기응변 해결책을 제시할 뿐 근본적인 개선책 마련에는 관심이 없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특히 사내 의견 수렴 절차가 없거나 아예 꽉 막혀버린 것 아니냐는 게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안전화나 마스크 착용 등 아주 사소한 요구조차 청와대 게시판에 등장할 정도이면 사내 소통은 전무하다고 봐야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지적은 지난 2017년 직원들에게 무조건 절대복종을 강요하는 이른바 ‘다이소 노예각서’ 사건이 터진 뒤 사내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했음에도 전근대적 기업문화가 전혀 변하지 않는데서 비롯된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도 소통 부재에 대한 불만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한 직원은 “오죽하면 여기(청와대 게시판)에 글을 적겠느냐”며 “예전의 노예각서 때부터 변한 게 없습니다. 당시에도 매장마다 기자들이 노예각서에 대해 물으면 모르는 일이다. 이행각서는 본 적도 없다고 대답하라 했습니다. 결국 그렇게 인사과에서도 거짓말한 게 탄로나서 직원들의 고충 불만 들어준다던 테스크포스 팀도 만들더니 허울 뿐 입니다”라고 비판했다.

다이소의 소통 부재는 결국 오너인 박정부 회장이 기업문화 개선에 아예 관심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로 귀결되고 있다. 직원들로 보이는 복수의 네티즌은 청원게시판에 “회장님이 청와대 청원글 요즘 많이 올라와서 기분 나쁘시다 뭐다 이런 이야기들을 간접적으로 듣는다”,“직원들 복지를 위해서 회장님이 노력하신다라는 이야기는 들려오는데 변한게 무엇인가요? 도대체 어디에 뭘 올려도 바뀌는 게 하나도 없네요”라고 비판했다.

다이소의 꽉 막힌 기업믄화가 서비스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자체 진단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직원은 “솔직히 고객들 입장에선 다이소 직원들이 하나 같이 다 싸가지 없이 보일 수 밖에 없는 게 직원들은 상사의 횡포에, 일에 치이고 지쳤습니다”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다이소의 문제는 노동조합 결성 등 직원들의 조직적인 움직임을 통해서만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울 동대문구 소재 다이소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지난 2017년 직원들에게 ‘절대복종’을 강요하는 근로계약 이행각서를 작성케 했던 게 이슈가 됐었는데 내용 중에 유인물 살포, 집단행동 금지 등의 조항도 있었다”며 “회사가 가장 우려하는 건 직원들이 노조를 결성해 집단적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소측은 노동조합 얘기만 나오면 당황하는 모습이다. 노조가 결성되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홍보팀 관계자는 결성 여부 조차 언급을 피했다. 이와 관련,  K노무법인의 한 노무사는 “다이소 사례가 사실이라면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다이소 직원들은 노조 결성 등을 통해 노동3권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아성다이소는 균일가 생활용품 판매를 앞세워 지난 1997년 1호점을 개장한 이후 매장수 1,300여개에 육박하는 등 성장을 이어왔다. 창업자인 박정부 회장이 ‘다 있소’라는 말에서 착안했다는 ‘다이소’로 통칭해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찬우 선임기자 kmcir@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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